"군인들이 마을에 시민방위대(PDF)의 무기가 발견됐다는 핑계로, 주민들의 재산인 소와 돼지를 죽이고 물품들을 강제로 가져갔다고 한다. 군인들이 총을 쏘거나 사람들을 폭행하고 때리면서 조사를 했다고 한다. 주변 마을 사람들도 무서워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저희 부모님은 물론 온 가족이 도주한 상태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죠레이(창원)씨가 19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29차 일요시위"에서 현재 고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전하면서 한 말이다.
미얀마에서 쿠데타군과 시민방위대 사이에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죠레이씨의 고향인 먀웅 마을에서도 최근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서 그는 투쟁사를 통해 고향 마을의 전투 상황을 전하면서 "지금 우리가 모인 이 집회는 군부를 반대한다는 우리의 의지이고, 민족통합정부(NUG)를 지지하며 시민방위대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먀웅지역 PDF와 군부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고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걱정이 되어 고국에 전화를 했다. 또 제가 처리해야 하는 업무도 있고 해서,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며칠 전에는 갑자기 배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스트레스가 심해 그렇다고 해서, 1주일 동안 입원했었다"고 했다.
죠레이씨는 "군부쿠테타로 인해 발생한 위협으로 불행에 처해 있는 가족들의 고생이 해외에 와 있는 우리한테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며 "우리는 민주주의가 발전한 국가(한국)에 와 있기 때문에, 고국의 비민주적이고 불공평한 일들을 들으면서 깨우치는 게 많다. 미얀마 국민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쿠데타 발생 231일째, 매주 일요일마다 연대집회
이날 일요시위는 한국미얀마연대, 경남이주민센터, 경남미얀마교민회 등이 열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월 군부쿠데타 이후 매주 일요일에 연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얀마에서 군부쿠데타가 일어난 지 231일째 되는 날이다.
이날 집회는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와 묘우 경남미얀마교민회 부회장이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부터 했고 최상해 플룻 연주자가 "여름비", "고독한 양치기"를 들려주었다.
참가자들은 광주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에서 기증한 '평화손 인형'을 들었다. "미얀마 민주화 항쟁에 공감하며 여러 날에 걸쳐 손으로 만든 것으로 광주와 미얀마 민주주의 경험을 이어주는 상징물"이다. 미얀마 친구들, 부산 이주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무지개와 만천"이 노래를 불렀다.
이철승 대표는 "지난 9월 15일은 UN이 정한 '세계민주주의의 날'이었다. 민주노총은 세계 12개 국제노동조합과 함께 오는 21일 시작될 UN총회에서 미얀마 군부를 불인정하고 국민통합정부(NUG)를 대표로 인정하는데 각국 정부가 동참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세계민주주의의날을 기념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주화운동 인식도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이념성향을 떠나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은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비상사태 발표 후 미얀마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웅 묘우 부회장은 '현지 보고'를 통해 "미얀마에서 쿠데타 후 군경의 총격에 의한 희생자는 9월 18일까지 1109명 이상 사망, 8265명 이상 체포이고, 수배자가 1984명 이상이다"고 했다.
그는 "군경들의 야만적인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이번 주에도 마얀마 시민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계속 시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두와라사 국민통합정부 부통령이 지난 7일 했던 쿠데타군과 전쟁 선포(화요선언)을 설명한 묘우 부회장은 "그 이후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지자 쿠데타 군경들은 지역에 있는 마을사람들과 시민들을 불법으로 체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군부에서 매일 불법적인 행동을 하고 시민들을 총을 사용하여 죽이고, 체포하고 있다"며 "그래서 쿠데타 군대의 폭력과 살인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인 쿠데타군에 맞서 저항 혁명 전쟁선포를 했다"고 밝혔다.
전투 상황에 대해, 그는 "친주 민닷시, 까야주 띠뭐소시, 마궤주 강이거, 싸까인 등에서 시민방위대(PDF)와 쿠데타군이 격렬하게 전투가 계속 벌어져서 부상자와 사망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부를 해야 하는 대학생들이나 청소년들이 미얀마 민주주의 위해 전투를 하면서 목숨을 잃었다"며 "집과 마을 떠나 피난민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모두가 안전하기 위해 산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묘우 부회장은 "군부는 지금 법을 마음대로 제정 공포하며, 국가 운영을 하고 있기에 국민들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군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안전을 지켜줘야 하는데, 반대로 국민을 체포하고 죽이는 일을 쉽게 하고 있다"고 했다.
묘우 부회장은 "미얀마는 쿠데타를 당했고, 모든 국민들은 생존과의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얀마가 언제 정상화되어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되찾을 수 있는지 고통 속에 국민들은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얀마 국민들은 많이 힘들고, 아픈 상황에서 서로 도와주고, 보호해주고, 힘을 합쳐서, 민주주의를 위하여 멈추지 않고 저항하고 있다"며 "불법적인 연행과 체포로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미얀마는 모두가 아프고, 고통을 받고 있다. 호소한다.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국민들을 위하여 국민통합정부를 정식으로 인정해달라. 미얀마는 하루도 조용하지 않았다. 끝까지 함께하여 '미얀마의 봄혁명'을 완수할 것"이라고 했다.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애나(경남필리핀교민회)씨는 "지금 우리는 선한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흔들림 없이 강하게 서로를 격려하고 싶다"며 "필리핀 공동체를 대표하여 저는 여러분의 대의에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
그는 "미얀마 국민들은 강하다. 여러분의 국민과 고국이 모든 고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당신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마부하이(Mabuhay)"라고 했다. 'Mabuhay'는 '장수' 또는 '더 많은 힘'을 의미하고, 필리핀 사람들은 누군가를 응원할 때 이 말을 쓴다.
한편 이날 울산에서도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집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