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시장 가운데에 놓여진 '평화의 소녀상'
 전시장 가운데에 놓여진 "평화의 소녀상"
ⓒ 이두희

관련사진보기

 
언론에서 일부만 떼어내서 보도하는 인상과, '살아있는' 작품의 인상은 전혀 달랐습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건 작품을 직접 보고 스스로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 한 관람객

2년 만에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나고야에서 시민들과 재회했다. '표현의 부자유전을 잇는 아이치의 모임(아이치의 모임)'이 연 전시회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에서다. 이 전시회는 6일부터 11일까지 시립미술관 '시민 갤러리 사카에'에서 진행된다. 

2019년 아이치현에서 '평화의 소녀상'과 '원근을 감싸안고'가 일왕을 모욕했다며 일본 우익의 전시회 방해가 벌어졌다. 이때 중단됐던 전시가 2년간의 준비를 통해 다시 일본 관객들 앞에 서게 됐다.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의 공공시설에서 전시된 건 2019년 아이치트리엔날레(트리엔날레) 이후 처음이다.

6일 언론을 대상으로 열린 개막식에서 '아이치의 모임' 구노 아야코 공동대표는 "2019년 당시 가와무라 나고야 시장이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다'고 발언했는데, 도대체 이 작품의 무엇이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전시회를 통해 중지와 관람제한으로 작품을 보지 못한 많은 시민들이 전시회장을 방문해 작품을 관람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당시 집중적으로 우익들의 항의를 받았던 '평화의 소녀상' '원근을 감싸안고'와 중국과 아시아의 위안부 피해자를 취재해 온 안세홍 작가의 '겹겹' 등이 선보여진다. 또한 기존의 부자유전 작품과 함께 2019년 전시 중단 당시 전시 재개와 가와무라 시장 발언 취소 및 사과를 요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온 시민들의 활동 기록도 함께 전시된다.
 
일반 공개에 앞서 열린 언론 공개 개막식
 일반 공개에 앞서 열린 언론 공개 개막식
ⓒ 이두희

관련사진보기

 
오사카에선 '안전' 이유로 취소, 도쿄에선 연기... 계속되는 우익의 방해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전시는 당초 지난 6월 25일부터 도쿄에서도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익들의 방해로 인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7월 16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오사카 전시도 개최 장소 측이 안전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전시장 이용 승인을 취소했다. 전시 주최 측은 법적 조치를 취한 상태다. 나고야에서의 전시회도 갤러리 측에 전시 중지를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쳐 전시회 성사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갤러리와 주최 측과의 긴밀한 대화와 협조를 통해 무사히 전시회를 열게 됐다.

도쿄와 오사카가 연기·취소 등 사태에 직면한 데 비해 나고야에서 전시 개막이 가능하게 된 데 대해 주최 측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를 들었다. "가와무라 나고야 시장은 작품을 비난하면서도, 개인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전시회라면 표현의 자유를 지키도록 보장하겠다는 입장이 아닌가"라는 것.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현 시장이 위안부 문제와 난징대학살 등을 인정하지 않고 우익을 선동하는 자세는 변함이 없다"면서 "그에 대한 문제제기는 전시회와 관계없이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전시장에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언론도 다수 취재에 참석했다. 전시장 밖에서는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일본 모역 전시 절대 반대'라는 펼침막을 내건 우익들이 각종 피켓과 대형 확성기를 들고 반대 집회를 열었다. 전시장 내에서도 일부 관객이 전시장 안에서 큰소리를 내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시설 측과 주최 측 관계자의 대응으로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대표 인사를 하고 있는 공동대표 나카타니 변호사
 대표 인사를 하고 있는 공동대표 나카타니 변호사
ⓒ 이두희

관련사진보기

 
표현의 자유가 지켜지는 선례가 되길

'아이치의 모임' 공동대표인 나카타니 유지 변호사는 "현재 일본이 안고 있는 폐쇄성이 이런 항의에도 드러나고 있다"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리적인 힘으로 억누르려 하지 않고, 어떤 작품이라도 자유롭게 관람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일본에서 역사문제나 일왕을 부정하는 예술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된 상태다. 역사의식 빈곤 등 여러 가지 배경이 있겠지만, 직접적으로는 우익들이 이런 전시회가 있을 때마다 무분별한 방해 활동을 벌여 그 결과 전시회 등이 중단된 '학습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나고야에서의 전시회는 방해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관이나 시설, 주최 측의 철저한 준비가 받쳐준다면 얼마든지 개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가 그런 선례가 되기를 바라면서 끝까지 무사히 전시회가 마무리 되기를 기대한다. 
 
평화의 소녀상의 빈의자에 함께 자리한 구노 공동대표
 평화의 소녀상의 빈의자에 함께 자리한 구노 공동대표
ⓒ 이두희

관련사진보기

   
반대집회를 열고 있는 우익단체
 반대집회를 열고 있는 우익단체
ⓒ 이두희

관련사진보기

   
관람객들의 소감이 벽면에 붙어 있다
 관람객들의 소감이 벽면에 붙어 있다
ⓒ 이두희

관련사진보기

   
소란을 피우는 관객에게 주최측 관계자가 설득하고 있다
 소란을 피우는 관객에게 주최측 관계자가 설득하고 있다
ⓒ 이두희

관련사진보기

 

태그:#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평화의 소녀상, #아이치의 모임, #일본 나고야 , #위안부패히자
댓글4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본 나고야의 장애인 인형극단 '종이풍선(紙風船)'에서 일하고 있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