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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오면 초록의 이파리들이 더욱 짙어져 '초록 초록' 하고 함성을 지르는 듯하다. 온통 초록의 세상이 된다. 바람에 실려오는 꽃향기는 유난히 코끝을 간지럽힌다. 오월은 산으로 들로 가는 곳마다 꽃 향기가 감미롭다. 아까시꽃부터 찔레꽃, 라일락 등 유난히 매혹적인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꽃들이 오월에 많이 피어 꽃의 향기를 마음껏 즐긴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철엔 멀리 있는 님을 기다리는 그리움이 가슴 안에 피어오른다. 나는 봄만 되면 봄이 건네주는 선물들을 즐기고 살아간다. 자연이 내어주는 것들이 축복처럼 신나고 행복하다. 진달래꽃이 피는 4월이면  화전을 부치고 쑥이 나오면 쑥버무리를 찐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면서 환희의 계절이다. 5월이 오고 아까시꽃이 피면 아까시꽃 떡을 찐다. 꽃 중에 떡을 찌는 꽃은 아까시꽃과 골담초 꽃이다. 꽃대가 달아 벌들도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다.

아까시 나무는 낙엽교목으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며 지금은 우리나라 산과 들에 정착하여 야생으로 자라고 있다. 아까시 나무는 일본인이 우리나라의 헐벗은 산림을 복원하기 위해 처음 들여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소나무를 많이 베어 가고 산사태가 우려되어 응급 복구용으로 들여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까시 나무를 싫어한다는 말이 전해온다.

그러나 우리나라 꿀의 70 퍼센트를 아까시꽃에서 채취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귀한 나무라 말할 수 있다. 또 유독 연인들에게는 아까시꽃에 대한 추억이 많다. 아까시꽃 줄기를 꺾어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잎을 다 따내고 줄기만 남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 때문이다. 예전에는 자연에서 놀잇감을 찾아 놀았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순박했던 그 시절이 때때로 그립다.

아까시꽃이 피자 마음이 바빠졌다 
 
꽃을 따다가 다듬는다
▲ 산에서 따가지고 온 아까시꽃 꽃을 따다가 다듬는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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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다 놓은 꽃을 다듬어 놓았다
▲ 다듬어 놓은 아까시꽃 따다 놓은 꽃을 다듬어 놓았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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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친구 딸 결혼식 참석차 서울에 올라갈 때 차창 밖으로 보니 온 산에 아까시꽃이 만발하여 꽃 향기가 코로 훅 들어왔다. 내가 군산에 있을 때는 아까시꽃을 보지 못했는데 서울 쪽과 기후가 달라서 먼저 핀 듯하다. 꽃을 보니 마음이 바빠온다. 아까시 떡을 해야 하는데 꽃이 지면 어쩌나 걱정부터 되었다. 꽃도 떡 찌기 알맞은 시기가 있다. 꽃이 피고 싱싱할 때가 좋다. 싱싱한 시기가 넘어가면 꽃의 단맛도 사라진다.

서울에서 군산에 내려온 후 아까시꽃을 딸 생각에 마음이 바쁘다. 다음날, 남편과 같이 월명공원 산책을 갔다. 주머니까지 챙겨가지고 집을 나섰다. 매년 아까시꽃을 따는 곳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까시꽃이 필 때만 되면 꼭 뻐꾹새가 운다. 뻐꾹새 우는 소리는 왜 그렇게 슬프게 들리는지,  그 애절한 뻐꾸기 우는 소리의 내력을 알고 싶어 찾아보았다. '옛날에 너무 배가 고파서 풀국을 몰래 먹다가 구박 당해 죽은 며느리의 영혼이 풀국새로 다시 태어나 뻐꾹, 뻐꾹 우는 것'이라는 전설이 있긴 하다.  

그래서 봄이 오면 뻐꾹새는 그렇게 서럽게 운 것일까. 나는 뻐꾹새 우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애달프고 마음이 저려 왔다. 뻐꾸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아까시꽃을 딴다. 언제나 뻐꾸기 우는 소리는 봄과 함께 왔었다. 작년에도 아카시 꽃을 딸 때 들었던 뻐꾸기 울음소리가 기억에 생생하다. 집으로 돌아와 꽃을 다듬으려 펼쳐놓고 차를 한잔 하는데 뻐꾸기 울음 소리가 나를 따라와 찻잔 안에 머무는 듯하다.

어떻게 계절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선물을 주듯 필요한 자연을 내어 주는지,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경이롭다. 아까시꽃은 유난히 향기가 진하고 감미롭다. 그래서 벌들도 좋아하는 걸까.

집에 돌아와 따온 꽃을 정리한다. 꽃만 다듬어 씻어 놓는다. 어젯밤에 담가놓은 맵 쌀을 방앗간에 가서 빻아 오고 마트에서 단호박도 사 가지고 와서 껍질을 벗겨 나박나박 썰어 놓는다. 팥은 삶아 건져 놓으면 떡찔 준비가 다 된 거다. 그 재료들을 모두 섞어 찜솥에 삼베 보자기를 깔고 30분 정도 찌면 아까시 떡이 완성된다.  
        
쪄 놓은 아까시 떡
▲ 아까시 떡 쪄 놓은 아까시 떡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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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맛이다. 아까시꽃이 달고 호박도 달고 설탕을 넣지 않아도 전혀 맛이 없지 않다. 설탕을 싫어하는 우리 입맛에는 딱 좋다. 아카시 꽃으로 튀김은 해 먹어도 떡은 의외로 해 먹는 사람이 드물다. 나는 다도를 배우고 공부할 때 선생님에게서 배웠다. 꽃으로 차도 만들어 먹고 여러 가지 활용이 많은 꽃이 아까시꽃이다. 우리 몸에 좋은 효능도 많다.

사는 게 가끔 힘들고 답답해도, 마음을 내려놓고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자연에서 배운다. 올해도 나는 어김없이 아까시 떡을 찌고 사람들과 나눔을 하려 한다. 자연과 계절이 내어 주는 선물이 축복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5월이 오면, #아까시 떡을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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