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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에서 열린 마지막 집중유세에서 지지연설에 나선 청년 등과 손을 잡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에서 열린 마지막 집중유세에서 지지연설에 나선 청년 등과 손을 잡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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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나고 '20대의 분노'가 가장 많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20대의 정치적 행동이 지금처럼 주목받은 것은 아마 1980년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이래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는 1984년에 대학에 들어간 후 3번의 구속과 5년의 감옥살이, 2년의 공장 노동자 생활을 겪고 22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586'이자, 28살 먹은 자식을 둔 쉰일곱 살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산골의 50대 농사꾼이 도시 20대 청년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 리는 없겠지만, 청년들의 분노의 대상과 농사꾼의 분노의 대상이 일치하지 않을까 싶어 글을 씁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정의에 민감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청년들의 열정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20대의 역사에 대한 경험치 부족을 탓한 박영선 후보의 발언은 스스로의 역사 경험치가 얼마나 천박한지 드러내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1986년, 22살에 처음 '공산혁명분자 건국대 점거난동사건'으로 구속된 적이 있습니다. 때맞춰 조작된 금강산댐 사건과 겹쳐 전두환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시위에 나선 20대 초반 젊은이들 1288명이 졸지에 '공산혁명분자'가 되어버린 사건입니다. 그때 허리가 망가질 정도로 폭행을 당하며 '역사를 잘 알지도 못하는 젊은 놈들'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방법

TV를 보다 크게 공감이 가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저인식을 높여 "알바를 리스펙트"하자는 광고입니다.

교재를 만든 저자의 유튜브 방송 링크를 보내는 것으로 동영상 수업을 때우는 교수, 코로나19로 학교 건물을 이용하지도 못하게 막아 놓고 등록금을 받아먹는 학교, 그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알바를 하는 청춘들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와중에도 노동의 가치를 높이려는 청춘들의 모습에는 무척 공감됐습니다.

3년 전인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JTBC 손석희 앵커가 당시 23살인 민유라 선수에게 경제적 어려움이 없냐며 여러 번 질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민유라 선수는 생활비와 훈련비용으로 1억 정도 들어가는데 강아지 5마리 돌보는 알바를 하면 충분하니 별도의 후원금을 바라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유라 선수의 모습을 보고 진짜 노동의 가치는 얼마일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전국 평균 농가당 농업소득은 연간 천만 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생명을 가꾸며, 사람들을 먹여 살릴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고 자부하며 했던 농사일이 고되고, 수입 적고, 사회적으로 무시 당하는 천하의 천직(賤職)으로 전락해 버린 것입니다. 저 역시 밭에서 흘린 땀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정당한 보상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알바를 리스펙트", "농업을 리스펙트"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으려는 20대 청년들의 노력에 공감하며, 50대 농사꾼도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알아주길 기대합니다.

기득권 심판한 20대에게 지지를 보내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인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인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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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불공정과 부조리의 상징처럼 쓰이는 말이 있습니다. "친일파의 자손은 떵떵거리며 살고, 독립운동가의 자손은 못 배우고 가난하게 살아간다"는 말입니다.

한 가지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군사독재정권의 부역자들과 군사독재정권의 손발이 되어 양민을 학살한 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지만, 군사독재정권의 희생자들과 저항했던 사람들은 만천하에 발가벗겨진 채 조롱을 당하며 살아간다"라는 말입니다.

오늘 미얀마에서 양민을 학살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41년 전 광주에서 학살을 자행한 공수부대원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전두환 일당의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지 않고 학살에 가담한 1만 1852명의 공수부대원을 내란죄와 내란목적의 살인죄로 처벌하기는커녕 그들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친일파의 자손들, 광주에서의 학살에 가담한 군인들과 그들의 자식들이 떵떵거리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불공정한 현실은 LH사태로 터져 나왔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대신 집과 땅을 차지하고 불로소득으로 부를 쌓아온 기득권 세력에 분노하고 심판한 20대 청년들의 행동은 정당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습니다.

"부동산 적폐청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등 과격한 구호를 남발하기만 할 뿐, 농지법과 영리업무금지 조항 위반으로 처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촛불정부에 분노하고 심판한 20대 청년들의 실천에 연대와 지지를 보냅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준비해 놓은 농업경영체등록제를 후퇴시키고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의 농지 소유를 공고히 해주는 농림부 공무원들의 불법 부당한 지침에 의해 진짜 농사꾼 15만 명이 직불금도 못 받고, 농사꾼의 자격조차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위기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불공정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청년들의 분노와 경고에 20대 자식을 둔 50대 농사꾼도 함께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태그:#LH직원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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