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고등학교 교사가 학교와 수련시설의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가운데, 해당 학교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학교 현장에 '교내 불법촬영 대응 매뉴얼'을 제작·배포하기로 해 관심을 끈다.
'경남 A교사 불법촬영 사건 대응모임'은 "교내 불법촬영 대응 매뉴얼 배포를 위한 크라우딩 펀딩(
프로젝트 '똑' https://www.tumblbug.com/project_tttok/)"을 한다고 8일 밝혔다.
A교사(구속)의 불법촬영 사건은 2020년 7월 밝혀졌고, 해당 교사는 파면됐다.
해당 교사는 건조물 침입, 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80시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7년간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해당 교사가 근무했던 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대응모임'을 만들어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그동안 법원에 세 차례 걸쳐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냈고, 공판 때마다 방청해 왔다.
이들은 그동안 '피해자 지원 방안 마련', '디지털 성범되 방지 교육 시행', '교육청에 디지털·성범죄 전문 기구 신설' 등을 요구해 왔다.
대응모임 관계자는 해당 교사의 1심 공판 때 법정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사건 당시 교육청과 검찰은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응모임의 졸업생·재학생들은 "불법촬영 카메라에 찍혔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심적으로 불안해하며 '피해자'라 하기도 했다.
재학생·졸업생들은 "불법촬영 없는 학교", "불안하지 않는 학교"를 위해 '불법촬영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학교 내 불법촬영 사건 발생시 이들의 경험과 대응 방법을 학생들에게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대응모임은 대응 매뉴얼을 담은 포스터, 세부 내용을 담은 온라인 매뉴얼을 제작해 초·중고교에 무료로 배포한다. 포스터에는 '정보무늬(QR)'가 인쇄돼 있어, 휴대전화를 갖다 대면 온라인 매뉴얼로 바로 연결된다.
대응모임은 "우리는 반년간 끊임없이 직접 답을 찾고자 했던 질문이자, 주변에서도 계속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교내 불법촬영 대응 방법, 왜 아무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걸까요?'였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불법촬영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마스터키는 없지만,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는 있다. 한 발짝 앞서 경험한 것들을 공유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데서 오는 어려움은 누군가의 도움만 있으면 훨씬 더 쉽게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너무 먼 이야기 대신, 나랑 비슷한, 조금은 평범한 학생들의 이야기. 나와 비슷한 상황을 먼저 겪어본 보통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며 "그래서 대응 매뉴얼을 배포하고자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불안감에 대해, 대응모임은 "한순간에 불법촬영 사건의 피해자가 된 충격, 분노, 불안감. 저희도 너무나 잘 한다"며 "특히나 어느 곳보다 안심할 수 있어야 할 '학교'라는 공간에서의 배신감과 당혹감은 말로 설명할 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마다 저희는 뭐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모든 사람에게 연락하고 끊임없이 정보를 찾아보았다"며 "하지만 이 모든 시간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학교 내 불법촬영에 관해 고민한 흔적조차 없는 몇몇 자료들은 원망스럽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그래서 결심했다. 그동안 우리가 맨땅에 헤딩하며 얻은 정보들을 모아 포스터를 만들어 경상남도 내의 초중고교에 무료로 배포하자고, 그리고 온라인 매뉴얼을 만들어 누구나 교내 불법촬영 대응 방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자고 말이다"고 했다.
피해 대처 방법에 대해, 대응모임은 "어디서, 어떤 단체를 통해, 내가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내용과 그 방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며 "상담지원, 법률지원, 의료지원, 그리고 유포촬영물 삭제 지원까지 포함된 내용이다"고 소개했다.
학교의 모습과 역할에 대해, 이들은 "학교는 다른 공간들과 분명 다른, 특수한 장소다"며 "학교는 다른 공간과 어떻게 다른지, 학교 공동체가 갖춰야 할 모습을 예방과 대처의 관점에서 작성해보았다"고 말했다.
공론화를 강조한 이들은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은 그 막막한 기분이 가장 힘들었다"며 "어떤 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사건을 알릴 수 있는지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똑'은 교내 불법촬영이 피해자부터 목격자, 학생 및 교사를 포함한 학교 구성원, 불법촬영 사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까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나 읽어도 좋을 유용한 정보들로 구성돼 있다"고 대응모임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