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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린 6일 오후 배달을 가야만 했던 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의 사진
 폭설이 내린 6일 오후 배달을 가야만 했던 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의 사진
ⓒ 라이더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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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배달 일을 시키는 것은 살인과 다름없다. 배달을 중단하라."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던 6일 오후 8시 40분께, 라이더유니온은 페이스북을 통해 "곳곳에서 라이더들이 넘어지고 있다. 경사가 가파른 언덕에 오른 라이더들은 고립됐다"라며 폭설에는 배달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밤 늦도록 라이더들의 배달은 계속됐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은 정상적으로 운영했고, 누군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에 라이더유니온은 7일 오전 11시 '폭설과 빙판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제의 긴급 기자간담회를 온라인 상으로 열었다. 이들은 폭설시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조치는 '플랫폼 자체가 배달을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6일 저녁 기준 쿠팡이츠는 아예 '배달 제한'이 없었고, 배민 라이더스는 일부 지역에서 배달을 막고 비마트(장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또한 라이더유니온 측은 "쿠팡이츠의 경우는 상점이 배달을 취소했지만 라이더에겐 콜(주문)이 계속 노출되어 허탕치는 일이 잦았고, 라이더 고객센터도 불통이 됐다"고 주장했다. 

쿠팡이츠는 라이더들에게 "안전하게 운행하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배민라이더스는 "배달시간 준수와 관련한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며, 라이더와 커넥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문자를 보내긴 했지만 전면 중단은 없었다. 현재는 쿠팡이츠는 한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했으며, 배민은 거리제한을 두고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6일 폭설, 7일 빙판길과 같은 상황에서는 플랫폼이 배달을 막아야 한다"라며  "폭설이나 태풍 등 악천후 상황에서 플랫폼이 배달을 막을 수 있는 기준과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쿠팡처럼 극한 날씨에 과도한 프로모션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배달 단가를 높여야 하고, 안전교육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라이더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약한 계층 위험에 내몰리는 구조 
 
6일 저녁 라이더들은 눈길을 지나서 배달을 해야만 했다
 6일 저녁 라이더들은 눈길을 지나서 배달을 해야만 했다
ⓒ 라이더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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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은 악천후에 일하는 것을 '개인의 선택'으로 두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사고의 위험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또한 6일의 경우 배달앱 '프로모션'을 통해 한 건당 높은 금액을 받아도, 배달에 소요되는 시간 자체가 평소보다 훨씬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큰 이익을 얻기가 어렵다. 

박 위원장은 "경험이 많은 라이더들은 폭설에 사고가 나면 더 손해라는 생각에 집에 들어간다. 하지만 경험이 적거나 생계가 불안한 라이더의 경우 위험을 감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만약 사고가 나면 병원비가 더 많이 나와 취약한 계층에게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배민라이더스는 유상운송종합보험, 배민커넥트의 경우에는 시간제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어 사고가 일어나면 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쿠팡은 보험 가입 여부조차 체크하고 있지 않아서, 사고시 책임을 온전히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

알고리즘에 따라 배정되는 콜을 쉽게 거절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쿠팡이츠의 경우 '콜 거부'가 라이더의 '평점'에 영향을 준다. 평점은 배차 알고리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라이더들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배민라이더스도 콜 거부시 불이익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불이익이 가해지는지 라이더들은 전혀 모른다. 배민 측은 "과도한 거절시 배차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안내만 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날씨를 보고 '배달이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전에, 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눈 때문에 2km 거리, 30~40분 걸렸다"

이날 간담회에서 쿠팡이츠를 통해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위대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어제(6일) 눈이 갑자기 엄청 많이 오는데 이미 물건을 픽업한 상태였다. (2km 거리가) 30~40분 걸린 것 같다. 속도를 아예 낼 수 없는 상황이이어서 10km/h로 간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는 "가는 도중에 앞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진 것을 보고, 일으켜 세워드리기까지 했다"라며 "어제와 같은 상황이 되면 플랫폼 업체가 주문을 막아야 하고, 배달 물건이 훼손될 경우 쿠팡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콜을 거절하게 되면 평점이 낮아지는데, 어제는 그걸 감수하고도 취소한 분들이 많았다. 어제 콜 거부로 깎인 평점은 쿠팡 측에서 다시 되돌려놔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배민라이더스에서 일하는 이병환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도 "(폭설에도 앱에서 주문을 받고 있다는 것은) 높은 금액을 줄테니까 나와서 일을 하라고 유도하는 셈인데, 이 자체를 막아야 한다"라며 "라이더는 위험하고 손님들도 기다리느라 힘들다. 배민은 무슨 욕심으로 주문을 열어놨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태그:#폭설, #라이더유니온, #배민, #쿠팡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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