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산이다. 대구 신천지의 전수조사가 거의 완료되면서 코로나19 확진환자의 증가추세는 둔화되고 있다. 전국에서 크고 작은 집단발생 사례도 돌출하지만, 중심 증폭집단인 신천지처럼 파괴력이 전방위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해외의 코로나19 확산추세가 심상치 않다. 방역당국은 국내 집단발생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해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는 3월 8일 0시 현재, 총 누적 확진자수는 7134명이며, 이 중 130명이 격리해제 되었다고 밝혔다.
대구신천지 신도 95% 조사 완료... 증가세 둔화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31번째 환자 발생일인 지난 2월18일로부터 3주도 채 지나지 않아서 확진환자가 7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확진환자 증가세는 둔화됐다. 지난 2월 29일 하루 909명의 최대치 증가 이후 1주일 동안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지난 하루에는 하루 증가치가 367명으로 줄었다.
이는 그동안 코로나19의 증가세를 추동했던 대구지역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이 지역 확진환자의 하향세가 확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은경 본부장이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대구 신천지 전체 신도의 95% 정도에 대한 조사가 완료됐다. 현재 남은 신도는 900명이다. 지금까지 대구 신도들이 보인 양성률은 40%에 달했다. 이 지역 확진자 5381명의 72%인 3882명이 대구 신천지 관련이다. 현재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963명의 확진환자에 대한 분류를 마치면 신천지 관련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확진환자가 1000명을 넘어선 경북 지역도 신천지가 증가세를 주도해왔다. 1081명 중 44.5%인 482명이 신천지 관련이다. 방역당국은 경북지역에서도 신천지 신도 5000여명을 자가격리하면서 순차적으로 검사를 해왔고, 9% 내외의 양성률을 보였다.
정 본부장은 "신천지 교인들의 추가 전파차단을 위해 격리 상태에서 순차적으로 검사하면서 거기서(신천지) 나오는 환자 수가 상당히 많았다"면서 "대부분 교인들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가 돼가면서 환자 수가 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전국의 확진자 중에서 신천지 관련의 4482명이다. 전체 확진환자 7134명의 62.8%이다.
정 본부장은 "다른 시도의 경우에도 일부 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 같은 데를 통해서 환자 발생이 되고 있지만 대구·경북만큼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지 않다"면서 "코로나19가 초기 경증 상태로 전파가 잘 되는 감염병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집단시설, 종교행사 등 많은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모였을 때 노출될 경우 언제든지 소규모 유행은 계속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 동향이 심상치 않다... 확진환자 10만명 넘고, 미국은 비상 선포
큰 불은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정 본부장이 또 다른 변수로 지적한 것은 심상치 않은 해외 동향이다. 그는 국내 확진환자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도 코로나19 해외 확진 환자 발생과 관련해 다음과 우려했다.
"또 하나, 저희가 고려해야 될 것은 국외 동향입니다. 많은 보도로 보셨겠지만 이탈리아나 중동 지역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많이 증가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도 WHO가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한 국가로, 훗카이도 등의 지역을 규정했고, (코로나19) 발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환자는 3월 7일 현재 10만명을 넘어섰다. 총 10만1927명으로 지난 하루 동안 신규 환자만 3735명에 달하고 추가 발생국도 5개국이다.
중국의 경우 8만813명이 발생했고 그 중 3073명이 사망했다. 중국 외에도 93개국에서 2만1110명 발생했고 413명이 사망했다.
중국 외 국가 중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우리나라이지만, 사망자가 가장 많은 곳은 이탈리아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50명 사망했고, 이탈리아는 7일 현재 197명이 사망했다. 이란도 124명이 사망했다.
급기야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하자 감염이 집중된 롬바르디아주를 포함해 북부와 동부 11개 주를 봉쇄하기로 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격리조치에 따라 최소 1600만 명이 넘는 주민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BBC는 또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다"면서 "7일 기준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5883명을 기록했고 전날 대비 1247명이 증가해 사망자도 200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이란에서는 확진자 수가 6000명에 육박했고 사망자는 총 145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보건 당국은 의심환자가 1만6천여 명이며, 실제 확진자 수가 더 높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지난 5일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조치를 발표한 일본도 녹녹치 않은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NHK가 후생노동성과 각 지자체의 발표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7일 오후 11시 현재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사람은 일본에서 감염됐거나 중국에서 온 여행객(국내 사례) 447명,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 696명, 전세기편 귀국자 14명 명 등이다.
6일 오후 11시 30분 기준 NHK 집계(1천113명) 대비 44명 늘어난 수치다.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큰 폭은 아니지만 하루 확진자 수는 1일 14명, 2일 18명, 3일 19명, 4일 36명, 5일 32명, 6일 56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후생성이 발표한 코로나19 검사자는 1만2000건 불과하다. 8일 0시 기준으로 18만1384명이나 검사한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검사치이다. 따라서 검사자 수가 증가할수록 더 많은 확진환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비상이다. 7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방송에 따르면 서부 워싱턴주에서 이날 코로나19로 숨진 환자가 추가로 보고되며 전체 사망자는 모두 19명으로 늘었다. 미국 뉴욕주는 확진자가 76명으로 늘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유타주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자 곧바로 비상령을 발동했다.
정 본부장은 "이런 전 세계적인 발생 동향이, 또 우리나라에 다시 유입의 우려성을 높이기 때문에 국내적인 차단과 해외에 대한 유입에 대한 우려를 전망하면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