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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제천에 위치한 세명대의 4월은 냉기가 감돈다. 햇살을 만끽할라치면 얄궂은 바람이 기승을 부린다. 봄이 오지 않은 세명대 교정에 머리가 희끗한 교수들이 노상 텐트를 쳤다. 학생회관 맞은편 광장에 버젓이 부스가 들어섰다. 과자와 따뜻한 차를 마련한 채 학생들을 기다리는 교수들. 무슨 사연일까? 지난 13일 오후 6시, 직접 부스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명대학교 학생회관 맞은 편에 자리잡은 세월호 추모 부스
 세명대학교 학생회관 맞은 편에 자리잡은 세월호 추모 부스
ⓒ 신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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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잊지 않겠습니다."

노란 현수막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탁상 위에는 학생들이 손수 만든 노란 세월호 리본이 가득하다.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작은 보탬이 되고자 나왔습니다." 세명대학교 정보통신학부 유일현 교수의 말이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세명대 교수협의회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학내 홍보 부스를 마련했다. 대학 내에서 학생이 아닌 교수들이 손수 부스를 차린 건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는지를 묻자 유 교수는 "만들어둔 리본만 2천개가 넘게 나갔다"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외부에서 받아온 리본을 합치면 대략 3천 개 이상 리본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처음 준비할 때는 학생들 호응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참여해줘서 보람이 크다." 교양학부 강상준 교수의 목소리가 밝다.  
세월호 추모 부스를 지키는 정보통신학부 유일현 교수(왼쪽)와 교양학부 강상준 교수
 세월호 추모 부스를 지키는 정보통신학부 유일현 교수(왼쪽)와 교양학부 강상준 교수
ⓒ 신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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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에는 학생 네 명이 세월호 리본을 분주하게 만들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리본 만들기에 동참한 세명대 학생들이다. 이날 봉사에 나선 작업치료학과 13학번 박혜성 학생은 "리본 하나가 가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한 분 한 분께 나눠드린 리본이 우리학교,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희망을 드러냈다.

부스는 이번 주 월요일(4.10)부터 금요일까지, 아침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교수들은 이날 부스에서 세명대학교 교수협의회 성명으로 작성된 유인물을 배포했다. 교수들의 말을 전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구속됐지만, 세월호의 진상규명은 아직도 저 차가운 바다 속에 잠겨 있습니다. 어쩌면 아픔을 같이했던 사람들 모두는 세월호에 승선해 있는 것입니다. 이제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향해 힘차게 돛을 올려야 하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입니다. … (중략) …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세명대 구성원 모두 세월호의 진실에 더 관심을 가져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세명대학교 교수협의회 드림-"

덧붙이는 글 |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커뮤니티 (http://journalism.semyung.ac.kr/vishome)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태그:#세월호, #세명대, #제천, #부스, #노란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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