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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의 위탁사업인 '재택위탁집배원'에 대한 위장도급 의혹이 제기됐다. 재택위탁집배원은 우본과 위탁계약을 맺고 우편물을 각 가정으로 배달하는 업무를 수행하지만, 사실상 우본이 고용한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열악한 처우로 논란이 된 택배위탁사업과 함께 공공서비스인 우정사업 전반에 위탁계약으로 인한 문제가 제기될 전망이다.(관련기사 : 6년째 1위 우체국 택배, 비결은 '기사 쥐어짜기')

13일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배달 물량 배정, 복장 등을 우본이 지정하고, 근무 시간과 장소 역시 우본이 지정한 곳으로 한정돼 있는 재택위탁집배원은 사실상 우본과 고용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그 근거로 지역 우체국이 재택집배원의 근태를 관리하기 위해 작성한 '근무상황부'와 임금의 성격의 시급계약을 맺는 위탁계약서 원본을 공개했다.

노 의원은 "근무상황부를 작성하는 것은 우체국이 재택집배원의 근태를 관리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일정한 업무를 위탁하고 그 업무의 수행결과만을 놓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위탁계약에서는 위탁업무 수행자의 근무 형태에 원청이 개입할 수 없게 돼 있다. 또 수수료를 시급(5200원)으로 계산해 지불하는 것은 일정 시간 근로에 대한 대가로 봐야 한다는 게 노 의원의 주장이다. 실제로 재택집배원들은 초과근무를 할 경우 계약서상 명시된 시급을 기준으로 추가수수료를 받았다. 업무량이 아닌 근로시간이 수수료 지급 기준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근로처우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재택위탁집배원은 전국 9개 우정청에 688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 40~50대 여성으로 계약서상 일일 4~7시간씩 월 25일 내외로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노웅래 의원실의 조사결과, 이들 대부분이 사실상 초과근무인 월 10~20시간가량의 '무료노동'을 하고 있으며 월차휴가나 여름휴가조차 쓸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일해도 이들이 받는 수수료는 월 60~90만 원 수준이다.

재택위탁집배원 제도는 지난 2002년 시행됐다.  그전까지는 우체국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로 직접 고용해 집배업무를 일부 수행했다. 우본의 위탁사업은 "우편업무의 일부를 다른 자에게 위탁할 수 있다"는 우편법 2조 5항을 근거로 한다.

이와 관련 노웅래 의원은 "우정사업본부의 재택위탁집배원은 '위장도급' 계약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국가가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를 반 인권적이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사업 수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정사업본부는 위장도급 개선안 마련은 물론 위탁계약자들과의 고용 관계를 즉각 인정해야 한다"며 "미래창조과학부와 우정사업본부가 불법적인 위탁계약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본 측은 "근무상황부는 수수료 계산을 위해 필요해 작성한 것"이라며 "근무조건은 우편 법령에 따라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지 재택집배원을 지휘·감독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시급으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과 관련해 "수수료 지급기준이 시급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상 물량에 따른 기준"이라며 "우편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은 시간당 단가를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우정사업본부, #노웅래, #우본, #집배원, #위장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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