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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오후 1시. 둘째아이(14개월)는 꼭 점심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차를 세우는 순간 잠을 잡니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졸려서 칭얼대더니, 견디다 못해 이제야 잠을 자는 것이죠. 하지만 차의 시동을 끄는 순간, 아이는 다시 깨버릴 겁니다. 차가 멈추는 걸 귀신같이 알아버리죠. 그래서 저희는 시동을 끌 수 없습니다. 간신히 자는 아이를 다시 깨우면, 아주 난리가 나니까요.

그렇게 고픈 배를 부여잡고, 대부도를 지나쳤습니다. 그러자 바로 첫째아이(12살)는 뿔이 났습니다. "배고파 죽겠는데, 벌써 이런 경우가 몇 번째인지 모른다"고요. 아내는 뿔난 아이에게, 조금만 참으라며 달래고 있습니다. 1시간만 낮잠을 재우고 맛있는 조개구이를 먹자는 말로 유혹을 했죠. 원래는 칼국수로 점심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입이 툭 나온 아이를 위해 메뉴를 바꾼 것이죠. 물론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아이를 위해 잠시 차를 세워야 했습니다. 잽싸게 어묵꼬치라도 먹을 수 있는 장소를 택했죠. 그곳은 바로 경기도 안산에 있는 '탄도항'입니다.

탄도항은 오이도에서 시하방조제를 건너고, 또 대부도를 지나쳐 한참을 달리면 만나게 되는 곳입니다. 바로 옆에는 전곡항이라는 아주 유명한 항구가 있기도 하죠. 대부도에 거리는 약 18km, 시간상으로는 약 30분에서 40분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이젠 아들뿐 아니라 저도 배고파 죽겠네요.

탄도항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 누에섬이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지금 바닷물이 빠지는 걸까요, 아니면 들어오는 걸까요?
 탄도항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 누에섬이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지금 바닷물이 빠지는 걸까요, 아니면 들어오는 걸까요?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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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살며시 시동을 꺼봅니다. 그리곤 저희 셋이 일제히 둘째아이를 바라보았죠. 다행히 아이는 깨지 않았습니다. 저는 살짝 큰아이와 차에서 내려 어묵꼬치를 먹으러 갑니다. 아내는 둘째아이 옆에서 조금 더 참아야 합니다. 제가 사다줄 때까지 말이죠.

일단 배고픔을 먼저 달래주고!
 일단 배고픔을 먼저 달래주고!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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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탄도항이 참 좋은 게, 저렇게 바닷길이 열리면 누에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기서 보면 참 가까워 보이죠? 하지만, 편도 약 30분 정도는 걸어가야 누에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2시간이 걸릴 수도 있죠. 중간 중간, 게와 소라 등을 잡아줘야 하니까요.

조만간 확실하게 바닷길이 들어 날 겁니다.
 조만간 확실하게 바닷길이 들어 날 겁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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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물이 빠지는 중인데, 완전히 다 빠지려면 한참이 걸린다는 어묵가게 주인장의 말을 들으며, 저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지금 우리 현실에도 저렇게 확실한 미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요. '조금 늦더라고 반드시 길이 열린다는 확실한 믿음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저 멀리 갈매기들과 사람들이 물이 빠지는 지점에서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연은 이렇게 뭐든지 함께 나누고 어울리면 참 좋은데 말이죠. 인간들은 왜 서로 다투려고만 하는지, 함께 나누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자기만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저기 있는 갈매기들은 물론, 먹이를 노리고 있겠지만....
 지금 저기 있는 갈매기들은 물론, 먹이를 노리고 있겠지만....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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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잠시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저도 잠시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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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저도 길이 열리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곧 아들의 외침소리를 들었죠.

"아빠! 어디 가! 엄마가 기다리는데?"

아참! 아내가 차에서 기다리는 걸 깜빡 잊었네요. 제가 어묵 사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종이컵에 어묵과 국물을 담아서 아내에게 달려갑니다.

"미안해 여보!"

추가로 예전 탄도항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2003년 12월의 모습입니다.
 2003년 12월의 모습입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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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의 모습입니다. 누에섬에서 탄도항으로 나오는 길인데, 오른쪽으로 풍력발전소 기초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2009년 11월의 모습입니다. 누에섬에서 탄도항으로 나오는 길인데, 오른쪽으로 풍력발전소 기초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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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여기서 누에섬 앞에 생긴 풍력발전소에 대한 얘기를 할까요. 관련 뉴스를 찾아보니, 저 풍력발전소는 2009년 말에 완공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해상에 들어선 풍력발전소로는 이곳이 최초이고 국비와 도비를 통틀어 67억5000만 원이 투입되었다고 하네요.

또한 750kw급 풍력발전기 3기에서는 연간 1300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1920톤의 탄소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기사가 말해주는 대로, 정말 새로운 에너지로서 저 풍력발전소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0년 8월의 모습입니다. 탄도항에서 누에섬 가는 길에 풍력발전소가 멋지게 들어섰습니다.
 2010년 8월의 모습입니다. 탄도항에서 누에섬 가는 길에 풍력발전소가 멋지게 들어섰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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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의 모습입니다. 이제 당당히 일몰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1년 1월의 모습입니다. 이제 당당히 일몰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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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탄도항, #풍력발전소, #일몰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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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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