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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의사 성폭력 범죄자는 602명으로 전문직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이 경찰청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2017~2020) 성폭력 범죄자 직업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문직 성폭력 범죄자 5569명 중 의사가 602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예술인 495명, 종교가 477명, 교수 171명, 언론인 82명, 변호사 50명 순이었다.

연도별 추이는 2017년 1461명에서 2020년 1113명으로 감소했으나 의사, 변호사, 종교가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의사의 경우는 조사대상인 6개 전문직 중 유일하게 2019년 대비 2020년에도 증가하였다.
 
최근 4년간(2017-2020) 성폭력 범죄자 직업별 현황(경찰청)
 최근 4년간(2017-2020) 성폭력 범죄자 직업별 현황(경찰청)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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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 의원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의 경우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절대적인 신뢰를 이용해 무방비 상태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로 그 위험도와 심각성이 더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의사의 성폭력 범죄는 반드시 면허 취소 등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되어야 근절될 수 있다"면서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에 대한 의사 면허취소법의 조속한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들이 성범죄나 심지어 살인을 저질러도 의료행위와 연관성이 없다면 의사 자격이 유지된다. 2000년 이전의 의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자'를 의료인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이를 면허 취소 사유로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의사 출신의 김찬우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취소가 가능하다"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함으로써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취소는 법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당시 국회 심의가 이루어진 의료법 개정안에 구체적인 개정취지는 설명되어 있지 않으며, "국민의 의료이용 편의를 증대시키고 의료서비스의 효율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는 내용만 기술되어 있다. 면허 취소 사유의 범위 축소가 국민 의료이용 편의와 의료서비스 효율화에 무슨 상관성이 있냐는 의문점이 들 뿐이다.

해외 의사도 국내 다른 전문직도 이렇게 엄격한데... 왜 의사만?

해외는 의사 면허 취소에 대해 어떤 규정을 갖고 있을까. 먼저 일본은 벌금 이상의 형에 처해진 자는 의사법(제4조, 제7조)에 따라 면허취소 또는 3년 이내의 의료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다수의 주에서 형사사건에서의 유죄 전력은 면허교부가 불허되는 전형적 또는 중요한 이유이며, 이는 범죄행위가 의료행위와 관련이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의사가 형사피고인이 되는 경우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면허를 정지하고, 직무 수행과 관련한 위법이 있다고 확정되면 면허를 일시 또는 영구 정지한다.

비단 해외 사례뿐만 아니다. 의사 면허는 국내의 다른 전문직에 비해서도 과도한 특혜를 받고 있다. 전문직으로 평가받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및 변리사, 더 나아가 직무상 청렴의무가 있는 공무원, 공익적 성격의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국립대학법인 임원 등의 경우 기본적으로 모두 '금고 이상의 형 선고'를 면허·임용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다른 전문직들은 이러한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는데 반해 의사만 살인이나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면허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가 적지 않은 의료법을 여당을 필두로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2월 "금고 이상의 형(선고유예 포함)을 선고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 성명을 발표하였다. 의협은 개정안을 '면허강탈법안'이라고 칭하고 있다. 또한 의료계 일각에서는 경찰청의 전문직 성범죄 조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의사라는 분류에 치과의사, 한의사는 물론 수의사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하지만 반대와 불만을 얘기하기에 앞서 의협 스스로 의사들의 성범죄가 심각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자발적인 자체 개선 및 징계에 나서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의사들이 다른 전문직에 비해 성범죄율이 높다는 사실과 의사들이 다른 전문직에 비해 훨씬 널널한 면허 취소 규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의협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지금처럼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호도한 채 아무리 개정안이 잘못되었다며 소리내봤자 그 말에 귀 기울일 국민은 없을 것이다.

태그:#의사 면허, #의료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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