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한해 보도 중 최고의 상을 뽑는 한국기자상에 취재, 경제, 기획, 지역기획 등 4개 보도 부문에서 7편이 선정돼 20일 시상을 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김동훈)가 2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제51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시상식에는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 김순덕 <동아일보> 전무, 박기병 대한언론인회 회장, 박정훈 관훈클럽 총무, 오정훈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고찬수 한국PD연합회장,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 한국기자상 심사위원장인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 남상덕 SBS 보도본부장, 엄경철 KBS 보도국장, 이승렬 <국제신문> 편집국장 등 언론단체 대표, 수상자, 가족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인사말을 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한국기자상 그러면 한국의 퓰리처상, 이렇게 부르고 있다"며 "1972년과 1980년, 두 번만 빼고 면면히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역대 수상작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상자들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하고 비리를 파헤쳐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기여를 했다"며 "오늘 수상작들도 보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보호하는데 앞장섰던 기사들"이라고 말했다.
배정근 심사위원장(숙명여대 교수)은 심사평을 통해 "엄정한 심사를 통해 4개 부문 7편을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며 "수상작들은 기업과 고위공직자들에 감춰진 비리를 파헤치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취약계층의 열악한 삶을 드러내며, 묻혀있던 의미 있는 역사적 사실을 발굴하고 이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 높은 보도의 양식을 구현함으로써 한국 언론의 희망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제51회 한국기자상은 74건의 후보작 중 취재보도, 경제보도, 기획보도, 지역기획보도 등 4개 부문에서 7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또한 제10회 조계상 국제보도상도 시상했다.
취재보도부문은 SBS 조동찬·남주현·노유진·배준우 기자의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 의혹'과 <동아일보> 황성호·신동진·이호재·김동혁·장관석 기자의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과정 추적 등 인사검증' 등 2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경제보도부문은 <한국경제신문> 조진형 기자의 <라임 펀드, 美 폰지사기에 돈 다 날렸다>가 선정됐다.
기획보도부문은 <한겨레> 권지담·이주빈·황춘화·정환봉 기자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경향신문> 김지환·최민지·황경상 기자의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KBS 이재석·이세중·권순두·이정태 기자의 <밀정 2부작> 등 3편이 수상을 했다.
지역기획보도부문은 <국제신문> 특별취재팀의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1&2'가 선정됐다.
특히 제10회 조계창 국제보도상에 <한국일보> 고찬유 기자의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 기업 파문'이 선정돼 수상을 했다. 이날 각 수상작을 대표해 수상자 대표가 수상소감을 밝혔고, 조계상 국제보도상 수상자는 영상으로 소감을 밝혔다.
수상자인 조동찬 SBS 기자는 "좋은 보도로 상을 받았으면 환하게 웃을 수 있는데 상을 받는 저는 좋은 일이지만 이것과 관련된, 인보사를 사용했던 환자분들, 저 약을 만들었던 회사, 회사에 투자했던 모든 분들, 피해자만 남는 보도라서 크게 웃는 것도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저희가 묵묵히 해왔던 것에, 이렇게 큰 상을 줬던 것에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기뻐하며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수상자인 권지담 <한겨레> 기자는 "작년 이맘때쯤 제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굉장히 구직활동을 오래 했다"며 "두 달간의 구직활동을 거쳐 요양원에 취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까지만 해도 저에게 이 요양보고서는 제가 잘 해내야 하는 과제나 프로젝트, 일이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제가 실제로 요양보호사로 요양원에 들어가자 저의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됐다, 거기에 누워서 일생을 마감해야 하는 노인과 그들을 돌봐야 하는 중년 여성 요양보호사들은 그 누구도 존엄한 삶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SBS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 의혹' 보도는 세계 최초의 고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신약에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세포가 사용된 사실을 밝혀내는 등 안전성과 허가과정의 의혹을 선도적으로 파헤쳐 호평을 받았다.
또 다른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동아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과정 추적 등 인사검증' 보도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증과 여론의 물줄기를 바꾼 결정적 기사로, 아무런 기초자료 없이 하나하나 새로운 사실을 추적하는 집요한 취재와 치밀한 추가검증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한국경제신문>의 '라임 펀드, 美 폰지사기에 돈 다 날렸다' 보도는 한국형 헤지펀드로 급성장하던 라임자산운용의 편법적인 자산운용 의혹을 최초로 폭로하고, 국제적인 금융사기에 휘말린 사실을 파헤친 경제 감시 보도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부문은 3편이 선정됐다. <한겨레>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보도는 기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따고 요양원에서 한 달 동안 일한 것뿐만 아니라 방문요양보호사들에 대한 심층면접과 설문조사, 그리고 방대한 분량의 정부 점검보고서를 일일이 분석해 노인 돌봄 실태를 총체적으로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경향신문>의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보도는 중대재해 사망자 사고보고서를 전수 조사하고 한명 한명의 사연에 생명을 불어넣는 혁신적 시도를 통해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강렬한 울림으로 전했다는 평가다.
KBS의 '밀정 2부작'보도는 8개월에 걸친 장기취재를 통해 그동안 학계나 언론에서 거의 논의된 바 없는 일제 강점기 밀정 활동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역사적 가치가 높은 보도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지역기획보도부문 수상작인 <국제신문>의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1&2' 보도는 박정희 시대의 종식을 촉발한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해온 부마항쟁의 실상을 항쟁참여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군 기밀문서 입수 등을 통해 재구성한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연합뉴스> 선양특파원으로 재직 당시 순직한 고(故) 조계창 기자를 기리기 위해 2010년 한국기자협회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제정해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조계창 국제보도상' 수상작에는 <한국일보>의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 기업 파문'이 뽑혀 함께 시상식을 진행했다.
한편 한국기자상은 한국기자협회가 회원의 자질향상과 취재 의욕을 높이기 위해 1967년 제정한 자타가 공인한 대한민국 최고의 기자상이다. 한국기자상은 전년도 한 해 동안 열심히 취재 보도한 기자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컸던 기사를 선정해 매년 시상을 하고 있다. 한국기자상은 기자사회에서 가장 권위 있고 전통 있는 상으로 정평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