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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후보자 청문회 증인 출석한 오현석 판사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항의하며 단식투쟁을 벌인 오현석 인천지법 판사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김명수 후보자 청문회 증인 출석한 오현석 판사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항의하며 단식투쟁을 벌인 오현석 인천지법 판사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제 글에 표현이 미흡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송구합니다."

야당 의원들이 현직 판사를 국회로 불러내 굴복시키려 했다.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이 '불순'하다는 이유였고, 대법원장 후보자의 자질검증과는 별 상관없는 질의가 이어졌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3일 김명수 대법원장 청문회를 이틀째 열고 오현석 인천지방법원 판사를 증인으로 세웠다.

오 판사는 지난 8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일자 사법부 쇄신을 촉구하며 열흘 넘게 단식했다. 최근에는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에 정치와 무관한 진공상태에 사법 영역이 존재한다는 관념은 허상이며, 판사는 자기 나름의 올바른 법률해석을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맥락이 삭제된 채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  "남의 해석일 뿐인 대법원의 해석"이라는 부분만 부각돼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날 청문회는 예상대로 사상검증으로 흘렀다. 대법원장 후보자의 자질검증과 무관하게 현직 판사를 증인으로 채택했을 때부터 우려된 일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다 탈퇴한 오 판사를 통해 이 모임 회장 출신인 김명수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검증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글 올린 목적이 뭔가" 때 아닌 사상검증



야당 의원들은 먼저 오 판사에게 김 후보자와의 사적 관계를 캐물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명수 후보자와 어떤 관계냐" "친밀도를 말하라" "그냥 존경하는 정도냐" "노선과 이념이 같나"라고 추궁했다. 이에 오 판사는 "그 분을 잘 알지 못한다" "개인적 친분이 없다"라고 답했다.

다음에는 오 판사가 글을 올린 '숨은 목적'이 도마에 올랐다. 오 판사가 "판사로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건 너무 분명하고, 판사들에게도 너무 당연해서 글에서는 생략했다. 법원 내부 게시판을 통한 토론과정에서 짧게 표현하다 보니 미흡했다"라고 설명했음에도 취조는 계속됐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내부 통신망이라고 하지만 거기 올라온 글이 대부분 언론에 보도된다"면서 "쓰는 것마다 기사화되는 과정에서 그 글을 올린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오 판사가 "올라오는 글이 굉장히 많고 과연 그 중 몇이나 보도되는지 아는 바 없다"고 답하자 손 의원은 "그냥 당당하게 말씀하세요" "보도될 거 알고 썼죠?" "정치적 목적이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공세를 펼쳤다.

같은 당 이용주 의원은 "오 판사가 올린 글은 개인적으로 현직 판사로서 충분히 쓸 수 있는 글이라고 본다"면서도 "문제는 이 글을 쓴 시기가 적절한지 여부다. 동기는 뭐였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오 판사는 "법관 전용 게시판에는 온갖 주제로 글이 올라오고 저도 어느 고법 부장님의 글을 보고 생각난 바가 있어서 올렸는데 마치 무슨 의도가 있다고 오해가 생겨 유감"이라며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의원은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을 펼쳤다. 그는 "김명수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이 논란이 된 시점에 증인이 글을 올렸다"면서 "때문에 논란이 생길 걸 미리 예상하고 후보자를 두둔하거나 지원사격을 해주기 위해 글을 썼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전에는 오 판사를 향해 "후보자 지명을 예상했느냐" "전혀 못했느냐"고 재차 물었다.

김 후보자 지명 발표 당시 법조계는 충격에 빠졌고 그같은 인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부절적한 증인 채택" 여당 의원 질의 포기

기동민 "정치적 의도 증인 출석 철회해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오현석 인천지방법원 판사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현직 판사의 정치적 편향성을 캐물으려 한다"며 "헌정 사상 유례없는 증인 채택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동민 "정치적 의도 증인 출석 철회해야"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오현석 인천지방법원 판사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현직 판사의 정치적 편향성을 캐물으려 한다"며 "헌정 사상 유례없는 증인 채택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여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현직 판사의 정치적 편향성을 캐물으려 한다"면서 "헌정 사상 유례없는 증인 채택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야가 이미 합의했다는 이유로 청문회가 계속 진행되자 "채택 이유를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며 질의를 포기했다. 전해철 의원도 "후보자와 관련 없는 부적절한 증인 채택이지만 이 증인을 합의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어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내부 통신망에 토론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국회까지 불려온 오 판사는 청문회 내내 굳은 얼굴로 답변을 이어갔다. 오 판사는 계속된 야당 의원들의 추궁을 견딘 끝에 청문회 끝날 즈음에야 조금 긴 소회를 밝힐 수 있었다.

그는 먼저 "판사는 중립을 반드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제 소신은 확실하다"면서 "지금까지 제가 한 재판에서 중립을 어긴 적이 없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판사가 재판을 잘하려면 기록 검토와 연구를 열심히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시대 전체와 사람 사는 일에 두루 관심을 가지는 일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김명수#대법원장#오현석#판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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