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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군 문백면 도하리 578번지 한국환경공단 관측공(노란색)
 충북 진천군 문백면 도하리 578번지 한국환경공단 관측공(노란색)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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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국민을 언제까지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구제역 침출수 유출과 관련하여 환경부 행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환경부는 그동안 구제역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그러나 구제역 매몰 300곳 중 105곳에서 침출수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2012년 환경부 예산안 국회 환노위 검토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되자 이번에는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고 침출수가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1년 2월부터 전국 4799개 매몰지 가운데 문제가 제기된 매몰지, 하천 인근에 조성된 매몰지, 대규모 매몰지 등 300개 매몰지를 선발하여 한국환경공단에 '분기별'로 환경영향을 조사하도록 용역을 주었다.

한국환경공단에서는 300개 매몰지에 대하여 관측정을 설치하고 수질측정, 토양, 수리지질, 침출수 유출여부 및 흐름평가, 확산범위 등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지난 3월 1분기에는 270개소를 일반조사하고 30개소를 정밀조사한 결과 26개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되는 것이 확인되었고 81개소가 지속관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300개 개운데 약 1/3인 107개소에서 침출수가 유출되고 있거나 유출이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면 전체 4799개 매몰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여 실시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하는데도 환경부는 이를 숨겨왔다.

2012년 환경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환노위 검토보고서가 보도되지 않았다면 환경부는 2012년 2월까지 침출수가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스스로가 확인한 결과를 국민들에게는 숨기면서 단 한 곳도 침출수가 유출된 곳이 없다고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해온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다.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 유출 없다"... 환경부의 거짓말은 '범죄'

유영숙 환경부장관
 유영숙 환경부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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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2012년 예산안 국회 환노위 검토보고서에서 3분기 조사결과를 작성하면서 침출수 유출 105개소, 지속관찰 필요가 있는 곳이 46개소로 둘의 합이 총 151개소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디에도 이 수치가 추정치라는 언급은 없다. 하지만 환경부는 '침출수 유출 105개소'라는 언론 보도가 나자 그때서야 실제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매몰지는 84개소라고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환경부는 2012년 예산편성 작업을 할 때인 8월에 3분기 조사결과가 미도출된 상태에서 상반기까지의 관측정 조사결과를 토대로 침출수 유출 가능 매몰지를 추정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자료에서 밝히고 있다. 즉 3분기까지 관측정 조사결과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매몰지는 84개이나 침출수 유출이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부의 해명을 보면 마치 각 분기마다 조사가 덜 진행되어 추가적인 조사가 남아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일 뿐이다. 환경부는 일반조사에서 암모니아성질소, 염소이온, 질산성질소 등의 성분을 조사하였고, 그 결과 2개 이상이 동반상승할 경우 다시 아미노산 분석법을 활용한 정밀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1/4분기 26개소, 2/4분기 78개소, 3/4분기 84개소에서 침출수가 유출된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용역을 주어 사체유래물질분석기법을 활용한 침출수 유출확인기법을 개발하고서도 이를 전체 4799개 매몰지에 대한 현장조사로 활용을 하도록 하지 않고 있으며, 2012년도에도 2011년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300개 매몰지에 대해서만 침출수 유출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2/4분기 조사 결과를 보면 침출수 유출이 78개소, 지속관찰 필요한 매몰지가 66개소로 144개소가 침출수가 유출되고 있거나 유출이 의심이 되는 상황이다. 전체 300개 매몰지 가운데 약 절반에 가까운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되고 있거나 의심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었으면 숨기고 뭉갤 것이 아니라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긴급예산을 확보하여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마기를 거치면서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만들었다. 

환경부, '침출수 유출' 심각성 인정하고 대책 마련해야

충북 진천군 문백면 도하리 578번지, 침출수가 사면에서 새어 나와 고여 있는 모습
 충북 진천군 문백면 도하리 578번지, 침출수가 사면에서 새어 나와 고여 있는 모습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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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시민조사단이 확인한 지하수 오염 사례도 있는데 환경부는 일체 인정을 하지 않을 뿐이다. 지난 3월 밝혀진 경기도 이천시 모전리 지하수 침출수 유출 사례를 보더라도 환경부의 주장은 신뢰하기 힘들다. 모전리의 경우 환경부가 용역을 주어 개발한 사체유래물질 기법을 가지고 매몰지에서 거리별 지하수 관정을 조사한 결과 침출수가 지하수에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매몰지에서 거리가 가까울수록 침출수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언론에  이런 내용이 보도되자 환경부는 매몰지를 이설하면서도 침출수 유출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끝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침출수 유출이 확인되는 자료가 나와도 그 원인이 축산폐수나 비료 등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원인을 전가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 배포한 환경부 보도자료를 보면 1/4분기 매몰지 주변 지하수 관정 7930개소 중 1982개소(25%)에서 수질기준을 초과하였으나 축산폐수, 비료, 퇴비 등에 의한 것이며 침출수로 인한 영향은 아니라고 밝혔다. 질산성질소는 축산폐수에서 많이 발생이 되나 암모니아성질소는 침출수에서 높게 나타나는 특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산폐수나 비료, 퇴비 등으로 원인을 돌리는 것은 권한남용이며 환경부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환경부는 더 이상 거짓말로 침출수 유출을 덮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더불어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 2012년 예산 수립에 반영하여 문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정수 박사(농학박사 생태학)는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입니다.



태그:#구제역, #침출수,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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