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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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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 이날 국감 현장에서도 국내 재벌 총수일가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가 도마위에 또 올랐다. 대기업 지배구조와 부당거래 등을 조사하는 공정위 국감에선 거의 매년 단골매뉴로 오르는 이슈다. 특히 올해 국감에선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사용되면서, 최근 논란이 됐던 '재벌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 2·3세들이 대주주로 있거나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 그룹 계열사들이 일감을 대거 몰아주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해당 회사는 단시간에 급성장을 하게된다. 이들 회사는 대체로 비상장 회사였다가, 일정기간 후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재벌 2·3세들은 막대한 부를 챙기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계 2위인 현대기아차 그룹의 정의선 부회장이다.

이날 국감에서도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대한 물량 몰아주기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이어 임 의원은 "공정위는 지난 2007년 현대차그룹의 부당내부거래를 적발하고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물렸지만, 전혀 근절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도마위에 오른 재벌 경영권 승계의 새 방법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 등 3세들의 계열사 지분 투자 수익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 등 3세들의 계열사 지분 투자 수익
ⓒ 경제개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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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구소가 이날 내놓은 '재벌승계 어떻게 이뤄지나-현대자동차그룹' 보고서는 이른바 '정의선 식(式)' 경영권 승계 방법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정의선 부회장 등 현대가 재벌 3세들이 얼마나 막대한 부를 올렸는지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지난 2000년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 이후, 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자동차 그룹은 올 4월 기준으로 63개 계열사에 자산규모 126조의 재계 2위 재벌이다. 현대차 그룹의 소유지배구조 역시 계열사들끼리 서로 자본을 출자해 얽혀 있는 순환출자 구조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33.75%)→현대모비스(16.88%)→현대자동차(20.78%)로 이어진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지분 5.17%를 비롯해 현대모비스(6.96%) 등 관련 계열사 지분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반면 정 회장의 자녀들은 주력 계열사 지분보다는 신생 회사들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다.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글로비스(31.88%)와 엠코(25.06%), 이노션(40%), 오토에버(20.10%), 위스코(57.87%), 서림개발(100%) 등에 지분을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의 누나들인 정성이, 정명이, 정윤이 등도 이노션과 현대커머셜, 해비치호텔엔드리조트 등에 각각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 정 회장의 4남매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가치가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향후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금 확보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4남매와 배우자가 가지고 있는 계열사 지분가치 가운데, 정의선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가량 된다"면서 "아직 그룹 주력 계열사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정 부회장에게 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식 지분승계는 '회시기회 유용+ 일감몰아주기' 극대화

정 부회장의 가장 큰 현금 창구가 된 곳은 바로 현대 글로비스다. 2001년 2월 운송 및 복합물류회사로 만들어졌는데, 정 부회장은 당시 지분 59.85%를 갖고 있었다. 이후 2004년 지분 매각과 2005년 주식시장 상장으로인한 일반 공모로 지분이 줄었다. 현재는 31.88%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최대주주다.

그는 10년 동안 이 회사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얼마나 벌었을까. 정 부회장이 이 회사 주식 소유를 위해 투자한 돈은 불과 30억 원이다. 2003년엔 약 60억 원의 현금배당을 받더니, 2005년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주가는 큰폭으로 올랐다. 최근 금융위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주가하락이 그리 크지 않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정 부회장의 지분 평가액은 무려 1조7800억 원에 달한다.

채 연구위원은 "글로비스 투자로 인한 정 부회장의 연평균 수익률이 무려 290%다"라며 "이는 투자액의 가치가 매년 거의 3배씩 늘어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
ⓒ 경제개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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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이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선 상상하기 힘든 수익률을 올릴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현대차 계열사간의 일감몰아주기 등 내부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작년말 기준으로 글로비스의 총 매출 5조8339억 원 가운데 무려 89.33%인 5조2113억 원이 현대차 계열사들을 통한 것이다. 설립 당시인 2001년부터 10년 동안 20조 넘는 매출 가운데 86% 이상이 현대차 계열사들이 몰아준 것이다.

글로비스뿐 아니다. 건설회사인 현대 엠코 역시 건설경기 불황에도, 정 부회장에게 연평균 25%의 수익을 가져다 줬다. 물론 엠코도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제철 등 계열사들의 일감에 크게 의존해왔다. 광고회사인 이노션이나, 시스템 업체인 현대 오토에버, 자동차 부품업체인 본텍, 현대 위스코 등도 정 부회장에게 매년 높은 수익을 안겨다 줬다.

공정위도 지난 2007년 현대자동차가 계열사에게 모두 2037억 원에 달하는 부당지원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507억9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당시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간 부당 거래로 판단한 금액만 2327억 원이었다. 고가 비용으로 물량을 몰아줬다는 것이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법 적용 등을 면밀하게 보고있다"면서 "올해 말까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국감, #현대차, #정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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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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