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광주·전남 지역 중·고·대학생들과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이 5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 앞)에서 '광주시민 길바닥회담'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열정페이, 성소수자 인권 등을 주제로 자유롭게 발언했다.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석한 시민이 가면을 쓴 채 서 있다.
▲ '복면' 쓴 채 '립스틱 짙게' 광주·전남 지역 중·고·대학생들과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이 5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 앞)에서 '광주시민 길바닥회담'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열정페이, 성소수자 인권 등을 주제로 자유롭게 발언했다.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석한 시민이 가면을 쓴 채 서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옴메, 뭔 말을 할라고 했는디 까먹어브렀네."

마이크를 든 광주 수피아여자고등학교 학생의 머리가 하얘졌다. 여러 사람 앞에 서서 지난달 11월 14일 열렸던 '1차 민중총궐기' 이야기를 하던 학생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 나왔다.

"괜찮아! 괜찮아!"

학생의 말을 유심히 듣던 사람들은 마음을 모아 응원을 보냈다. 다시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간 학생은 "지난 1차 민중총궐기를 보며 '역사가 정말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구나'라고 느꼈다"며 자신있게 말을 맺었다. "다음 발언하실 분?" 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왔다.

길바닥회담 시작에 앞서, 시민 300여 명이 광주 동구 금남로를 행진하고 있다.
▲ 금남로 행진 길바닥회담 시작에 앞서, 시민 300여 명이 광주 동구 금남로를 행진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석한 한 아이가 가면을 쓴 채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 '제 복면, 어때요?'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석한 한 아이가 가면을 쓴 채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서울에서 2차 민중총궐기가 열린 5일, 광주에선 학생들이 대거 참여한 '광주시민 길바닥회담'이 열렸다. 광주·전남 지역 중·고·대학생 120여 명과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 150여 명은 오후 2시~4시 30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 앞)에 모여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열정페이, 성소수자 인권 등을 주제로 자유롭게 발언했다.

앞서 오전 10시 광주역에서 출발해 5.18민주광장까지 행진한 이들은 1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기도 했다. 시위대를 IS와 비교한 박근혜 대통령과 '복면시위 금지법'을 추진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복면 시위'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 박근혜-국정화 궁합, 99%?!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한빛고 학생들의 합창 공연이 시작되자, 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호응하고 있다.
▲ 학생들 합창에 시민들 열띤 호응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한빛고 학생들의 합창 공연이 시작되자, 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호응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정부, 우리 말 꼭 들어야"

세월호 참사 후 599일째 되는 날인 이날, 자신을 "올해 수능을 본, 세월호 참사로 숨진 친구들과 같은 나이의 학생"이라고 소개한 김아무개양은 "사실 지금 이 자리에 선 내 자신이 부끄럽다"라며 길바닥회담의 문을 열었다.

"차디찬 바다 속에서 마지막 아이가 눈을 감을 때, 어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높으신 양반들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도대체 왜, 제 친구들을 죽이셨습니까? 수능이 끝나고 나서, 입시라는 탈을 벗어버리고 나서야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다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 않느냐'라고 말하지만 저도 '가만히 있으라'라는 어른들의 명령을 따른 것이기 때문에 부끄럽고 이미 떠나버린 내 친구들에게 미안합니다.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 어른들의 말은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하고 있지 않을 것이며,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명령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정부가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할 때까지 사실과 진실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이게 지금 제 위치에서 제가 친구들에게 할 수 있는 사과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기억해주세요."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한빛고 학생들이 합창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광주시민 길바닥회담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한빛고 학생들이 합창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날 길바닥회담에서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발언이 이어지자, 참가자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세월호 추모 발언에 '눈물' 이날 길바닥회담에서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발언이 이어지자, 참가자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눈가가 촉촉해진 김양의 떨리는 목소리에, 발언을 듣던 참가자들도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화순에서 온 고등학생 박아무개양은 "이 사건은 죽은 사람들과 그 가족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슬픔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우리의 말을 꼭 들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다른 고등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세월호 팔찌를 사 항상 끼고 다닌다"며 "이번에 개봉한 <나쁜나라>도 함께 볼 예정이다"고 발언을 이어갔다. 학생들의 말을 들은 한 40대 여성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에 가 IS의 테러로 목숨을 잃은 프랑스 국민들 앞에 꽃을 놓으며 애도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역겨웠다"며 "세월호에 탄 국민 300여 명을 구하지 못한 자에게 파리 시민들을 추모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한 학생이 직접 펜을 들고 가면을 꾸미고 있다.
▲ 내 복면은 내가 직접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한 학생이 직접 펜을 들고 가면을 꾸미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모녀가 가면을 쓴 채 한빛고 학생들의 합창 공연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고 있다.
▲ '복면' 쓴 모녀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모녀가 가면을 쓴 채 한빛고 학생들의 합창 공연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기억하자, 5.18처럼 세월호도..."

학생 참가자가 많았던 탓에, 이날 길바닥회담에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큰 호응을 얻었다. 전남 담양 한빛고 학생은 "제게는 저보다 세 살 어린 아주 사랑스러운 동생이 있다"며 "동생이 잘못한 것을 숨기는 역사가 아니라 당당히 드러내고 사과할 줄 아는 역사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선별한 일부 사람들이 역사교과서를 집필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앞서 일어났던 사건들의 의미와 가치를 정부의 생각에 따라 뒤집어버릴 수 있게 됩니다.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 또한 충분합니다.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아 몰랑'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진행하는 것은 과거의 사건을 미화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단순한 짐작이 아닙니다. 여태 정부가 권력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저질러온 일을 보십시오.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저지른 언론 통제와 사건 조작.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가 역사관의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말을 적어도 저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한 시민이 가슴에 팻말을 단 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친일·독재 미화, '새누리당이 하겠습니다?'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한 시민이 가슴에 팻말을 단 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석한 한 학생이 '부정불량 교과서 신고는 국번없이 1205'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 불량 교과서 신고는 1205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석한 한 학생이 '부정불량 교과서 신고는 국번없이 1205'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어 "사학과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동신여자고등학교 학생은 "동아리를 만들어 동북공정이라고 하는 중국의 역사왜곡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했는데, 굉장히 창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역사왜곡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굉장히 화가 나면서도 슬프다"라고 강조했다.

광주교육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행여 국정교과서가 나오더라도 5.18민주화운동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1980년 5월 18일을 살았던 분들이고, 그들이 계속해서 기억을 이어왔기 때문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30년 전만 해도 5.18은 폭동이었지만, 그 기억을 계승해온 탓에 6월항쟁이 벌어지고 진실을 알게된 것 아닙니까. 세월호도 끝까지 잊지 않는다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이날 길바닥회담을 주도한 학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였으며 같은 시각, 광주 외에도 서울·경기·경상·강원·충청 등에서 '학생총궐기'라는 이름으로 집회가 열렸다(관련기사 : 여경 꿈꾸는 공주 여고생, 이민 대신 피켓 들다).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한 시민이 가면과 마스크를 쓴 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복면' 쓴 채 1인시위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가한 한 시민이 가면과 마스크를 쓴 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석한 시민들이 가면을 쓴 채 율동을 하고 있다.
▲ '복면' 쓴 채 주먹 쥐고... 이날 길바닥회담에 참석한 시민들이 가면을 쓴 채 율동을 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 편집ㅣ이준호 기자



태그:#세월호, #국정교과서, #광주, #길바닥회담, #민중총궐기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