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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연제구 부산시청 후문에서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시작하자 경찰이 다가와 방송차량을 이동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16일 오전 연제구 부산시청 후문에서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시작하자 경찰이 다가와 방송차량을 이동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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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시장 서병수를 규탄한다"

16일 오전 출근하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뒤로 노동자들의 외침이 와 닿았다.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연제구 부산시청사 안으로 경찰과 간부들의 배웅을 받으며 들어갔다.

서 시장을 맞이하는 시청 직원들의 허리가 꾸벅 접혔다. 길 하나를 마주한 시장과 노동자들. 그 사이에 노동자들을 마주한 경찰이 섰다. 길 건너편에서 시장의 출근길을 본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차들이 와서 출근하는데 허리가 꺾이는 각도를 보니 그 사람의 직분을 알겠다. 서 시장 출근할 때는 몇 명이 호위하며 90도로 (허리가) 꺾이는 걸 봤다. 여기 있는 시청 관계자, 경찰 관계자들. 우리가 여기 집회하니 우습게 보나. 차 견인하면 되고, 방송시설 끊으면 되고, 벌금 때리면 된다고 생각하나. 여기 있어보니 정말 불쌍한 사람들은 당신들이다."

노동자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서 시장의 출근 시간에 맞춰 일찌감치 노동자들이 집회까지 시작한 이유는 정례노정협의를 하자는 요구에 반응을 내놓지 않는 부산시를 규탄하기 위한 것이었다. 부산시는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제안한 정례노정협의를 반년 가까이 '검토중'이다.

노동자 요구에 부산시 묵묵부답... 경찰은 강경대응

16일 오전 연제구 부산시청 후문에서 열린 서병수 부산시장·이금형 부산경찰청장 규탄 집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6일 오전 연제구 부산시청 후문에서 열린 서병수 부산시장·이금형 부산경찰청장 규탄 집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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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시장이 바뀌었지만 출범준비위원회부터 계속된 노동자들의 요구에 서 시장 역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이 연달아 부산시청 주변에서 선전전과 집회를 하자 돌아온 건 이전까지 볼 수 없던 경찰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었다. 민주노총은 이를 "상식을 벗어난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경찰은 승합차에 방송시설을 얹어 만든 방송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서 시장이 취임한 지 사흘 지난 지난 3일 오전 시청 후문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던 민주버스노조의 방송차를 견인하고 항의하던 노동자들을 강제 해산했다.

지난 7일과 10일에도 경찰은 방송차를 가로막거나, 방송차 케이블을 강제로 절단하는 등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 과정에서 시청으로 이동하던 방송차를 시청 들머리에서부터 가로막고 "방송시설을 지금 당장 뜯어내라"고 요구하며 노동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당시 "집회를 막는 것이 아니라 불법 부착물을 단속하는 것"이라는 경찰이 들이댄 법조항은 도로교통법 49조였다. 법은 웅덩이에서 보행자에게 물을 튀게 하지 말라는 조항에서부터 차 유리의 선팅을 과도하게 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은 차 위에 얹힌 방송시설이 불법 개조물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다.

경찰이 조용히 하라는 이유..."청장님이 소음에 예민해"

16일 오전 연제구 부산시청 후문에서 열린 서병수 부산시장·이금형 부산경찰청장 규탄 집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차량은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방송차이다.
 16일 오전 연제구 부산시청 후문에서 열린 서병수 부산시장·이금형 부산경찰청장 규탄 집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차량은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방송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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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소음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금형 부산경찰청장의 뜻도 상당히 반영됐다는 게 경찰 내부의 전언이다. 한 현장 경찰관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청장이 소음 문제에 예민해서 직접 소음을 챙기기도 하기 때문에 집회 소음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건물은 부산시청과 붙어있다.

이날도 경찰은 집회 초반부터 방송차를 치우라는 요구를 해왔다. 도로교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집회 신고를 냈다며 50여 명의 노동자들이 반발했고, 기자들이 취재를 하자 경찰은 별다른 대꾸 없이 슬쩍 뒤로 물러났다.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부산시장과 경찰청장은 노동자 서민의 입을 막으려 하는가"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부산경찰의 집회탄압은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면서 "부산시청 주변에는 헌법 제21조(집회의 자유)의 정신은 사라지고 시커먼 경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의 요구안을 즉각 시정에 반영하고, 정례협의를 할 것"과 "집회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부산시와 경찰에 각각 요구했다.

집회의 마지막에서 최승환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직부장은 "집회를 막는데만 신경을 쓰지 말고, 우리가 무엇이라 외치는지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서 가만있으란 한마디로 수많은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지만 부산시장과 경찰청장은 집회를 하면 재갈을 물리고 가만있으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부산지방경찰청은 이날 "(도심권 집회 소음으로) 시민들의 휴식권 및 관공서 업무지장, 상인·기업의 영업권 침해 등 일반시민의 피해가 증가했다"면서 "교통질서 미준수 관행개선, 집회현장 소음 규제 차원에서 적극 단속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태그:#경찰, #부산시,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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