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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아깝게 낙선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최고위원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아깝게 낙선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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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실시된 총선에서 대구와 경북은 다시 한번 새누리당을 선택했다. '지게 작대기만 꽂아도 싹이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된 셈이다. 대구의 12개 선거구와 경북의 15개 선거구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경북 김천에선 새누리당 이철우 후보가 83.45%의 득표율로 전국 최고의 득표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미래권력'에 투표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새누리당의 모든 후보들은 한결같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자신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대구경북의 유권자들은 후보를 보고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를 보고 투표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라는 프레임에 갇힌 새누리당 후보들은 제대로 된 공약도 내놓지 못한 채, 선거 내내 "전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해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는 논리로 일관했다. 그 때문에 정책선거가 실종됐음은 당연하다.

심지어 총선 20일 전에 낙하산 식, 돌려막기 식으로 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지역 정서도 모르고 지역 공약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지만 모두 당선됐다.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와 격전을 벌였던 새누리당 이한구 당선자마저도 "이번 선거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이끌어갈 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했을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 만드는 선거"... 정책선거 실종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보들의 사진에 꽃을 달고 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보들의 사진에 꽃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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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의미 있는 변화도 있다. 3선의 경기 군포를 포기하고 고질적인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적지나 다름없던 대구를 찾은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는 새누리당 이한구 후보에게 패했으나 여당의 텃밭에서 예상 외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처음 이곳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지만, 김 후보는 묵묵히 주민들과 파고들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많은 찬사를 받았다.

김 후보는 최종 개표결과 40.42%를 득표해 대구에 출마한 역대 야권 후보들 중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17대 총선 때 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받은 12.2%에 비해 3배 이상을 득표했고 18대 총선 때 유시민 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받은 득표율 32.59%에 비해서도 앞섰다.

김부겸 후보가 출마한 수성갑 선거구는 대구에서 중·남구와 함께 범야권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선거구라, 이곳에서 기록한 득표율의 의미가 남다르다. 김 후보가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출마를 선언하자 이곳에서 뿌리내리고 활동해온 진보신당 이연재 후보의 강력한 견제를 받았다.

다른 선거구에서는 체인지대구와 시민단체연대회의 등을 중심으로 야권단일화를 이뤄냈지만 이 후보는 "지역 기반의 후보를 밀어내고 낙하산 TK가 차지하려 한다"며 강력 반발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역구를 잘못 찾았다면 잘못한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해 다음 선거에서는 해볼 만하다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또한 김부겸 후보는 민주통합당 중앙당의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지역구뿐만 아니라 대구의 다른 민주통합당 후보들을 지원하는 등 최고위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야권단일후보들 평균 20%대 득표로 선전... 야권, 희망 있다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진보신당 조명래 대구시장 후보가 내건 현수막 모습. "파란 데 질렸습니다. 색깔 좀 바꿔주세요"라고 쓰여 있다. 2년 뒤인 이번 총선에선 파란색이 빨갛게 바뀌었다.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진보신당 조명래 대구시장 후보가 내건 현수막 모습. "파란 데 질렸습니다. 색깔 좀 바꿔주세요"라고 쓰여 있다. 2년 뒤인 이번 총선에선 파란색이 빨갛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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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야권 후보들은 의미 있는 득표를 했다. 중남구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동열 후보와 뒤늦게 뛰어든 서구의 윤선진 후보만이 10% 이하의 득표를 했을 뿐, 나머지 10명의 후보들은 최소 16.35~40.42%를 득표해 평균 20.81%를 얻었다. 정당투표에선 민주통합당 16.37%, 통합진보당 7.04% 등을 득표해 25% 이상의 야권표를 확인했다.

이번 선거기간에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은 세 차례 이상 대구를 찾았지만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단 한 번도 이 지역을 찾지 않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이 정도로 고군분투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는 아깝게 패했지만 다음 선거를 기대하게 한다는 게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때 당시 진보신당 후보로 대구시장에 도전했던 조명래 후보(현 통합진보당)는 "파란 데 질렸습니다. 색깔 좀 바꿔주세요"라고 현수막을 달았다. 새누리당은 2년 후 당의 상징색을 파란색에서 진보신당의 당 상징색과 같은 빨간색으로 바꿨다.

아직 대구와 경북은 야당을 완전히 껴안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색깔이 있어야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가며 야당을 향해 손을 조금 내밀었다고 볼 수 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야당에게도 표를 줄 수 있다'는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들의 의미 있는 변화에 야당이 얼마나 부응하느냐에 따라 다음 선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4.11총선, #김부겸, #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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