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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서 작업 중인 굴착기. 강 한복판에서 작업을 해 흙탕물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주변에는 흙탕물을 막아주는 오탁방지막 등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다(19일 촬영).
 낙동강에서 작업 중인 굴착기. 강 한복판에서 작업을 해 흙탕물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주변에는 흙탕물을 막아주는 오탁방지막 등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다(19일 촬영).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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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의 단수 대란을 불러 온 봄비(9~10일)가 낙동강에 입힌 상처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한강 4대강 사업 구간의 홍수 대비 현장조사(관련기사 : 4대강 사업, 80mm 비에 무너졌다)에 이어, 19일 실시된 낙동강 구간 현장조사 결과, 곳곳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번 경북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최대 100mm가량으로 봄비치고는 많은 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 구간이 6월 말 공정을 마무리할 예정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피해는 더 큰 우려를 낳는다. 공사가 마무리 된 이후에도 과연 큰 비를 버텨낼 수 있을지, 다가오는 장마철을 견뎌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날 조사를 펼친 지역은 남한강과 마찬가지로 지천에서는 역행침식이 발생했고 본류에도 강변에 많은 시설물들이 피해를 봤다. 역행침식은 강바닥이나 강기슭(제방)이 무너져 내리는 침식현상이 강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서 확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남한강과 비슷한 원리로 발생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양이 비교가 안 된다.

낙동강이 300여 킬로미터에 걸쳐 사업이 진행되지만, 한강은 그에 비하면 매우 짧은 거리인 약 50 킬로미터가 사업 구간이다. 설치되는 대형 보의 수는 남한강이 3개, 낙동강이 8개다. 강바닥 모래를 퍼내는 준설량 또한 낙동강이 8배가량 많다. 이번 조사의 대상이 된 지천만 해도 61개에 달한다. 홍수 발생지역과 그 피해 정도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4대강저지범대위와 생명의 강 연구단, 시민환경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이번 조사단은 이날부터 총 3일에 걸쳐 경북과 경남의 낙동강 인근을 현장조사한다. 이날이 그 첫날로 조사는 낙동강 상류 경북 안동 인근의 내성천부터 경북 구미 일대까지 진행됐다.

"온전한 지천 거의 없다"... 본류 합류지점 침식 심각

각 지천의 홍수 위험을 조사하기 전 본류에서도 여기저기 홍수 피해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은 경북 예천군 풍양면 영풍교(낙동강 35공구) 아래 모습이다.

불어난 강물이 강 양쪽에 있는 침식을 막기 위해 설치한 하상유지공을 덮쳤다. 강물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반대편 콘크리트로 된 구조물의 벽면도 간단히 부러트렸다.

19일 영풍교 일대 끊어진 하상유지공. 위쪽 잔해와 아래쪽 잔해가 본래 연결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
 19일 영풍교 일대 끊어진 하상유지공. 위쪽 잔해와 아래쪽 잔해가 본래 연결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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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영풍교 아래 벽면이 무너진 하상유지공
 19일 영풍교 아래 벽면이 무너진 하상유지공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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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천은 온전한 곳이 거의 없었다. 특히 하류 쪽, 본류와 만나는 부분은 어김없이 침식현상이 일어났다. 특히 경북 상주시 사벌면의 병성천(낙동강 33공구)은 그 상황이 심각했다.

병성천 하류 부근의 콘크리트 블록으로 된 제방은 거의 다 유실됐고, 민가에서 나오는 하수관이 밖으로 노출됐다. 제방 위로는 여전히 도로가 있고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어 더 큰 피해도 우려된다.

지난 19일 낙동강 지천인 병성천 하류에 제방이 무너져 있다.
 지난 19일 낙동강 지천인 병성천 하류에 제방이 무너져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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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의 측면. 서 있는 사람과 비교하면 유실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곳의 측면. 서 있는 사람과 비교하면 유실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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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황당한 장면은 제방이 무너진 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 병성천이 본류와 만나는 지점에서 펼쳐졌다.

이곳은 지난달까지 파낸 모래를 한 쪽에 쌓아 제방 형태로 조성한 곳이다. 환경단체가 촬영해 놓은 사진을 보면 어땠는지 알 수 있다. 현재는 그 쌓아놓은 모래가 모두 유실된 상태다.

유속이 빨라진 지천의 물이 모래언덕을 침식시켰고 그 앞에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예전대로 원상복귀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웬만한 학교 운동장 크기의 모래사장이 생겼다.

지난 4월 찍은 사진과 19일에 촬영한 병성천 본류 합수부 지점. 강물이 흐르던 곳에 운동장 크기만한 넓은 모래사장이 생겼다.
 지난 4월 찍은 사진과 19일에 촬영한 병성천 본류 합수부 지점. 강물이 흐르던 곳에 운동장 크기만한 넓은 모래사장이 생겼다.
ⓒ 4대강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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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할퀴고 간 곳은 제방 측면만이 아니었다. 낙동강 제1지류인 감천은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침식 작용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낙동강 제1지류인 감천. 모래층 아래 진흙층까지 침식됐다. 이렇게까지 하천 바닥이 침식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낙동강 제1지류인 감천. 모래층 아래 진흙층까지 침식됐다. 이렇게까지 하천 바닥이 침식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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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바닥 진흙층까지 침식시킨 물이 낙동강 본류로 흘러가고 있다.
 하천 바닥 진흙층까지 침식시킨 물이 낙동강 본류로 흘러가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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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선산읍에 위치한 감천(낙동강 30공구)은 바닥이 깊이 파인 채로 검은 진흙층을 드러냈다. 감천을 가로 지르는 임시 교각 아래로 물이 통과할 수 있는 관이 묻혀 있어, 그곳에서 떨어지는 물의 압력으로 말미암아 바닥이 파인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이 임시도로는 지난 비에 다 유실된 것을 복구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금 저 관(임시도로 아래)에서 나오는 물로 이 정도 침식이 일어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곳도 환경단체가 지난달 촬영한 사진과 현재 사진을 비교해 볼 수 있다. 현재 사진을 보면 물이 흐르고 있는 지점 이외 좌우측으로도 검은 진흙층이 노출된 것을 볼 수 있다. 임시도로 또한 측면이 변해 있다.

지난 4월 촬영한 감천(위)과 현재의 감천(아래). 임시도로 아래로 파이프를 묻어 물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래 사진의 도로는 지난번 비로 붕괴된 것을 다시 쌓은 것이다.
 지난 4월 촬영한 감천(위)과 현재의 감천(아래). 임시도로 아래로 파이프를 묻어 물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래 사진의 도로는 지난번 비로 붕괴된 것을 다시 쌓은 것이다.
ⓒ 4대강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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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본류와 지천의 침식 작용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은 "아직 완공이 덜 됐기 때문"이라며 "공사가 완료되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완공되기 전 또 비가 많이 오면 어떡하나?"라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하면 4대강 공사 절대 못 한다, 비가 오면 당연히 공사를 안 하겠지만 지금은 6월 말까지 충분히 마무리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감천 하류에서 만난 인근 주민인 한 할아버지(72)는 "이제 비가 오면 난리나게 생겼다"며 "지금 저렇게 파인 부분이 원래도 물이 잘 안 빠지는 곳이었는데 이제 낙동강이 (수위가) 낮아졌으니 여기(감천)의 물이 엄청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가 오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박창근 교수는 "본류의 수위가 낮아지면 지천의 역행침식은 불가피하다"며 "그것으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지천을 완전히 정비해 콘크리트를 바르는 수밖에 없다, 과연 그것이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의 말을 잘 보여주는 곳이 있었다. 바로 경북 예천의 공덕천(낙동강 34공구)이다. 강 양쪽 제방에 돌을 넣은 망태를 쌓았다. 곳곳을 콘크리트로 보강을 했다. 이를 보고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이 계속되면 우리나라 지천의 미래 모습"이라고 말했다.

역행침식을 막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지천의 양쪽 제방을 돌무더기나 콘크리트로 만들어야 한다. 사진은 낙동강 지류인 공덕천
 역행침식을 막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지천의 양쪽 제방을 돌무더기나 콘크리트로 만들어야 한다. 사진은 낙동강 지류인 공덕천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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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에서 하류쪽으로 바라본 공덕천
 상류에서 하류쪽으로 바라본 공덕천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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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보의 쌍둥이, 상주보

낙동강에 건설 중인 8개 보의 상태는 어떨까? 최근 상주보에서 가물막이가 무너지고 제방이 침식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장에 가보니 그 광경은 지난 남한강 현장조사에서 확인한 이포보와 꼭 닮았다.

이포보는 보 시설물의 한쪽이 유실되면서 그곳에서 쏟아진 물로 강의 우안 제방 측면 40여 미터가 유실됐다. 상주보도 마찬가지로 보 바로 아래 하류부근 강의 좌안 제방이 500여 미터나 유실됐다. 자동차로 달려도 꽤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19일 상주보 바로 아래 하류쪽 제방의 모습. 이 제방 측면 유실은 그 뒤로 500여 미터 이어진다.
 19일 상주보 바로 아래 하류쪽 제방의 모습. 이 제방 측면 유실은 그 뒤로 500여 미터 이어진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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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에서 하류쪽으로 바라본 무너진 제방 측면의 모습. 새로 쌓은 제방뿐 아니라 본래 있던 제방까지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진단됐다.
 상주보에서 하류쪽으로 바라본 무너진 제방 측면의 모습. 새로 쌓은 제방뿐 아니라 본래 있던 제방까지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진단됐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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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교수는 이포보와 마찬가지로 "보의 하류 부분은 침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침식을 막기 위해서는 제방을 콘크리트로 해야 하는데 사실 콘크리트도 그렇게 안전한 게 아니다, 그것도 부서지는 걸 많이 봤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근본적인 문제는 잘못된 설계"라며 "상주보의 위치라든가, 수문의 위치, 제방 공사 방법 등 총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4대강에 세워지는 대형 보 하류에서는 이런 일이 빈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상주보 공사 관계자는 "현장을 곧 복구할 것"이라며 "현재는 강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물막이 등)가 많아 유속이 강했으나 공사가 완료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박 교수가 무슨 근거로 설계 문제를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교량 붕괴 위험도 감지...여주 신진교처럼 무너질 수도

장천교 왼쪽에서 세번째 교각. 교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콘크리트 보호공 주변 토사가 모두 사라지고 보호공 아래로 땅이 깊이 파였다.
 장천교 왼쪽에서 세번째 교각. 교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콘크리트 보호공 주변 토사가 모두 사라지고 보호공 아래로 땅이 깊이 파였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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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침식작용이 심각하게 일어나는 지천에는 교량의 붕괴 위험도 감지됐다. 지난해 여주 신진교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북 상주시 낙동면에 있는 장천은 물이 거의 말라 있었다. 지류 중간 부근에 있는 장천교의 교각 아래도 물이 거의 흐르지 않았다. 그래서 교각 아래가 침식되고 있는 모습이 더욱 분명하게 보였다.

다리 교각은 가로 2미터, 세로 3미터 가량의 콘크리트 '보호공'으로 보강돼 있었다.

하지만 보호공 아래로는 사람 얼굴이 들어 갈 만한 커다른 틈이 생겼다. 보호공은 교각과 지면이 닿는 부분이 약할 때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박 교수는 "현재 보호공은 본연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라며 "예전에는 이 보호공의 대부분이 땅에 묻혀서 교각을 지탱했을 것이다, 하지만 준설로 인해 낙동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장천의 유속이 빨라져 모두 쓸려 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여주 신진교처럼 교각이 넘어 가면서 'V'자 형태로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가 장천교 교각의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가 장천교 교각의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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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굴된 교각의 하단 부분.
 세굴된 교각의 하단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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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홍수조사는 20일 구미와 대구 일대에서 계속 된다. <오마이뉴스>는 '엄지뉴스'를 통해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태그:#4대강, #낙동강, #4대강 사업, #이명박, #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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