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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정부의 감세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임기 이후의 감세에 대해서는 "그때 경제사정을 봐서 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요즘 감세 정책 때문에 시끄러운데, 세계 모든 나라들의 추세는 감세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유보된 세율(인하)을 2013년에 할지 1년 더 연장할지는 그 시기에 맞춰서 (판단해야죠). 그러나 그걸 조정한다고 해서 대원칙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원칙은 (감세로) 가지만, 현 정부의 최고구간 감세는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 이후의 사정을 봐서 하면 된다는 절충안을 내놓은 셈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감세하면서 오히려 세원이 좀 늘어났다. 세수가 3조원 이상이 더 늘어났다"며 "(대기업도 포함해서 소상공인까지) 세율이 높으면 심리적으로 자꾸 절세하고 탈세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세율을 너무 높이 유지할 경우 납세자들이 저항감을 가지게 되니 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금 재정건전화를 하려면 세수가 더 늘어나야 하는데 무엇으로 거두느냐 하는 것은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게 이념적 논쟁으로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출범부터 이어온 감세라는 기조를 지키면서도 이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힌 셈이다.

결론적으로, 이 대통령은 "감세해서 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히는 쪽으로 가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정치권의 '부자감세' 논쟁에 대해서도 "이념적 논쟁으로 가선 안 된다"는 경고를 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임기 이후에 적용될 최고구간의 세율 인하를 그 시기에 가서 판단하자는 것을 대통령의 입장 변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도 "법인세는 예정대로 감세하되, 소득세 감세는 일부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임기말로 가는 대통령이 당의 요구를 계속 뿌리치기도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자신에게는 "레임덕(권력누수)이 없다"고 강조했다.

"뭐 레임덕이 어떻고 하는데,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는 사람이 레임덕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요. 나는 그걸 잘 이해를 못해요. 내가 권력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건 정치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시대의 이야기죠. 나는 힘을 가지고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힘을 가지고 안 하는 사람이 힘이 빠질 일이 뭐 있어요. 난 그걸 납득을 못해요.

... (중략) 독재정권이 힘을 휘두르면 힘이 빠지지만, 일하는 사람은 자꾸 힘이 더 나죠. 그 점을 언론이 알아줬으면 해요. 레임덕이다 반환점을 돈다 하는데 우리 사회가 아직 독재시대, 3김 시대를 못 벗어났구나 하고 생각하는 거죠. 한번 생각해 보세요. 권력을 안 휘두르는데 무슨 레임덕이 있어요. 힘 가지고 하는 사람이 힘이 빠지는 거지, 일하는 사람은 갈수록 더 힘을 내는 거죠. 그게 평소 생각이고 또 그렇게 실제 살아왔고, 그냥 맹탕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고, 그런 점에서 언론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 대통령은 G20회의 성과에 고무된 듯 "이번 기회에 정부가 앞서서 스스로 이것을 계기로 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그래서 이것을 국민보고대회 형식을 밟아서 여러 계층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G20 서울회의에서) 반부패 관련 세션이 있었는데 내가 공정사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했다. 거기에 또 관심을 갖더라"며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자신의 얘기에 귀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공안정치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런 게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기초를 닦아 놓아 차기 정권이 승승장구할 수 있게 하자는 게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는 "(그동안) 구상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스타트하고 있었으니까, 조금 더 구체화해서 연내에 분야별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나설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그렇게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나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면 대화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등으로 악화된 남북관계에 대해 "이번 천안함 사태를 보면, 북한이 과거에도 그랬듯이 사과를 잘 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대해서 불안해하는 측면이 있는데, 나는 지금이 남북관계도 가장 정상궤도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15일자 신문에서 "이 대통령이 취임 후 한국 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진 것은 이날 동아일보가 처음이다"고 소개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지난 6일 해외언론들과 대통령을 합동 인터뷰한 것에 비해 더 나은 대우를 받았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보수신문 3곳을 모두 인터뷰하는 '조중동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됐다.


태그:#이명박, #부자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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