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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전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내부비판 책인 <삼성을 생각한다>에 대해, 삼성 쪽에서 내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반박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일부 삼성 직원들은 회사 쪽의 주장을 이해하면서도, "삼성식 관리지상주의를 내려놓자.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에 심한 거부감이 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은 12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김용철 변호사의 책 내용은 사실 무근이거나 왜곡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그 중 많은 부분이 특검수사와 재판을 통해 근거없다고 밝혀졌다"고 적었다.

 

삼성 쪽은 이어 "그러나 책 내용 중 임직원의 회사 생활과 관련된 부분, 특히 회사가 상시적으로 임직원을 감시하고 도청한다는 주장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글을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김 변호사는 자신의 책에서 "사무실에서 나눈 이야기는 도청되고 있었으며, 구조본 팀장에서 퇴근할 때면 천장에서 감시하던 에스원 당직자가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를 했다"면서 "인사를 들을 때마다 오싹했다"고 말했다.

 

삼성 "회사 내 감시와 도청 없다"... 일부 직원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에 거부감"

 

이어 "삼성에서 감시와 도청은 일상 업무였다. 삼성 임직원들이 주고받는 이메일은 모두 감시를 받는다. 구조본 사무실이 있는 삼성 본관 26, 27층부터 회장 집무실이 있는 28층까지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녹음돼 기록으로 남겨졌다. 천장에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늘 감시했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이에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은 전화와 대화 내용이 도청되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회사내 어디에도 사무실의 음성을 녹음하는 장치는 없으며, 감시장치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일반 대형빌딩처럼 도난사고나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복도나 엘리베이터 등 제한된 지역에 CCTV가 설치돼 있을 뿐"이라며 "이는 회사 내 모든 층에 공통 설치돼 있는 기본 인프라이며, 사무실 내에는 설치돼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도청과 이메일 감시 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삼성 쪽은 "외부인이 회사 중요 기술이나 영업 정보의 절취를 시도할 경우에 대비해 도청 여부를 감지할 수 있는 장치를 회의실 등 주요 장소에 설치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는 도청기가 아니라 도청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며, 이 장치로 도청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방대한 양의 이메일을 모두 감시하고 점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팀원들이 밖으로 보내는 메일을 팀장이 실시간으로 검열할 수 있도록 돼 있지도 않다"고 커뮤니케이션팀은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을 본 삼성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김 변호사와 해당 책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일부에선 "삼성식 관리지상주의를 내려놓았으면 한다, 스스로 과오가 있다면 바로잡고 모범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비판적인 주장도 나왔다.

 

한 직원은 "(삼성 쪽에서) 임직원들 대상으로 (이 같은 글을) 쓴다는 것이 탐탁지 않다"면서 "평소에는 정보유출의 잠재 원인으로 취급받으며 차단되다가, 이런 일에는 홍보대사로 사용? 제발, 관리지상주의를 제발 내려 놓았으면 싶다"고 적었다.

 

또 다른 직원도 "음해성 발언과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스스로의 과오가 있었다면 바로잡고, 깨끗한 경영과 모범적인 기업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이어 "회사 차원에서 앞으로 더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써야 할 것 같다"면서 "솔직히 위에 언급된 부분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임직원들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요즘 세대는 원사이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 직원도 있었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생산라인과 제조공정 15일 공개

 

이와 함께,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 논란에 대해, 삼성전자쪽은 생산라인 등을 전격 공개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공식 트위터를 통해서, "오는 15일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서 언론 매체 기자들에게 반도체 제조공정과 생산라인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남용 삼성전자 부장은 "최근 안타깝게 고인이 된 박지연씨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진 이후 일부에서 반도체 생산라인의 근무환경에 대한 여러가지 의혹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업장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백혈병 발병과 제조공정 사이에 대한 논란에 대해 그동안 전문기관의 조사와 함께 여러차례 회사에서 사실관계를 밝혀왔다"면서 "이번 생산라인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보다 정확한 사실을 설명하고 모든 것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은 지난 83년 처음으로 문을 연 이후,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에 언론에 공개되는 부분은 기흥 반도체 D램 생산라인 가운데 2개 정도이며, 핵심 공정인 클린룸도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클린룸의 경우 반도체 공정 가운데 핵심이고, 기술적으로 보안사항이 많아서 (클린룸) 공개 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면서 "아마 다른 어떤 반도체 회사들도 외부에 이곳까지 다 공개한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등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했던 노동자 가운데 20여 명이 백혈병 등을 얻어 치료를 받아왔으며, 이 가운데 9명이 사망했다면서 생산공정의 안전성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게다가 지난달 31일 지난 2004년부터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다가 2007년에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박지연(23)씨가 숨지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반도체 제조공정에 대한 논란이 확산됐다.

 

반도체 노동자 지원모임인 '반올림'은 작년 6월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삼성전자를 포함해 국내 반도체 공장 6곳을 조사해,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나온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소속 공장에선 '포토 레지스터'라는 반도체 공정용 물질 6건을 조사했는데, 물질 전체에서 벤젠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벤젠은 심각한 발암물질로 호흡기는 물론, 피부로도 흡수되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에 삼성전자 쪽은 "반도체 제조공정 중에 벤젠을 절대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충분한 입증 자료가 있으며, 역학조사 역시 국가기관을 통해 2차례에 걸쳐 진행했다"고 말했다.


태그:#삼성, #김용철, #백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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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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