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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009년 9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준공식에 앞서 강변을 둘러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9년 9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준공식에 앞서 강변을 둘러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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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임기간 동안 홍보비로만 1180억여 원을 썼으며, 특히 1180억여 원 중 63.4%(748억여 원)가 해외홍보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순수한 홍보비만 계산한 것으로 개별 사업에 흩어져 있는 홍보비까지 합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 시장이 재임기간 홍보비로 사용한 1180억여 원은 고건·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8년간 서울시가 쓴 홍보비 649억여 원의 1.8배로 이는 오 시장 재임기간 동안 홍보비 지출이 이례적으로 크게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서울시 홍보비 1180억원은 서울시가 초·중교 학생 95만여 명을 무상급식할 수 있는 비용(약 3500억 원)의 약 34%, 2010년도 예산에서 80.2%나 깎인 긴급복지지원 예산(86억 원)의 13.7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홍보내용의 상당수가 오 시장의 '관심사업'들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두고 출마를 앞둔 서울시장 예비후보들로부터 "서울시 홍보비는 오세훈 시장의 사전선거운동 비용 아니냐"는 비판적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8년부터 해외홍보비 급증... "디자인올림픽 등 대외행사 준비 때문"

<오마이뉴스>가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오세훈 시장은 재임기간인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총 1180억7986만여 원을 홍보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2010년도 홍보비 예산으로 책정된 480억9559만여 원을 합치면 전체 홍보비 규모는 1500억 원 이상이다.    

특히 취임 첫해인 2006년 94억681만 원, 2007년 126억8958만여 원에 그쳤던 홍보비는 2008년부터 급격하게 늘어났다. 2008년에는 481억7803만여 원, 2009년에는 478억542만여 원의 홍보비를 쓴 것. 이는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마지막해인 2005년 홍보비 집행액(88억여 원)의 5.4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렇게 2008년과 2009년도 홍보비가 늘어난 이유는 2008년부터 '디자인올림픽'과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 등 해외홍보를 크게 강화했기 때문이다.

해외홍보비의 경우 2007년까지만 해도 국내홍보비의 절반에 그쳤지만, 2008년부터는 2~3배 정도 늘었다. '서울브랜드향상 해외광고마케팅' 명목으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들어간 해외홍보비는 748억여 원이고, 이는 전체 홍보비의 63.4%에 이른다. 특히 2008년(365억여 원)과 2009년(310억여 원)을 합친 해외홍보비(675억여 원)는 전체 해외홍보비의 90%를 차지한다.

게다가 2010년에는 '전략적 해외마케팅'이란 명목으로 311억3300만 원의 해외홍보비 예산이 책정돼 있다.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얼마나 '해외홍보'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시 홍보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디자인올림픽, 2010 세계디자인수도(WDC 2010), 한국방문의 해 등 대외적인 행사를 준비해야 하고, 해외광고마케팅 단가가 높다는 점 때문에 해외홍보비가 크게 늘어났다"며 "올해의 경우 해외홍보비는 전년도 수준을 유지했지만 국내홍보비는 조금 줄여서 전체 홍보비가 0.4% 정도 줄었다"고 해명했다.

해외홍보에 '펑펑'...해외방송에 108억원, '맨유'에 매년 20억원 지원도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2008년도 '해외광고집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CNN(920회), Discovery(900회), StarTV(189회), NGC(896회), BBCWorld(360회), Sky News(180회), Fox News(165회) 등 해외 방송매체에 총 107억9500만 원의 홍보비가 집행됐다. 이는 해외홍보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조는 이후에도 대체로 유지됐다.  

<타임>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포춘>, <이코노미스트>, <뉴스위크>, <아사히>, <신민만보>, <니케이비즈니스> 등 해외 지면매체에도 40억3000만 원을 썼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두 차례의 광고를 실고 무려 4억2000만 원을 지급한 점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파리와 프랑크푸르트, 뉴욕, 베이징, 도쿄 등의 옥외광고에 20억 원, 구글(미국)·야후(일본)·Sina(중국) 등 해외 온라인매체에 30억 원의 홍보비를 집행했다. 해외 온라인매체 홍보비의 절반가량은 하이서울페스티벌 등을 홍보하는 데 들어갔다.

특히 해외홍보비에는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해마다 지원하는 20억 원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는 2007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맨유와 스폰서십(sponsorship) 계약을 맺고 있다. 서울시는 이 계약 때문에 'FC서울'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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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서울시측은 "시의회의 승인을 받아 스포츠 마케팅 예산으로 30억 원을 확보해 다양한 해외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해외 유명 스포츠팀 활용 마케팅은 타매체에 비해 관람 또는 시청자의 집중도가 높아 광고효과가 높다"고 밝혔다.            

한편 2008년의 경우 국내 지면매체에는 6억8941만여 원의 홍보비가 집행됐다. 하지만 이렇게 집행된 홍보비는 ▲ 서울디자인올림픽 ▲ 여성이 행복한 서울프로젝트 ▲ 세계디자인수도 ▲ 한강르네상스 등 오세훈 시장의 관심사업들에 집중됐다. 

2009년의 경우 월간 <서울사랑> 발간 등 인쇄홍보비에 14억여 원, 한강르네상스 등 주요시책 영상물 제작 등 영상홍보비에 5억여 원, 위키디피아 시정용어 등록 캠페인 등 온라인홍보비에 2억6000여만 원을 집행했다. 이와 함께 2010년도에는 한강르네상스 홍보비로만 7억3400만 원을 편성해둔 상태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2배 늘어난 액수다.

이명박 시장 때보다 5.4배나 급증...민생예산은 대폭 삭감

2010년도 서울시 예산이 21조2573억 원인 것에 비하면, 오 시장이 재임기간 중 집행한 홍보비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홍보비의 증가는 전임 시장들이 집행한 홍보비와 비교하면 크게 대비된다.

오 시장이 재임중 집행한 1180억원은 고건·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8년간 서울시가 쓴 홍보비 649억여 원의 1.8배나 된다. 청계천을 완공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재임 마지막해인 2005년의 홍보비(88억원)과 비교해도 5.4배나 될 만큼 홍보비 지출이 엄청나게 늘어났음을 알려준다.

이는 서울시가 올해 사회복지와 일자리 창출 등 민생예산을 크게 줄였다는 사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서울시는 홍보비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으면서도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보육, 실업대책, 사회적 일자리 분야 예산을 크게 줄였다. 사회적 일자리 제공 2064억 원, 희망근로프로젝트 1883억 원, 청년실업대책 327억 원, 긴급복지지원 351억 원을 줄인 것. 이는 지난해 예산에 비해 최소 60%에서 최대 80%까지 삭감된 규모다. 

특히 최근 급식운동단체인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시는 학교급식 예산 지원에 매우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서울시의 학생 1명당 급식지원비는 3만9000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학교급식법에 따른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을 제외한 무상급식비는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반면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 경제문화도시마케팅(8243억 원) ▲ 도시균형발전(1조130억 원) ▲ 한강르네상스(7734억 원) ▲ 시민행복 업그레이드(2조5500억 원) ▲ 맑고 푸른 서울(2조8351억 원) 등 '5대 프로젝트'에 8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서울시 예산 중 순수사업비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10조 원 정도라는 점을 헤아리면 해마다 20%에 가까운 예산을 오 시장의 관심사업비에 쓰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해외홍보비는 여전히 큰 규모를 유지한 반면 사회복지 등 민생예산은 대폭 축소한 점은 물론이고, 홍보 내용의 상당수가 오세훈 시장의 관심사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은 "올해 예산 중에서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급식 등의 예산이 줄었는데도 홍보비를 전년도 수준으로 높게 편성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예산이 줄어든 만큼 우선순위를 고려해 예산을 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은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이후 쓴 1180억여 원의 홍보비는 오 시장의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것은 시정홍보라기보다 시장홍보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이 이사장은 "오 시장은 4년간 시프트(서울시 장기전세주택) 8000여 채를 만들어놓고 홍보비로는 무려 65억 원을 썼다"며 "65억을 저소득층 대상 '서울형 집수리사업'에 투자했다면 6500채가 혜택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오 시장이 임기를 마칠 즈음이면 서울시 부채가 4조원으로 늘어난다"고 전제하고 "실제적인 서민의 삶의 모습에는 관심이 없고 디자인한다고 치장만 하면 되겠는가"라면서 "시장이 되면 홍보비부터 오 시장의 절반 이하로 깎겠다"고 밝혀 선거운동 과정에서 홍보비가 쟁점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지하철·버스를 도배하고 있는 '오세훈 광고'?
서울시는 관련조례에 따라 지하철(5~8호선)과 시내버스에 무상으로 '공익광고'를 실을 수 있다. 대중과 접촉할 수 있는 면이 넓고, 광고제작비만 들어가기 때문에 서울시로서는 가장 좋은 홍보수단인 셈이다.

서울시가 지하철과 버스에 실은 광고는 2007년 3만5809면, 2008년 2만8288면, 2009년 3만899면이었다. 이는 전체 광고면에서 각각 26%와 20%, 22%를 차지하는 규모다.

문제는 서울시민이 필요한 정책 정보보다는 오세훈 시장의 관심사업 홍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홍보비 문제를 계속 추적해온 진보신당 서울시당 김상철 정책기획국장은 "서울시는 22%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홍보효과가 큰 광고지면은 서울시가 독점하고 있다"며 "특히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시책사업들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로 지하철과 버스를 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정책) 정보를 알려주기보다 오 시장의 시정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데 지하철과 버스의 광고면을 사실상 사유화하고 있다"며 "공익광고를 통해 시민들이 활용가능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오세훈, #서울시 홍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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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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