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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책위' 소속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이 17일 오후 경기도 여주 대신면 이포대교 부근 이포보 가물막이 공사현장에서 '4대강 사업 멈춰!'가 적힌 대형 현수막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책위' 소속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이 17일 오후 경기도 여주 대신면 이포대교 부근 이포보 가물막이 공사현장에서 '4대강 사업 멈춰!'가 적힌 대형 현수막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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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막이 상단(우안) EL 29.60, 전년도 평균 수위 EL 28.42"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이포대교 강변은 불과 11일 만에 황량하게 변해 있었다. 논밭과 버드나무 군락, 그리고 수만 년 간 물길에 닦여 동글동글했던 자갈밭에는 4대강 정비사업의 여주 이포보 건설을 위한 가물막이 공사를 알리는 표지판과 파랑, 주황, 노랑 깃발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17일 오후 이포보 건설 예정지에 모인 100여 명의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은 변해버린 강의 모습에 탄식을 토했다. 스산한 풍광에 이어 강바람마저 세차게 불자 살을 에는 듯 모두 모자와 옷을 더욱 눌러썼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강바람이 추워서 추운 것이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입이 얼어버릴 만큼 추운 것은 국민과 강의 뭇 생명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추운 것이다. 언제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에게 기쁨이, 위로가 된 적이 있던가. 과거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의 일원으로 이곳을 돌아봤을 땐 논과 버드나무, 자갈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 6일 환경영향평가가 마친 뒤 불과 11일 만에 이곳은 이렇게 변했다. 이곳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보 건설 예정지도 중장비로 초토화됐다."

"4대강 사업 멈춰!"라고 적힌 8개의 대형 현수막이 강바람을 맞받아 펄럭였다. 이날 오후 금강 금강보, 영산강 승촌보, 낙동강 함안보에서도 같은 모습이 연출되고 있을 터였다. 40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대강 죽이기 저지 및 생명의 강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4대강 범대위)는 이날 '4대강 공사 강행 저지 결의 대회'를 열고 "공사가 시작되어도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17일 오후 경기도 여주 대신면 이포대교 부근 이포보 가물막이 공사현장.
 17일 오후 경기도 여주 대신면 이포대교 부근 이포보 가물막이 공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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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기도 여주 대신면 이포대교 부근 이포보 가물막이 공사현장에서 보가 설치될 자리에 파란 깃발이 꽃혀 있다.
 17일 오후 경기도 여주 대신면 이포대교 부근 이포보 가물막이 공사현장에서 보가 설치될 자리에 파란 깃발이 꽃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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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판 정운찬, 꼬리 그만 흔들고 물러나라"

원래 정부는 17~18일 한강 등 각 수계별로 본 공사 착공식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착공식이 연기되면서 이날만큼은 생명의 강을 지키려는 사람들만이 이포대교 북단을 지켰다. 강 상류에서 오탁방지막 설치 등 가물막이 공사를 준비하던 이들도 대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비웠다.

4대강 정비사업의 전초전을 목도한 종교·정치·시민단체 인사들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기어코 4대강을 죽이는 삽질이 지난 10일 시작됐다"며 "시작부터 담합 의혹, 대통령 모교 출신 인사 챙기기 등 구린 냄새가 난다"고 일갈했다.

홍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 취약계층 서민, 급식에 소외된 학생들을 위한 복지예산으로 쓰일 수 있는 22조 원을 갖고 4대강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오직 보수 기득권만을 위한, 정권 연장을 기도하기 위해 벌이는 이 사업은 야3당이 똘똘 뭉쳐 막아내야 할 것"이라고 결의를 높였다.

'운하백지화·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행동' 집행위원장인 김종환 목사는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목사로서 환경 교육을 제대로 못 시킨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고작 3년 정도 국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자가 자신의 명분 없는 치적을 위해 무참하게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목숨 걸고 막아야 할 일"이라며 "기독교적 신앙 양심에 비춰보아도 4대강 사업은 죄악이자 오만이요, 만행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정운찬 국무총리의 퇴진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직무를 유기한 환경부는 폐기되어야 하고 국토해양부는 국토파괴부로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식인 정운찬 국무총리도 퇴진해야 한다. 처음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더니 양심을 팔고 거짓논리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 더 이상 굴욕적으로 꼬리를 흔들지 말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

'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책위' 소속 시민단체 회원이 17일 오후 경기도 여주 대신면 이포대교 부근 이포보 가물막이 공사현장에서 열린 '4대강 공사 강행 저지 결의대회'에서 사회자의 우스갯소리에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책위' 소속 시민단체 회원이 17일 오후 경기도 여주 대신면 이포대교 부근 이포보 가물막이 공사현장에서 열린 '4대강 공사 강행 저지 결의대회'에서 사회자의 우스갯소리에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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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도 4대강 사업 말 안 된다는 것 알아... 최대한 저항 계속할 것"

김종남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권은 민의를 막듯 보 건설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며 "그가 3년 동안 저지를 만행을 국민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이명박 대통령이 오롯이 이 만행을 지고 갈 수 있도록 최대한 저항을 계속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유영훈 팔당상수원 공동대책위 위원장은 "지난 10월 26일 국토부의 강제측량이 있은 후 농민들은 농토를 버리고 떠나느냐, 구속 아니면 용산참사와 같은 희생을 각오하고 갈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유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는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을 안전하게 지키는 유기농을 일구는 생명의 일꾼이라 자부해왔다"며 "팔당 농민들이 생명을 살리는 십자가를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작년 6월 운하를 백지화하기 전까지 이 강변을 2천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걸었다, 지금은 5천 명의 시민이 걷고 웃음을 지으며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여주를 지나 흐른다 해서 '여강길'이라고 이름 붙은 이 강변을 찾는 이들을 몇 년 전부터 안내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물이 고이면 경제가 살고 물이 고이면 홍수가 예방된다. 그러나 초등학생도 이 말에 '아니라'고 말한다. 웃음을 띠며 돌아가는 시민들 모두 말이 안 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웃으며 가는 것이다. 이것이 희망이다."

발언을 마치고 내려온 이 위원장은 기자에게 한창 설치되고 있는 오탁방지막을 가리켰다. 오탁방지막 100여 미터 상류 쪽에는 취수장이 서 있었다.

그는 "부표 아래 천 한 장 띄워 부피가 큰 오탁물을 거르는 것으로 80~90% 오탁수를 방지한다는 정부의 말이 논리적으로 맞냐"며 큰 오탁물일 수록 흐르다 가라앉고 천을 통과하는 작은 오탁물이야말로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고 '진실'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17일 오후 경기도 여주 대신면 이포대교 부근에서 본격적인 이포보 가물막이 공사를 앞두고 오탁방지막 설치공사가 한창이다.
 17일 오후 경기도 여주 대신면 이포대교 부근에서 본격적인 이포보 가물막이 공사를 앞두고 오탁방지막 설치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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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범대위, 이르면 다음 주 중 위헌소송 등 법적 행동 시작

4대강 범대위는 이날 결의대회와 함께 다음 주 쯤 4대강 정비사업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위헌소송 및 행정심판 등 법적 대응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또 오는 12월 국회에서 야당의 4대강 예산 삭감 기조에 발맞춰, 국회 밖에서 문제의식을 같이하는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예산 싸움을 해갈 예정이다.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특히 "이 뿐만이 아니라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각 4대강 거점 지자체 선거에서 활동해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4대강을 화두로 한 선거 참여 입장을 밝혔다.

최 사무처장은 더불어, "공사 전반 상황을 모니터링해 국민들에게 계속 4대강 사업의 부당성과 위법성을 알리고, 친일인명사전과 같이 4대강 사업을 주도하고 추진한 이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도록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4대강 사업, #4대강저지 범대위, #보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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