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용산참사 반년' 추모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오늘 저녁 8시 용산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 앞에서였다. 행사에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20대 대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 이들은 한 목소리로 '용산참사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반년 전에 이뤄져야 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반년 전과 다름없는 정부의 태도에 슬픔 느껴"

 

6개월 전, 대학생 이민영(고려대)씨는 참사 소식을 듣자마자 용산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억울한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그는 꾸준히 추모집회에 나갔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변한 건 없었다. 시신을 옮기려는 유가족을 막아선 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정부였다. 

 

천구 의식을 지켜보기 위해 오후 내내 순천향병원 앞에 있었다는 이씨는 "슬픈 걸 말로 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유족에게 시신도 내주지 않는 정부가 아니냐"고 한탄했다.

 

오늘 오후 공권력을 투입한 평택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해서도 "쌍용차 문제도 용산참사와 함께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희생자들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상태에서 6개월을 보낸 소감을 물었다. 이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국민의 정치적 권리를 왜 인정하지 않는가"

 

천주교 신자 연희 마리아(50)씨는 추모미사 참가자들에게 부채를 나눠주고 있었다. 구리성당에서 추모촛불집회를 하다 문정현 신부를 따라 행사장으로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용산참사 문제를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공권력을 투입해 놓고도 자신들과 상관없다는 말을 하는 게 황당하다"며 "아마 이명박 정부는 임기 안에 진상 규명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용산 범대위와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에 대해서도 "주경복, PD수첩 제작진, YTN노조 개인 이메일은 다 뒤지고 발표하면서 법원이 공개하라고 하는 수사기록 3천쪽은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따져 물었다.

 

그는 경찰이 추모집회를 진압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국민의 정치적 발언과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정부 스스로 공정성과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용산 참사는 재벌 살리려고 서민 죽인 사건"

 

이명박 정부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회원인 최봉규(79)씨는 경찰이 유가족에게 시신을 넘기지 않은 것에 대해 "당연히 그렇게 할 정부"라며 "사람의 탈을 쓴 정부가 국민의 귀를 틀어막고 입을 틀어막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씨는 용산참사 사건 당일을 "뉴타운이 재벌 살리고 결국 서민을 죽인 사건"이라고 기억했다. 반년이나 지났지만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그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장례를 치르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용산 사태가 더 이상 길어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경제를 살린다더니 사기꾼 노릇을 하고 있다"며 "김석기가 물러난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인가?"

 

이름을 '느린멋쟁이'라고 밝힌 한 장애인은 용산참사를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은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결국 돈 없는 사람들을 죽인 것 아니냐"며 "그런 세상은 세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년 전 방송을 통해 용산참사 현장을 지켜보며 "사람을 저렇게도 죽이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용산참사 발생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퇴진해야 하고, 책임자들은 법적으로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태그:#용산 참사, #철거민, #추모행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