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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집앞 슈퍼에 가서 식용유 한 병 사다주면 안될까?"
"대충 준비하지, 뭘 하는데 식용유까지 필요한 거야…. 알았어, 식용유는 어떤 걸로 사오면 되는데?"
"콩기름 종류로 'OO표'로 사다줘요. 부탁해~ 호호"

저녁준비를 하던 아내의 부탁이라 못 이기는 척하며 집을 나섰다. 동네 슈퍼의 식용유 진열대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콩기름이 있다. 제품 앞면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나를 유혹한다.

-국내에서 직접 짜서 신선해요!
-100% 콩으로 만듭니다. 국내 판매 1위!

국내 유명회사의 콩기름. 제품 앞면과 옆면에는, 국내에서 직접 짜서 신선하다는 내용과 국내 판매 1위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누가봐도 국산원료로 만든 국내제품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했다.
 국내 유명회사의 콩기름. 제품 앞면과 옆면에는, 국내에서 직접 짜서 신선하다는 내용과 국내 판매 1위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누가봐도 국산원료로 만든 국내제품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했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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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를 보니 아내가 말한 'OO표' 콩기름이다. 1.8L 기준으로 다른 제품은 4천원대면 살 수 있지만 이 제품은 5천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국내에서 만든 제품이라는데……. 고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기쁜(?) 마음으로 콩기름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여보! 그래도 아직은 콩기름은 국산이 있나봐~!"
"어? 요즘 식용유 국산이 없을 텐데……."
"아닌데, 앞면에 '국내에서 짠 제품'이라고 되어 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콩기름을 다시 한 번 이리저리 살펴본 나는 문득 뒷면의 표기내용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사기를 당했다. 요즘말로 '제대로 낚인 것'이다. 제품 뒷면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원재료명 및 함량 : 콩 100%(수입산)

'국내에서 직접 짰다'는 것을 매우 강조하여 큼지막하게 표시한 문구의 이면에는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 '수입산'이라고 되어 있어,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는 국내산이라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콩기름의 앞면만 보고 국산으로 오인(?)하여 구매한 내가 바보인가, 아니면 제조업체의 기막힌 상술이란 말인가?

제품뒷면에 깨알같은 글씨로 적힌 원재료(콩)의 원산지표시.
 제품뒷면에 깨알같은 글씨로 적힌 원재료(콩)의 원산지표시.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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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원료로 만든 제품 포장에 '국내에서 직접 짜서 신선한 콩기름'이란 문구를 넣은것에 대해 제조업체는 "누가 뒷면을 보지 말랬나? 속인 것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라며 반문 할 수도 있다.

물론 '어디서 짰다는 것'이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 착유한 기름을 수입해 국내에서 정제작업을 거친 후 재포장하여 파는 제품과는 품질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외국에서 만든 기름을 국내로 들여올 경우,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흐르는 만큼 산패(기름을 공기 중에 장기간 보관했을 때 산소 미생물 습기 등의 작용으로 부패하는 현상)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고 이로 인해 신선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착유와 정제과정 등 제조과정의 위생 면에서도 국내의 시설과는 달라 품질에 어느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제조장소)보다 중요한 것은 원재료인 콩이 국내산인지 수입산이지, 아니면 GMO(유전자조작) 콩인지의 여부가 소비자의 가장 큰 관심이다. 예전처럼 안심하고 콩을 먹을 수가 없게 된 요즘, 국내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점만 강조할 뿐 원산지표시는 잘 보이지 않을 뿐더러 GMO표시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원재료 표기보다는 오로지 '국내에서 만든 제품'인것만 강조하는 있는 것이다.

좋은 재료로 산지에서 만드는 게 제일 좋은 제품이란 것은 기본상식. 콩을 수확하는 곳에서 바로 가공하여 만든 제품이라고 믿고 더 비싼 것을 감수하고 구입한 나처럼, 이렇게 낚인 소비자가 과연 한 둘일까?

국내에서 식용유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콩기름. 순진한 사람들은 지금도 '국내에서 만든 것이라 신선하겠네, 다른 제품보다는 더 좋을 거야'라며 낚이고 있음을 아는가? 이건 분명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눈속임 광고다.


태그:#콩기름, #원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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