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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한 이후 2년간 저지대 침수 등 수해를 막기 위한 빗물펌프장을 전혀 증설하지 않았고, 특히 자신이 약속했던 '52개소 증설'도 12개소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6일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 시장은 2006년과 2008년에는 빗물펌프장을 한 곳도 증설하지 않았다. 또 2007년 '52개 증설'을 약속했지만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증설이 완료된 빗물펌프장은 12개에 불과했다.

 

빗물펌프장이 저지대 침수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서울시가 빗물펌프장 증설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지난 9월 기습성 폭우사태로 인한 피해 정도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간의 지적처럼 '치수'가 실종된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 쪽은 "재개발 등으로 빗물펌프장 증설이 보류된 곳이 생겨서 증설량이 좀 줄었다"며 "시는 '수방시설능력향상 4개년 계획'에 따라 관련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세훈 시장의 재임 기간 이루어진 빗물펌프장 증설량이 구체적으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빗물펌프장 52개소 증설 약속해 놓고 재임기간 '12개'만 완료

 

빗물펌프장은 장맛비나 국지성 폭우가 내릴 때 펌프를 가동해 빗물을 하천으로 퍼내는 시설이다. 보통 자연배수가 안 되는 지역에 설치하는데, 이는 저지대 침수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이러한 빗물펌프장 증설에 힘쓰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2007년 발표한 '수방능력향상 4개년 계획'에서 4645억 원을 들여 52개소의 빗물펌프장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빗물펌프장의 증설량은 도심의 배수시설능력과 직결된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첫 번째 임기 동안 12개소만 증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06년과 2008년에는 빗물펌프장을 한 곳도 증설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2007년과 2009년 각각 91억 2000만원과 830억원을 들여 3개소와 9개소의 빗물펌프장을 증설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2010년 현재 1651억 원을 들여 19개소를 증설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13개소 증설(1115억 원)을 계획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52개소의 빗물펌프장을 증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2010년 현재 증설하고 있거나 2011년까지 증설이 계획된 빗물펌프장까지 포함하더라도 44개소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윤덕묵 서울시 하천관리과 주무관은 "재개발 등으로 인해 빗물펌프장 증설을 보류한 곳이 있어서 애초 계획했던 52개소에서 44개소로 줄어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서울시 자료를 잘 들여다 보면 '통계 눈속임'이 엿보인다. 서울시는 2009년 빗물펌프장 9개소를 증설했다고 밝혔지만 그 중 2개소는 펌프를 추가로 설치한 게 아니라 펌프를 교체한 것이었다. 펌프 교체를 증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서울시가 증설량을 부풀리기 위해서 증설량에 펌프 교체까지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게 됐다.  

 

하지만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빗물펌프장 증설에는 새로운 펌프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펌프를 교체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말했다.

 

한편,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서울시가 (정보공개자료에서) 2011년에 13개소의 빗물펌프장을 증설한다고 했지만 2010년 계획된 설계용역비가 올해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시의 자료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보비에도 못 미친 하천제방·전기설비 보강·빗물저류조 증설 예산

 

또한 서울시는 앞서 언급한 '수방능력향상 4개년 계획'(2007년)에서 656억 원을 들여 우이천 등 13개 하천제방 28km를 보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오 시장의 재임 기간 이루어진 하천제방 보강공사는 우이천·도봉천·묵동천·반포천·도림천 5개 하천 약 12.6km(보축·축제 포함)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약 425억 원이 투입됐다. 다만 목감천·대동천·대방천·방학천·고덕천 등 5개 하천은 2011년 1월과 12월 공사완료를 계획으로 현재 제방보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귀용 서울시 하천계획팀 주무관은 "보축은 일찍 끝났지만 교량까지 보수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현재까지 22km를 보강했고 내년에 나머지 6km를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하천제방 보강공사 규모가 정보공개자료와 다른 것과 관련 "정보공개자료에는 2007년에 이미 완료된 3개 하천 4km가 빠져 있고, 목감천의 경우 2011년 1월 준공 예정이지만 현재 보축공사가 완료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서울시는 2007년부터 2010년 현재까지 총 76개소 빗물펌프장의 전기설비(수전설비 이중화 사업) 보강에 198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는 애초 계획했던 111개소(222억 원)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집중호우시 저지대로 흘러내려가는 빗물을 상류 쪽에 모았다가 조금씩 밑으로 내려보내는 시설인 빗물저류조 14곳을 설치하기 위해 약 403억 원(2006년~2010년)의 예산을 투입했다.

 

결국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재임 기간 동안 하천제방 보강공사와 빗물펌프장 전기설비 보강, 빗물저류소 증설에 총 1026억 원을 들인 셈이다. 이는 오 시장이 재임기간 사용한 순수홍보비 1180억여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발표한 '중장기 수방대책'에서 하수관거와 펌프시설 설계빈도를 현재 10년에서 30년으로 상향 조정하고, 빗물펌프장 41개소를 2011년까지 증설 완료하고, 40개소의 저지대 빗물펌프장(2500억 원)과 8개의 빗물저류조(436억 원)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오세훈, #서울시, #빗물펌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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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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