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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생 시켜주마! KT"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SK브로드밴드 슬로건 사진.
 "개고생 시켜주마! KT"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SK브로드밴드 슬로건 사진.
ⓒ 블로그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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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KT 출범을 계기로 통신업체들 간에 마케팅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블로거들이 지난주부터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 사진은 SK그룹 건물을 야간에 외부에서 찍은 것이다. 건물 상단 우측에 SK그룹 마크가 네온사인에 반사돼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건물 하단부의 한 사무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현수막의 문구다. 사진에서는 빨간색 동그라미로 특화시켜놓고, 다시 이를 확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야간이지만, 사무실 안은 환하게 불을 켜놓아서 거꾸로 보이는 현수막의 문구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빨간색 바탕의 현수막에 흰색 글씨로 "'Show(쇼)는 끝났다!!! KT', 'QOOK(쿡) QOOK(쿡) 밟아주마!!! KT', '개고생 시켜주마!!! KT'"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SHOW'는 통합 KT에 합병된 옛 KTF의 3세대 이동통신 브랜드다. 'QOOK'은 통합KT의 결합상품 새 브랜드이고,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CF를 통해 화제를 모았다.

"QOOK(쿡) QOOK(쿡) 밟아주마!!! KT"  

18일 취재 결과, 한 누리꾼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 속의 건물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SK남산빌딩이고, 슬로건이 내걸린 사무실은 SK브로드밴드의 서울 영업을 담당하는 한 부서로 확인됐다. 누리꾼들은 구호의 표현이 다소 살벌한데다가, KT의 브랜드와 광고문구 등을 교묘하게 이용한 경쟁사 영업부의 '전의 다지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외부로 노출하려고) 의도한 바도 아니고, 전층에 도배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SK브로드밴드의 한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걸어놓은 것 같다"며 "어떻게 외부로 나갔는지 의아스럽지만, (논란이 된 직후) 부적절하다고 판단돼 수거 조치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측의 한 관계자도 "이런 식의 내부적인 것(슬로건)은 직종을 떠나서 다 있다"며 "통신만 그런 게 아니라 보험회사 영업부 등에 가면 더 적나라한 구호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만일 외부로 그런 의사를 표명하려고 했다면 밖에 더 잘 보이게 걸었을 텐데, 그게 아니라 사무실 내부에서만 볼 수 있게 한 것 아니냐"며 "특별히 악의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통신업체, '비하광고' 전쟁 등 감정 격화

SK통신그룹 측은 극구 '내부용 구호'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한 통신시장에서 벌이고 있는 '양대 통신공룡' KT와 SK 간의 이전투구 양상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SK통신그룹은 유선통신회사인 KT가 이달 초 자회사인 이동통신회사 KTF와 합병하는 것을 결사 반대했다. "과열 경쟁을 부추겨 통신시장을 혼탁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통합 KT가 출범했고, 이 회사는 합병 이후 '쿡 & 쇼(QOOK & SHOW)' 등 다양한 결합상품을 내놓으며 대대적인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등 유선시장에서 다진 실력을 통신시장 전반으로 확대할 경우 그 힘은 막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통신그룹이 심각한 경계심을 갖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미 양측의 신경전은 영업 현장뿐 아니라 장외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KT가 최근 내놓은 '쿡' 광고가 발단이 됐다.

SK텔레콤은 지난 10일 KT가 자사를 '파리 인간'으로 표현하는 등 상도의상 있을 수 없는 비하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지난 1일부터 시작한 쿡 광고의 내용은 이렇다. 통신업체 직원이 복잡한 결합상품을 설명하기 위해 소파에 앉아 있는 고객 주변을 날아다니며 시끄럽게 하자, 고객이 '결합신문'이라고 적힌 신문으로 마치 파리 잡듯이 통신업체 직원을 내려친다.

SK텔레콤 측은 "광고 속 파리 인간은 바로 우리를 겨냥한 것"이라며 "같은 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을 파리로 비유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KT측은 "결합상품들이 복잡해 고객들이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것을 파리로 표현한 것일 뿐 SK텔레콤을 타깃으로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KT는 오히려 SK텔레콤의 광고를 문제 삼았다. SK텔레콤이 인터넷 집전화와 휴대전화 서비스 결합상품을 홍보하는 'T밴드 백윤식편'이 KT를 비방했다는 것이다. 이 광고에서는 탤런트 백윤식이 "얘들아! 반값이다"라고 말하면서 모자를 벗어 던져 집 건물을 반으로 자르는 장면이 나온다. 문제는 부서진 집의 모양과 색깔이 KT의 유선상품 통합 브랜드 '쿡'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역시 KT의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8일에 LG텔레콤의 세이브 요금제 광고가 자사 우량고객을 타깃으로 한 부당광고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바 있다.

'비하광고 전쟁'으로까지 촉발된 이들 통신업체 간의 과열 경쟁 양상은 통합 KT가 나름의 자리를 잡기까지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이 서로 감정싸움을 벌이기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로 경쟁하는 게 현명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태그:#SK브로드밴드, #KT, #SK텔레콤, #쿡(QOOK), #개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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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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