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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방지정책을 마련하라! 청주 일가족 사회적 참사 추모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방지정책을 마련하라! 청주 일가족 사회적 참사 추모제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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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청주시에서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숨졌다. 올해 1월, 경남 김해에서 26년간 지적장애와 뇌병변 등을 앓던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어머니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2월에는 서울에서 아버지가 발달장애 자녀 둘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에 이어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60대 어머니와 40대 남매는 방안에 나란히 누운 채 발견되었다. 지인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는 침입 흔적이나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고,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과 함께 통장의 위치와 비밀번호, 장례에 관한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청주시청원경찰서 관계자는 "국과수 부검을 의뢰한 것은 맞다"면서 "통상 2주에서 한 달 정도 걸리는데, 아직 결과를 받아보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중구지회 관계자는 "유서의 내용을 보면 마치 자살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처럼 묘사했다"면서 "경계선 장애인인 경우에도 판단이나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데, 일가족 모두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분들이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 사회적참사 추모제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 사회적참사 추모제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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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잘못은 실수 아닌 폐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지난 3년간 언론에 보도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참사는 2022년에 10건, 지난해 11건, 올해에만 벌써 3번째"라며 "이는 단순한 개별 가정의 비극이 아닌 발달장애인 가족 안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적 죽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발달장애 가족 지원 정책의 총체적 부재 속에서 발생한,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무능력으로 인해 발달장애인 가족이 겪게 된 사회적 참사"라며 "발달장애인 가족이 희망을 잃고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난 3년간 24건의 참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자살이 13건으로 54%를 넘는 숫자"라며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 살아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가슴 아픈 메시지"라고 충고했다. 24건의 참사는 언론에 보도된 수치다. 가려진 사건까지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예산 늘었지만 달라진 것 없어

2년 전,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지역사회포럼에서 청주시의 발달장애인 전체 예산은 73억 4225만 원이고 이 가운데 85%인 62억 6180만 원이 시설 유지 및 운영에 투입하는 실정으로 실제 발달장애인 당사자나 보호자들이 피부로 느끼기에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었다.

올해 초 청주시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을 강화하겠다"며 "장애인활동 지원사업에 599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44개소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을 위해 사업비 286억 원이 투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부모연대 관계자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설운영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복지 대상자를 위한 시설인지 시설 운영자를 위한 시설인지, 반복되는 발달장애인들의 죽음을 보면 모르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충북도와 충주시는 해당 일가족이 모든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고, 지원도 원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가족 모두 돌아가셨기에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하며 "이번 청주시 일가족은 가족 모두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상황으로 사회적 개입이 절실했으나,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은 청주시 가족지원 정책의 총체적 부재"라고 덧붙였다.

사회복지사업은 비즈니스 아닌 서비스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복지의 전문성을 높이며, 사회복지사업의 공정・투명・적정을 도모하고, 지역사회복지의 체계를 구축하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여 사회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복지사업법 제1조 목적이다. 비즈니스는 이익을 탐하지만, 서비스는 대가와 상관없이 인적, 물적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공익사업은 서비스라고 부른다. 특히 동법 제5조 1항에 "복지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그 업무를 수행할 때에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하여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 없이 최대로 봉사하여야 한다"고 강행 규정을 만들었다. 고객을 위해 "최대로" 봉사해야 한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보도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참사 기록
▲ 3년간 참사 기록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보도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참사 기록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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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를 위한 산 자들의 49재

지난 14일 시작된 부모연대의 발달장애인 참사 추모제는 오는 21일 두 번째에 이어, 6월 25일까지 일곱 차례 이어질 예정이다. 7주 동안 이어지는 7번의 추모제.

49재는 사람이 죽은 뒤 49일째에 치르는 불교식 제사의례다. 49일 동안 죽은 이를 위해 산 자들이 정성을 다하면 보다 좋은 곳에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후손들에게도 복을 준다고 한다. 유교의 관점이다. 불교에서는 망자가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즉 삼악도에 들어가지 않도록 비는 행위가 49재다.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죽음은 씨앗과 같다"면서 "과육을 다 먹고 나면 씨앗만이 남지만, 그 씨앗은 다시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킨다"고 했다. 사라지는 부재는 살아있는 존재를 위한 의미인 셈이다. 부모연대는 수년째 정부가 발달장애인 종합지원계획을 마련하고, 당사자와 그 가족의 죽음방지정책을 마련하여 발달장애인 가정의 사회적 참사를 멈춰주길 호소하고 있다.

지하철을 멈춰 죽음으로 호소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름에서 '차별철폐'가 없어지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인간으로 불리며, 헌법 제11조의 평등이 제일 우선되는 평등 세상이 우리 사회에 올 수는 있을지 반복되는 참사의 슬픔 앞에 말라가는 눈물이 야속하다던 전화기 너머의 그분 목소리에 숙연해진다.

태그:#발달장애인, #사회적참사, #추모,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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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꿈을 키우는 교육복지의 중심" 중구교육복지센터에서 교육복지 거점 전문기관의 일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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