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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의대생들은 의학 교육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며 휴학계를 제출했다.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이 장기화되자 지난 6일 정부는 의대 40곳에 집단 유급을 방지하기 위한 학사운영 방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대생들이 유급까지 불사하며 휴학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의대협)는 지난 3월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역량이 부족한 의사가 돼라 명령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7일 의대 증원 정책의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의학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의학 교육 내실화에 대한 요구와 더불어 정부가 의대 증원 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 파악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의대생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해부 교육 필수 카데바 지금도 부족" 
 
카데바 1구당 실습학생 수 해외 사례 비교 통계.   이미지 = 안겸비 기자
 카데바 1구당 실습학생 수 해외 사례 비교 통계. 이미지 = 안겸비 기자
ⓒ 안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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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은 해부 실습용 시신을 뜻하는 '카데바' 부족을 문제로 꼽는다. 해부 실습은 인체 구조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이며 모든 임상 분야에서 활용되는 중요한 교육이다. 현재 비수도권 의학대학 휴학 중인 본과 1학년 A씨는 "카데바 8구를 가지고 80명이 실습하는 상황"이라며 "증원 시 카데바 1구를 10명이 넘는 학생이 다뤄야 해서 실습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3일 대한의학회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해부학 교육의 과거와 현재, 의사 정원 증원에 따른 미래' 논문은 최근 5년간 국내 의대 실습에서 카데바 1구를 학생 7.4명이 활용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카데바 1구당 학생 5.1명인 미국과 비교하면 국내 의대의 실습 여건이 열악한 편이다. 연구진들은 의대 정원을 2000명으로 증원 시 해당 비율을 유지하려면 카데바 270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카데바는 기증을 통해서 수급되고 있다. 또 의과대학 교육용으로 활용하려면 반년간의 방부 처리가 필요하다. 즉각적인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기증자가 기증할 특정 기관을 지정해야 하므로 해당 기관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학교 간 공유를 통해 학교별 카데바 수급 차이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신을 물건처럼 여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신의 사후 시신을 모교에 기증하기로 한 의사 맹호영씨는 개인 SNS에 "해부학은 단순한 우리 몸의 구조나 명칭이 아닌 생명이 떠난 신체를 마주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는 기회"라며 "마치 어떤 물건의 재고가 있어 나눌 수 있듯 공유라는 표현은 하실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늘어나는 학생, 부족한 강의실
 
의대생들이 임상 실습 시 활용하는 인체모형. 사진 = Pixabay
 의대생들이 임상 실습 시 활용하는 인체모형. 사진 = Pixabay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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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강의실 수도 문제다. A씨는 "대부분 강의실이 한 학년의 전체 정원에 맞춰 설계돼 있다"라며 "80명 정도 수용 가능한 강의실에 몇 배 정도 많은 학생들이 오면 강의 듣기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각 의과대학 비상시국대응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성명을 연이어 내어 증원에 대비한 강의실 구축이 미비하다고 주장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이하 아주의대) 비대위는 현재 강의실이 최대 66명까지만 수용이 가능하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의대 증원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주의대의 현재 정원은 40명이고 증원 시 120명까지 늘어난다. 

비수도권 의대의 경우 강의실 환경은 더 열악하다.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비대위는 "60명조차 앉을 수 없는 강의실"이라며 급격한 증원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 밝혔다. 제주의대의 현재 정원은 40명이고 증원 시 100명까지 늘어난다. 
  
강의실 증축 외 강의실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분반 제도가 거론된다. A씨는 "당장 1년 뒤에 인원이 늘어나면 분반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연구와 진료를 병행하는 교수들의 부담을 늘린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는 지난 4일 열린 '한국 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실습 교육을 담당하는) 임상 교수는 교육뿐 아니라 환자 진료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라며 의대 정원 증원 시 늘어날 강의 수요를 맞추기 힘든 현실을 설명했다.

'의학교육 내실화' 위한 구체적인 방안 필요해 

지난 4월 한국의학교육학회는 성명을 내어 필수의료 정상화는 의학교육 내실화가 전제 조건이라고 발표했다. 필수의료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의료 서비스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가 여기 속한다. 하지만 종사하는 의사 수는 부족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생기는 등의 문제가 꾸준히 발생했다.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의 인력 공백 해소를 목표로 하므로 의학 교육 환경과 방법이 증원 규모에 맞게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학교육학회는 "의학교육 내실화는 교육 지원 계획 수립, 의대생 선발과 진로 교육, 의대 교수개발과 교육에 대한 인정 제도 개선과 투자가 필요하다"라며 정부가 의학교육의 질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정부의 구체적인 의대 교육 내실화 방안은 아직 논의 중에 있다. 지난 8일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의대 관련 설명 브리핑에서 "의대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교육 환경 관련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건지 방안도 자세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이해할 수 있는 증원 규모 내에서 점진적인 정책 이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이, 대학생을, 대학생에게 알리다.‘ <대학알리>는 학교에 소속된 학보사라는 한계를 넘어 대학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집권을 가지고 언론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창간되었으며, 보다 자주적이고 건강한 대학 공동체를 위해 대학생의 알 권리와 목소리를 보장하는 비영리독립언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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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의대생, #의대증원, #의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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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과 직결된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기본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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