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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대와 의자놀이 책 판매대가 보인다
▲ 대한문 앞 서명대와 의자놀이 책 판매대가 보인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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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첫 주말인 지난 1일, 대한문 앞에서 김석기 구속과 쌍용차해고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00만 시민 서명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남성이 자그마한 돼지 저금통을 들고 서명대 앞으로 다가오더군요. 저금통을 건네기 전, 뭔가 적혀 있는 메모지를 함께 내밀었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새 생명이 전하는 희망을 받았습니다

 지구촌 새 생명 두두가 전하는 희망이 활짝 꽃필 날을 기다려본다
▲ 희망돼지 저금통 지구촌 새 생명 두두가 전하는 희망이 활짝 꽃필 날을 기다려본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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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결혼해서 우리 가족의 새 식구 '두두'가 태어날 때까지 조금씩 모은 돈입니다. 이쁜 옷 사 주려고 했는데 쌍용차 분들에게 우리 두두의 희망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저금통을 건네받는 순간 코끝이 찡해지며 가슴에서 뭔가가 울컥하더군요.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꿈꾸고 희망을 나누는 마음을 지닌 시민이 계시니 희망세상 맞지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22번째 사망자 고 이윤형씨의 죽음을 추모하며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린 게 지난 4월 5일입니다. 그동안 경찰에 의한 강제 철거도 수없이 당했고 사납게 몰아치는 비바람과도 싸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쌍용차 동지들은 대한문에서 새로운 노동운동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2009년 쌍차 노동자들의 처절했던 파업 현장과 '구조적 타살'로 죽어간 스물두 명의 쌍용차 노동자들을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심리치유공간인 와락이 생겨났고, 해고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희망식당이 서울에 두 곳(상도역·상수역) 청주에 한 곳 생겼습니다. 공지영 작가가 쌍용자동차 문제를 정리한 <의자놀이>는 많은 시민들에게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의 본질을 알게 만들었습니다.

시민들, 문화예술인, 종교계 각계각층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의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측과 정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요. 얼마 전 국회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하더니, 아쉽게도 이틀간의 형식적인 청문회를 하는 것으로 끝내버리더군요.

그러나 시민들의 연대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깨어있는 시민들이 쌍용차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언젠가 공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2011년 결혼해 새 식구 두두를 기다리며 모은 돈을 쌍용차 해고노동자 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들고 왔다.
▲ 돼지 저금통을 들고 온 두두의 아빠 2011년 결혼해 새 식구 두두를 기다리며 모은 돈을 쌍용차 해고노동자 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들고 왔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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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려고 조금씩 정성으로 모은 돈을 기쁜 마음으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전하는 시민. 어떻게 희망이 자라나지 않겠습니까. 사측은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을 헌신짝처럼 길바닥에 내동댕이쳤지만, 대동단결의 마음으로 차근차근 연대의 마음을 모으고 있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지구별로 초대받아 온 귀한 새 생명 '두두'의 희망을 쌍용차 해고노동자에게 전해 준 '두두'의 가정에 늘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태그:#쌍용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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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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