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울린 필리핀 대표의 개막연설. 그는 필리핀의 현재 상황을 전하며,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촉구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울린 필리핀 대표의 개막연설. 그는 필리핀의 현재 상황을 전하며,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촉구했다.
ⓒ 유튜브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기후변화의 현실, 지금 당장 필리핀을 방문해봐라."

초대형 태풍 하이옌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 대표의 말이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19)가 열리고 있는 폴란드를 뜨겁게 적셨습니다. 필리핀 대표로 이번 회의에 참석한 예브 사노 기후변화담당관은 개막 연설을 통해 지구온난화가 만든 태풍 하이옌의 위력과 처참한 필리핀의 상황을 전하고,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연설 후 눈물을 닦아내는 그에게 참석자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예브 사노는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총회기간 동안 단식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적도 위에 놓인 필리핀은 연중 크고 작은 태풍의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열대성저기압인 태풍은 바다 수온의 영향을 많이 받아, 보통 섭씨 28도 이상에서 형성되고 수온이 높을수록 더 큰 힘을 가지게 됩니다. 때문에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태풍들 역시 점점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을 휩쓴 태풍 하이옌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슈퍼태풍으로 기록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최근 한반도에 상륙하는 대형 태풍들의 규모와 빈도도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구가 계속 뜨거워진다면 이러한 슈퍼태풍은 계속 만들어져 지구를 휩쓸 것입니다.

"기후변화 고통, 내일은 부자 나라가 겪을 것"

초대형 태풍 하이옌의 피해를 입은 필리핀의 모습
 초대형 태풍 하이옌의 피해를 입은 필리핀의 모습
ⓒ EPA/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필리핀이 지금과 같이 큰 피해를 입게 된 이유는 비단 태풍이 강력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필리핀 인구의 60%가 해안지역에 살고 있는데, 태풍 하이옌은 일부지역에 5m, 최대 7m 높이로 몰려와 섬 저지대를 덮쳤습니다. 섬 주민의 1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레이테(Leyte) 지역도 이렇게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러한 위험에도 필리핀에서 해안가 주택 건설이 빠르게 늘면서, 젊고 가난한 주민들의 해안가 이주 역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제 이재민 모니터링 센터와 노르웨이 난민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세계 3200만 명이 재난으로 이재민이 됐고, 이 중 98%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난민이라고 합니다.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홍수와 태풍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어서 기후변화 취약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실제로 파푸아뉴기니의 경우 지난 수 년간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데, 해안침식과 염해로 2005년에만도 1000명 이상이 타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습니다. 또한 방글라데시 볼라섬의 경우 1965년 6400평방킬로미터였던 면적이 현재 그 반으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렇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국민에게 집중돼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고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입었던 미국의 경우처럼 선진국도 그 피해를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47개 개도국들을 대표하는 방글라데시 물주룰 한난 칸 대표가 "오늘은 가난한 나라가 기후변화로 고통받지만 내일은 부자 나라일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필리핀의 고통,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필리핀이 당한 고통,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를 뜨겁게 만든 바로 우리들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국가로, OECD 국가들 중 온실가스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쓴 화석연료들이 지구를 뜨겁게 했던 것이고, 결국 하이옌 같은 슈퍼태풍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기존 쿄토의정서 체제가 종료되는 2020년 이후의 기후체제에 대한 합의안 도출과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및 적응 노력에 대한 선진국의 재정지원 등을 논의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그러나 합의에 이르는 길은 무척 험난해 보입니다.

그간 선진국에게 의무였던 1990년 기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전세계 온실가스의 18%를 배출하는 미국이 탈퇴하면서 위기를 맞았고, 최근 일본과 러시아·캐나다 등도 사실상 탈퇴한데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24%를 차지하는 중국이 개도국으로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탄소거래와 같은 시장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선진국의 산업을 개도국으로 이전할 뿐, 배출량은 감축되지 않았다는 것도 한계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필리핀 대표의 눈물어린 호소가 가슴 아픈 이유입니다.

환경연합은 에코피스아시아·환경교육센터와 함께 필리핀 긴급 모금을 시작합니다. 필리핀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조금의 노력을 나눠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관련 정보 확인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환경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필리핀, #하이옌,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협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