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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전까지 모 회사에서 전산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관두게 되었고 동영상 편집 관련 1인 벤처 창업을 하였지만 쫄딱 망했습니다.

그 후 E택배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을 걸고 구인 중에 있길래 그곳에 택배기사로 취직했습니다. 일은 솔직히 힘들었지만 3~6개월 후에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란 기대감에 지난해 10월부터 다니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뿐이 모르던 제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외소한 체격이지만 본사 직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E택배회사는 도서전문 배송업체로 인터파크나 yes24에서 물건을 받아 익배로 배송을 하는 회사입니다. G배송업체는 도선 전문 배송 업체로서 당배를(당일)취급하는 회사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사무실과 같은 지점을 운영 하는 같은회사입니다. 저는 위 두 회사에서 나오는 물건을 받아 배송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반 택배 기사의 하루

택배기사(자료사진)
 택배기사(자료사진)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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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택배 기사들은 새벽 7시까지 지점에 들어가서 일명 까대기(상차 하차 분류작업)를 합니다. 그 분류 작업 후 자기 차에 짐을 싣은 후 송장 정리 하고 빠르면 10시 늦으면 12시에 배송 출발을 합니다. 보통 자기 지역 배송지에 들어 가는데에도 30~60분 정도 소요됩니다.

진짜 배송 요건이 좋고 한쪽에 몰려서 배송이 나온다면 한시간에 25개 정도는 배송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리는 많지 않으며 보통 18개~20개 정도 배송합니다(물론 숙달된분에 한해서).

배송하다보면 참 여러 상황들이 닥칩니다. 고객한테서의 전화, 콜센타에서 전화, 집에 아무도 없는 상황, 연락이 안 되거나 잘못된 주소인 경우. 또, 공사중인 도로상황,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시간을 까먹습니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 고객과의 전화입니다. 예를 들면 집에 아무도 없어서 전화를 하는 경우, 전화를 했는데 안 받는 경우,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며 20~30분 후 다시 전화가 오는 경우, 다른 주소로 배송 해 달라는 경우, 몇 시까지 와 달라는 경우, 어디 어디에 숨기거나 어디에 맡겨달라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위의 상황들이 배송 기사들이 싫어하는 경우입니다. 이유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빌라 5층집에 4층까지 걸어 올라가서 초인종을 눌렀는데 아무도 없다. 전화를 하였지만 안 받는다. 그냥 내려와서 배송하는데 아까 배송 안 한 그 집에서 전화가 온다 지금 집에 들어왔으니 가져다 달라고 한다. 배송기사가 빙~ 돌아서 가져다 준다'. 이거 배송하는것만 조금 과장해서 1시간이 걸립니다.

아파트가 아닌 이상 배송기사들은 미리 전화를 잘 안합니다. 어쩌다가 하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만 그건 특수한 경우입니다.

이러 저러한 상황으로 보통 하루에 숙달된 분들은 150개 200개는 배송 합니다. 물론 미숙련된(그 지역을 잘 모르는) 배송기사들은 100개를 배송합니다(그 지역특성에 따라 배송 개수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배송기사(용차기준)는 수수료로 1100~1200원 받고 소화물의 경우 400~700원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지출되는 경비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경비라 하면 주유비랑 휴대폰 사용료입니다. 주유비만 1t 트럭의 경우 한달의 약 50~60만 원 정도 나올겁니다.

수수료 1200원 * 100개 * 25일 = 300만 원
지출 경비 : 60만 원 + 5만 원(휴대폰) = 65만 원 (자차보험료 및 소모품비용제외)

한달 내내 뼈빠지게 일한 기사의 월급이 그것뿐이 안 되면 왜 하나 싶으시죠?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집하입니다.

보통 기사들은 자기 지역이 할당되는데 그 지역에서 나오는 상품을 받아 영업소로 가져 오는 것입니다. 많이 받아 올수록 수수료는 많이 떨어 지겠죠. 반차만 싣고 와도 월200만 원은 됩니다. 집하는 일반적으로 한 곳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시간도 적게 걸립니다. 이 메리트 때문에 배송기사들이 그만 두지 못하는거죠.

그렇게 배송과 집하를 끝내고 사무실로 들어 옵니다. 물론 일찍 끝나는 분도 있고 늦게 끝나는 분도 있습니다. (100개를 기준으로) 아무 일 없이 배송하고 100개를 집하해 사무실로 돌아오면 오후 7시입니다. 하지만 여러 상황때문에 밤 늦게까지 배송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무실에 들어와서 상차를 한 후 송장 정리를 하고 오후 8~9시 집으로 귀가합니다.

택배 기사들 고생 많이 합니다 오랫동안 운전해야죠. 뛰어다녀야죠. 날씨상황에 따라 힘들죠. 무거운것도 들어야죠. 여러 전화에 시달리죠. 정말 고생합니다.

들은 소문 중 가장 힘들어보였던 사례는 이것입니다. 쌀을 배송하는데 15층 아파트였답니다. 하지만 워낙 노후한 아파트라 아파트라 엘레베이터가 없어서 14층까지 걸어 올라가 배송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 지역의 택배 기사가 자주 바뀐다고 생각 되는 분들은 거의 밑의 상황 중에 하나 때문입니다.

1. 지역이 넓고 배송과 집하가 없다.
2. 본사로 부터 수수료 지급이 늦다.
3. 배송하기 힘들고 오래걸리는 지역이 많다.

이제 제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전 E 택배회사에 다녔다고 했지요. 지난해 10월부터 열심히 근무하고 있었지만 11월 첫 급여날부터 삐그덕 거리더군요. 급여가 하루 이틀 미루어 지더니 결국 12월 17일날 노동청의 중재로 10월 임금을 받았습니다. 현재 11월 급여와 경비(40만 원)가 입금되질 않고 있네요.

너무 억울한 마음에 하소연 좀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해 11월 12월 창업 대출의 이자가 연체돼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계속적으로 독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더 참담한 것은 12월 말경에 어머님이 입원을 하셨는데 입원비를 내 줄 수 없어 퇴원시켜야 했던 것입니다.

위와 같은 일을 법대로 처리 할 경우 급여의 80% 정도를 6개월 안쪽으로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회사를 위해 사용한 경비는 개인적으로 민사소송을 넣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보통 기사들의 한달 평균 경비는 최소40만 원~ 70만 원입니다).

40만 원~70만 원때문에 민사를 넣는다는 것에 있어서 저는 모순이 느껴지네요. 노동청의 경우 현재 기다려보자라는 말만 합니다.

저는 가장이지만 가장으로서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개인적으로 홈페이지 관리 해주며 근근이 일하고 있지만 얼른 좋은 곳에 취직 하고 싶습니다.


태그:#택배, #급여, #미지급, #노동청, #이노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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