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관련 서울지방경찰청 쪽의 '이상한 증언'이 계속되고 있다.

11일 열린 김용판 전 서울지방청장의 재판에 출석한 관계자들은 지난해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 컴퓨터 분석에서 발견한 아이디 등을 '중요한 단서'로 봤음에도 수사를 전담한 수서경찰서에 전달하지 않은 점을 시인했다. '수사 축소·은폐'가 아니라면서도 그 의혹을 더욱 키우는 증언을 하는 셈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김 전 서울경찰청장의 7차 공판에서 이병하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은 "(서울경찰청 디지털 증거 분석팀이 12월 14일에 김하영씨 컴퓨터에서 찾아낸 아이디와 별명 40개가) 수사의 단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보규 당시 서울경찰청 디지털범죄수사팀장 역시 이 아이디와 별명으로 증거 분석 작업을 진행해야 더 정확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경찰청은 수사의 실마리를 풀 아이디 40개를 수서서 수사팀에게 전달하지 않은 채 12월 16일 '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의혹은 혐의 없음'이란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강행했다. 이병하 전 과장과 김보규 전 팀장은 당시 김하영씨가 자신의 노트북과 컴퓨터를 임의제출하며 제시한 '2012년 10월 이후 작성한 문재인·박근혜 지지·비방 댓글과 게시글만 확인바란다'는 단서에 따라 디지털 증거를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권은희 전 수서서 수사과장은 지난 재판에서 대선 당일 자정 즈음에서 확보한 이 아이디 등을 곧바로 인터넷에서 검색하자 특정 후보·정책 관련 글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이병하 전 과장과 김보규 전 팀장의 11일 증언은 지난해 수사 초기에 중요한 단서들이 수사팀에게 전해지지 않은 채 경찰이 서둘러 중간수사 결과를 내놓은 정황을 보여준다. 김용판 전 청장 주도로 서울청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준 것이다.

"분석한 대로 발표해야 한다"더니... 일부 내용 보도자료에 안 담아

이 전 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도 거듭 남겼다. 그는 "분석을 하면 분석한 대로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면서도 서울경찰청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 일부 분석 결과를 고의적으로 제외한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서울경찰청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 자료에서 김하영씨의 컴퓨터에서 찾은 아이디 40개는 '여러 개'로 표현했고, 김씨가 4대강, 무상복지 등 사회 이슈 관련 글을 남긴 사실도 '인터넷에서 남긴 글은 혐의 내용과 관련돼 답변할 수 없다'며 숨겼다. 이 전 과장은 법정에서 "(아이디 등은) 개인정보 관련된 내용이라 보도자료에 구체적으로 쓰지 않았고, 인터넷 글은 분석범위에 해당하지 않아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김 전 팀장은 디지털 증거 분석 과정에서 아이디 등을 찾아낸 사실을 수서서에 명확히 전달하지 않았다. 그는 11일 "(수서서에서 요청한 키워드 100개를 줄여달라고 연락하며) 김하영씨 컴퓨터에서 찾은 아이디 등으로 분석작업을 하는 중이란 의미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김성수 수서서 지능팀장과 통화하며 "수사과정에서 추출되는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해야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고만 말했다. 이날 판사가 그에게 '추출되는 아이디와 닉네임'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 전 팀장은 "김씨 컴퓨터에서 나온 아이디와 별명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판사는 "그 얘기가 아니지 않냐"고 반박했다.

판사 : "새로운 키워드를 분석과정에서 추출되는 아이디와 닉네임(별명)이 있으면 그걸로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니까 그렇게 하겠다는 일반론이냐 아니면 분석과정에서 김하영이 쓰던 게 나왔으니까 그걸로 하고 있다는 식으로 한 거냐. 명확히 얘기했는가."

김보규 : "(김하영 것으로 분석 중이라고) 명확히 얘기한 건 아니고 분석관들이 분석과정에서 나오는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검색해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키워드를 몇 개 돌리고 있다, (김하영 컴퓨터에서) 추출된 것으로 돌리고 있다는 얘기는 안 했다."

판사 : "그러니까 그건 하다가 발견되면 그걸로 하겠다는 얘기지, 내가 그걸 찾았고 (이 아이디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지않나."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이 당시 국정원쪽과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그 사실을 감추려했던 점도 드러났다. 검찰은 11일 이병하 전 과장이 "검찰 조사에 국정원 서울청 담당 직원과 처음에 단 1회 통화했다고 진술했는데, 통화내역 자료가 제시되자 다른 것도 시인했다"며 "2012년 12월 14일 3회 음성통화, 16일 3회 음성통화를 했고 16일에는 문자 메시지도 2회 받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전날 김용판 전 청장의 6차 공판에서도 김병찬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이 지난해 12월 11일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진 뒤, 16일 오후 11시 중간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정원 직원과 매일 평균 10여 차례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태그:#국정원 대선개입, #김용판, #권은희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