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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둔 2007년 7월 경인운하 예정지인 인천 굴포천 방수로 공사현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을 앞둔 2007년 7월 경인운하 예정지인 인천 굴포천 방수로 공사현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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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익 부풀리기, 환경오염 등 각종 논란을 빚어온 경인운하가 오는 28일 발주식을 갖고 오는 6월에 본격 착공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는 전날(21일)일 열린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서 경인운하건설사업 등 16개 사업을 일괄입찰방식으로 시행하기로 심의 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수자원공사는 경인운하공사를 6개 구간으로 구분해 공사 발주를 요청했었다. 또 발주 요청한 공사와 별개로 일부 공사에 대해서는 이미 설계에 들어갔고 애초 계획대로 오는 3월 중 착공할 예정이다.

사실 경인운하 건설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10여 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정부가 1987년 집중호우로 발생한 홍수피해를 이유로 88년 9월 '굴포천 종합치수 대책'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공사 내용은 굴포천 본류와 서해를 연결하는 40m 폭의 방수로 개설과 굴포천 본류의 하도 개수, 굴포천 하구의 유수지 설치 등이 전부였다.

그러나 정부가 1991년 12월에 수립·발표한 '굴포천 종합치수 사업 기본계획'은 이 같은 내용과 달랐다. 굴포천 치수 사업과 운하 건설을 연계해 1단계로 치수 사업을 시행한 뒤 2단계로 운하를 건설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방수로의 폭은 40m에서 80m로 확대됐다. 그리고 '오래된 논란'이 시작됐다.

<오마이뉴스>는 22일 '경인운하대책위'의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임석민 한신대 교수, 권창식 가톨릭환경연대 사무국장 등과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서해갑문] "업자들도 인천터미널에 난색... 경인운하는 그림 짜맞춘 것"

인천시 시천동 서해갑문. 경인운하 공사가 시작되면 이곳에는 인천터미널을 오가는 선박의 통행을 위한 갯벌 준설이 이뤄질 예정이다
 인천시 시천동 서해갑문. 경인운하 공사가 시작되면 이곳에는 인천터미널을 오가는 선박의 통행을 위한 갯벌 준설이 이뤄질 예정이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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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시천동 서해갑문으로 향하는 길. 굴포천 방수로 공사 현장 곳곳에는 '새시대 새물결 경인운하', '한강과 서해의 만남 경인운하'라고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휘날렸다. 골재를 실은 덤프트럭도 바삐 공사로를 오갔다.

의외로 서해갑문 지역은 고요했다. 영종대교 밑에는 썰물로 모습을 드러낸 갯벌이 펼쳐졌고, 굴포천 하구에 조성된 유수지는 얼음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유수지 너머로는 드넓은 수도권 매립지가 보였다.

상반된 모습. 정부와 경인운하 찬성론자들은 막후되고 황량한 이 지역에 운하를 건설하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선전하고 있다. 과연 경인운하가 과연 '새시대 새물결'이 될 수 있을까? 권창식 가톨릭환경연대 사무국장은 "수자원공사와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내놓은 경인운하 계획은 그림을 그려 짜 맞춘 것일 뿐"이라고 혹독한 평을 내놓았다.

'그림을 그려 짜 맞췄다'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서해갑문 지역에 세워질 인천터미널. 인천시는 이 일대 284만㎡ 규모의 땅에 5선석 규모의 접안 시설과 갑문 5기를 갖춘 대규모의 경인운하 인천터미널을 세울 예정이다. KDI의 설명에 따르면 인천터미널은 현재 포화상태인 인천항의 재항비용 및 하적비용을 감축하고 현재 굴포천 하구 유수지를 친환경구역 및 레크리에이션 공간으로 만들어 관광객도 유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권 사무국장은 "업자들도 터미널로 옮길 경우 소요 시간·경비가 더 든다며 난색을 표한다"며 KDI가 내놓은 계획을 허황된 신기루로 규정했다. 그는 오는 4월 착공이 예정된 인천항 확장 계획도 말했다.

"인천항이 포화됐다고 하지만 곧 송도신항이 착공되면 KDI가 말했던 효과는 사라진다. 이 부분을 지적하면 국토해양부 측은 인천항 확장 계획을 수정할 것이라고 답한다. 항만 계획을 멈추면서까지 경인운하를 건설해야 할 이유가 뭔가."

권 사무국장은 물류센터, 컨테이너 등이 건설될 배후단지(86만평)에 대한 편익 발생도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KDI는 평당 250만원에서 270만원 선에서 배후부지를 분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수요자들은 평당 100만원 이상이면 매력이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검암역 인근-목상동 대절토 구간] 경인운하의 유일한 볼거리는 인공폭포뿐?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진행 중인 목상동 구간.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진행 중인 목상동 구간.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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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암역 인근 임시가교 지점에서도 '환상'의 실체를 엿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제방 및 방수로 폭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제방 옆으로 조성되고 있는 제방도로를 가리켰다. 조성되고 있는 제방도로와 나란히 공항고속도로와 공항철도가 나 있었다.

"사실 서울과 인천을 오갈 물동량은 굴포천 방수로의 제방도로, 공항고속도로, 공항철도 등으로 모두 해결된다. 오히려 지금 공항고속도로와 철도는 적자를 보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인데 업자들이 1시간이면 오갈 거리를 3~4시간씩 걸리는 운하를 이용하겠나."

정부가 2030년에는 관광객 63만명, 933억원의 경제적 편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선전한 레저 효과도 생생한 현장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목상동 대절토 구간에는 강바닥부터 50~60m 높이의 돌무더기 벽이 굴포천 양 옆에 우뚝 서 있었다. 설사 이곳에 물을 채워 수심을 높인다 하더라도 보이는 것은 제방뿐일 듯한 상황이었다. 권 사무국장은 지하수가 흘러나와 군데군데 얼음이 엉겨 붙어 있는 제방을 가리키며 "저곳에 인공폭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공폭포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이곳의 유일한 '볼거리'인 셈이다.

권 사무국장은 "정부는 63만명의 관광객이 경인운하를 이용할 것이라고 했지만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인천항을 이용한 인원 100만명 중 편도출입국자는 고작 38만명 밖에 안 됐다"며 "제방도로, 공항고속도로 등으로 접근성마저 제한된 경인운하를 관광목적으로 방문할 사람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귤현보 지점] 고여서 썩어가는 하천, 한강으로 이어진다

경인운하대책위 현장조사팀이 22일 굴포천과 굴포천 방수로가 만나는 귤현보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고무보로 분리된 하천은 이미 부영양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경인운하대책위 현장조사팀이 22일 굴포천과 굴포천 방수로가 만나는 귤현보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고무보로 분리된 하천은 이미 부영양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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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현보는 자연형 하천인 굴포천과 굴포천 방수로가 만나는 곳이다. 현재 굴포천과 굴포천 방수로는 고무보를 통해 구분된 상태다. 거의 고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굴포천에서는 썩은 냄새가 났다. 물이 불어나는 경우 고무보의 공기가 빠지면서 자연스레 굴포천 방수로로 물이 흘러가게 된다.

권 사무국장은 "현재 이곳의 물은 주변의 농업용수와 하수처리가 안 된 용수가 섞여 들어 상당한 부영양화가 진행돼 있다"며 "지금은 겨울이라 오히려 깨끗하게 보이는 편이다, 여름이 되면 녹조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강과 굴포천이 이어질 경우 이곳의 오염물질이 한강에 유입된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해보였다. 사실 경인운하 계획은 운하 유속 둔화로 인한 오염심화, 철새 도래지 파괴 등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지난 2000년부터 환경영향 평가 보완지시를 6차례나 받은 바 있다.

권 사무국장은 "오염원의 제거 없이 무작정 한강과 굴포천 방수로를 잇는다면 이 같은 물들이 서로 섞이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며 "이런 전체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흥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시화호 문제 해결에 애썼던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도 "그나마 시화호에는 염생식물 등 생태계가 일부 남아 있었다"며 "경인운하가 건설될 경우 배가 다니면서 오염물질을 계속 섞이게 해 시화호보다 더 심각한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문제점이 이렇게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수자원공사 등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사실 문제점은 이미 다 드러났다.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는 직접 조사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그냥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는 식으로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다. 토목공사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 미래를 위한 일인지 물어봐야 한다."

굴포천 방수로 공사 현장 직원들, "외부인 현장 출입 안 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22일 경인운하대책위의 현장 조사를 막아서는 현장 공사 직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22일 경인운하대책위의 현장 조사를 막아서는 현장 공사 직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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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임석민 한신대 교수, 권창식 가톨릭환경연대 사무국장 등 정당·전문가·시민단체로 구성된 '경인운하대책위'의 첫 현장조사는 순조롭지 않았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이번 현장 조사를 위해 지난 20일 국토해양부, 수자원공사 등 소관부처의 보고까지 받았고, 현장 조사에 대한 협의도 마쳤다. 그러나 수자원공사 측이 돌연 21일 저녁 "환경단체의 방문을 안 지역민들이 모일 예정이라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애초 예정됐던 경인운하건설단과의 미팅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취소된 것은 미팅만이 아니었다. 굴포천 방수로 공사 구간마다 시공사 현장 직원들이 공사 차량과 승용차 등을 이용해 조사팀을 막아섰다.

이에 유 의원 측은 "국회의원 고유 권한인 현장 조사권을 행사 중인데 무작정 막아서는 이유가 뭐냐"고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현장 직원들은 "안전과 공사자재 도난 위험으로 통상적으로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며 "발주처인 공사 측으로부터 외부인을 출입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출입을 통제한 현장직원 대다수도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고 인천 지역 환경운동단체 활동가들도 "원래 이곳을 차로 막아선 경우까진 없었다"며 돌연 바뀐 현장의 방침에 의문을 표했다. 인근 지역주민들도 이로 인해 통행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목상교 인근 주민인 A씨는 "평소 다니던 길인데 이곳을 막는 이유가 뭐냐"며 "국회의원까지 막아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 의원 측은 현장 직원들이 출입을 통제할 때마다 전후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수자원 공사 측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공사 측으로부터 온 답변은 없었다. 지역 주민들과 조사단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동행한 경찰의 요청에도 공사 측 직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국회의원을 갖고 말장난을 친 것"이라며 "이후 전후사실을 확인한 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태그:#경인운하, #굴포천 방수로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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