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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를 달래준 뜨끈한 팥죽 한 그릇에서 삶의 온기가 느껴진다.
 허기를 달래준 뜨끈한 팥죽 한 그릇에서 삶의 온기가 느껴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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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네 죽집이다. 여수 수산시장 음식 골목에 있다. 현지인이 추천한 곳이다. 푸른 빛깔의 녹두칼국수, 남도에서 팥죽으로 불리는 팥칼국수, 새알죽과 콩국수 등의 메뉴가 있다.

가게로 들어서니 입구 오픈주방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죽을 쑤고 있다. 이집에서 맛있는 메뉴가 뭐냐고 물었더니, 주인아주머니 대답이 걸작이다.

"쩌기 손님들에게 물어 보씨요."

그래서 손님들에게 "이집 어떤 음식이 맛있대요?"하고 물었더니 개도 섬에서 왔다는 할머니가 "폿죽이요!"라고 자신 있게 답한다. 폿죽은 팥죽(팥칼국수)의 전라도 사투리다.

오랜 역사 간직한 죽, 조선후기부터 먹기 시작해

주방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죽을 쑤고 있다.
 주방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죽을 쑤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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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언제부터 죽을 먹기 시작했을까. 인류는 농경문화가 싹틀 무렵부터 토기에 곡물을 넣고 가열 죽을 쑤어 먹었다. 곡물 음식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게 죽이다. 죽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은 조선 시대에 이르러 나타난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덕무가 저술한 <청장관전서>에 '서울 시녀들의 죽 파는 소리가 개 부르듯 한다'는 대목이 있다.

팥죽은 맛도 좋은 데다 영양소도 많다. 미용과 노화방지는 물론 단백질과 비타민B1 칼륨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피로감과 수면장애에 도움이 되며 기미와 주근깨까지도 없애준다. 또한 식욕부진을 도와줘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좋다.

팥칼국수 옆 푸른 빛깔의 죽은 팥 대신 녹두를 넣은 녹두칼국수다.
 팥칼국수 옆 푸른 빛깔의 죽은 팥 대신 녹두를 넣은 녹두칼국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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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담긴 녹두칼국수에서 녹두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접시에 담긴 녹두칼국수에서 녹두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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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한 그릇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렸다. 옆 손님에게 내온 푸른 빛깔의 음식에 잠시 시선이 머문다. 푸른 빛깔의 죽은 팥 대신 녹두를 넣은 녹두칼국수다. 한 그릇에 5000원으로 가격은 팥칼국수와 같다.

접시에 담긴 녹두칼국수에서 녹두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이웃한 순천에서 온 손님이 한사코 만류해도 맛보라며 건네준 것이다. 남도의 인심 한번 참 좋다. 처음 만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도 이렇듯 음식을 나누는 풋풋한 정이 있는 곳, 이런 곳이 진정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팥칼국수는 시금치를 넣어 푸른빛의 식감이 곱다. 뜨끈한 팥죽 한 그릇에 허기가 가신다. 재래시장에서 맛본 팥죽 한 그릇에서 삶의 온기가 느껴진다.

여수 수산시장 수미네 죽집의 메뉴판이다.
 여수 수산시장 수미네 죽집의 메뉴판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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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에 시금치를 넣어 푸른빛이 곱다.
 반죽에 시금치를 넣어 푸른빛이 곱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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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은 식욕부진을 도와줘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좋다.
 팥죽은 식욕부진을 도와줘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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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팥죽, #팥칼국수, #여수수산시장, #생면부지,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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