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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앞 합동이령제
▲ 49제 합동위령제 대한문 앞 합동이령제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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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7시, 22명의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위한 합동 위령제가 5대 종단이 주관하는 가운데 대한문 앞에서 열렸습니다. 엄숙하고 느린 톤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팔뚝질도 없이 부른 다음 각 종교별로 22분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고 그분들을 떠나보내는 의식을 행했습니다.

그 분들이 과연 이 땅을 떠나 편안한 안식을 취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쌍용차 사측과 직접 개입을 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노동부,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홍길동전에 보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말이 나오지요. 지금의 대한민국은 백일하에 드러난 사실마저도 입에 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라고 외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외침은 3년 내내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아픈 진실이 되었습니다. 한 명도, 열 명도, 스무 명도 아닌,  22명이 목숨을 내려놓아야 했으니까요.

사람들은 사회적 타살이라는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타살의 주체를 이야기하면 왜 침묵하라고 하는 것일까요? 그동안 수없이 이야기 된 사실을 왜 글로 쓰면 안된다고 하는 것일까요?

77일간의 쌍용차 옥쇄 파업 때의 강경진압이 가한 정신적, 육체적인 상처도 모두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으니 정부에 의한 살인이 맞고 거기에 침묵한 우리 모두는 살인을 방조한 암묵적 동의자들이 되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억울하고 아픈 것은 정부는 국민을 차별 없이 보호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의무를 이행하기는커녕 오히려 폭력 가해집단에 힘을 실어주고 함께 두들겨 패는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지요.

이제라도 잘못을 시인하고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달라고 탄원도 하고 눈물로 호소도 하고, 양심의 소리로 외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부와 사측은 묵묵부답이군요. 아니 그저 답을 안 하는 것만이 아니라 폭력으로 또 한 번 상처를 입히고 있더군요.

촛불로 결의를 다지며
▲ 촛불로 분향을 대신하고 있다. 촛불로 결의를 다지며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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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에 22번째 희생자인 고 이아무개님을 포함 분향소를 차린 것이 지난 4월 5일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몰랐다"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고 쌍용차 동지들을 위로하고 함께 했습니다. 시민상주가 되어 사회적인 책임을 함께 나눈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사회의 총체적인 집합체인 국가의 수장과 정치인들과 짧게는 수년에서 수십 년씩 한솥밥을 함께 먹으며 회사를 키웠던 이들의 죽음을 쌍용차 사측은 철저히 외면하더군요.

어제는 32주기 5·18 민주화 항쟁 기념일이었습니다. 송경동 시인은 자신의 시 '5월은 지금도 싸우고 있다'에서 5월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제 시민의 연대가 죽음을 이길 수 있기를
▲ 착한밥이 5월 광주의 총칼을 이겼다. 이제 시민의 연대가 죽음을 이길 수 있기를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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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지금도 현장에서 탄압받고 있으며
5월은 지금도 녹슨 철장 안에서 신음하고 잇으며
5월은 지금도 거리에서, 학교에서, 법정에서 소외당하고 있으며
그렇게 짓밟혀 간 80년 광주는
지금도 이땅에서 진행 중인
소외와 착취와 편견과 구속과 절망과 분노의
다른 이름일 뿐
5월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누가 5월은 끝났다고 하는가
그에게 묻는다. 이젠 먹고 살만해져서 지켜야할 것들이 생기고

이젠 포기못할 지위와 명성을 얻어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그에게 묻는다. 광주는 무엇이었는가
어떤 정신이었는가

사상의 자유가 보호받고 있는가. 이 나라에서는
도청과 미행과 감식이 이젠 사라졌는가. 이 나라에서는
검열과 사전심의가.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책상머리 잣대로
짜를려는 구태는 사라졌는가. 이나라에서는
가진 자들만큼 가지지 못한 자들의 권익이 보호받고 있는가.
정리해고 당하는 신종노예인 900만 비정규직의
권익은 보호받고 있는가. 이나라에서는
그들의 집회와 시위와 결사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는가
사라지지 않는 처ㅚ류가스와 곤봉과 체포조들의 군홧발 속에서
약자들의 연대와 울부짖음은 보장되는가

어느 누가 5월은 끝났다 하는가
어느 누가 5월은 완성되었다 하는가
어느 누가 5월을 단지 부채라고 하는가
5월은 끝나지 않았다. 빈부의 격차가 없어지지 않는 한,
민중들의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그들이 주인이 되지 않는 한
5월은 끝나지 않았다. 분단의 철책이 걷히지 않는 한
5월은 끝나지 않았다
t6k상과 표현의 자유가, 집회와 시위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고
자유롭고 풍요롭고 평화로운 삶의 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한
5월은 끝나지 않았다.  세계도처에서
꽃도 십자가도 없이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압제에 폭압에 착취에 소외에 죽어가는 한
그들의 절망과 증오와 투쟁이 끝나지 않는 한
5월은 끝나지 않았다 -송경동 시 일부-

그렇습니다. 5월의 항쟁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대한문 앞에서 환구단 앞에서 평택에서 유성에서 울산에서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곳곳과 민중들의 타는 가슴 속에서 여전히 싸움은 진행중입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께 묻습니다.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입니까? 대통령의 나라입니까?  헌법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국민은 이 땅의 주인이 아니던가요? 주인이 죽어가는데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입니다. 이제 대답하십시오.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이어지지 않도록 촛불로 결의를 다지는 저들의 손을 잡아주십시오.
차별과 소외와 죽음이 없는 세상이 올 때까지 민중들은 촛불을 들 것이며 분노로 켠 가슴 속 촛불을 끄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태그:#싸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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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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