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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인정하고 정규직 복직 시키라'며 1인 시위를 병행하면서 가족의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일자리도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2000년 7월 초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 하청업체에 취직해 다니다가 2010년 3월 중순에 정리해고 당한 상태입니다.

이미 2003년 말경 노동부에서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진 가운데 2010년 7월 22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원 최병승씨에게 대법원이 '정규직 인정' 판결을 내렸습니다. 저도 10여년 동안 불법파견되어 부당하게 대우를 받다가 정리해고 된 게 억울해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 결과, 정리해고 당한 저도 대법원 판결취지에 해당사항이 있다고 해서 다시 금속노조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조와 함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중학생 3년 딸과 초등학생 4년 아들을 두고 있고 있는 가장입니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이므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 일자리를 얻어 다녀보았으나 노동강도가 너무 강해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뭐라도 해서 식구들과 먹고 살아야 겠기에, 또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자 동네에 흔한 무료광고 신문을 뒤적입니다. 지난 10일 오후에도 저는 광고 신문을 가져와 뒤적이다가 제 적성에 맞는 듯한 일자리 같아서 문자를 보내 보았습니다.

"48세 남자인데도 일 할 수 있나요?"

오후 3시경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현대자동차 외주 부품업체면서 상주 직원을 두고 직접 배달해 주는 일까지 하는 하청업체였습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얼마 받았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많이 못줘요. 한달에 150만 원 정도 줄 수 있어요."

저는 얼마를 주든지 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장에 식구들 생계가 더 급선무라서 월급이 많고 적고 따질 겨를이 없다고 했습니다. 업체 담당자는 젊은 사람보다 나이든 사람을 찾았다면서 흔쾌히 같이 일해 보자고 했습니다. 저녁에라도 당장 일 할 수 있느냐 묻기에 그럴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럼 오늘 저녁에 서류 가지고 현대자동차 2공장 문 아시죠? 그리로 오후 8시까지 오세요. 서류는 이력서 1통, 등본 2통, 사진 2매 입니다. 8시에 2공장 문에 가서 일하러 왔다 하고 방문증 발급 받아 놓으세요."

"변창기씨는 출입할 수 없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현대자동차 정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현대자동차 정문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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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알겠다고 하고는 서류를 준비하고 기다렸습니다. 오후 7시 30분쯤 집을 나서서 2공장 문에 도착하니 8시가 다 되었습니다. 경비에게 서류를 보이고 방문증을 발급 받고자 했습니다.

"이름이 뭡니까?"

경비실 안에서 제 이름부터 물어 보았습니다. 검색하더니 갑자기 경비들의 경계 태세가 강해졌습니다. 제가 정문·구정문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다보니까 저를 아는 경비들이 많았습니다. 저를 알아 본 경비가 나오더니 경계하는 듯한 행동을 하며 "여기 뭐하러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 취업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젊은 한 경비가 반감어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변창기씨는 출입 할 수 없습니다. 출입할 수 없는 이유는 창기씨가 더 잘 알지 않습니까?"

그러는 사이 경주에 공장이 있어 부품을 실어 오는 트럭이 도착 했습니다. 업체 관리자는 저를 보자 어서 출입 허가 받아 일하러 들어 가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경비 한 사람이 업체 관리자를 데리고 경비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뭐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업체관리자가 경비실 안에서 나오더니 말했습니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출입을 시킬 수 없다고 합니다. 일 할 사람이 지금 꼭 필요한데 왜 출입 시키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저는 서류도 내보지도 못하고 업체 관리자와 악수만 나누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현대중공업 때문에 생긴 갑작스러운 취업 취소

지난 달엔 현대중공업 쪽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중공업 하청에 다니는 사람의 소개로 족장 작업하는 업체를 알게 되었고 서류를 냈습니다. 그 업체는 서류가 다른 업체보다 더 많이 필요했습니다. 하루 일당 8만 원을 받기로 하고 서류를 준비해서 주었습니다. 사진이 6장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등본 3매, 초본 3매, 이력서 3통, 건강진단서 1매를 준비했습니다. 없는 돈 긁어 모아 서류를 만들었습니다.

"내일 오전 8시까지 교육장에 안전교육 받으러 가시면 됩니다."

서류를 내면서 내심 조금 불안 했습니다. 왜냐하면 현대중공업은 전 하청업체에서 퇴직코드를 풀어주지 않으면 몇 년이고 다른 하청업체에 취업이 불가능 하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업체 총무로부터 안전교육 받으러 가라는 전화가 온 것입니다. 전 하청업체에서 퇴직코드를 다행히 풀어 주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안전교육 받는날 오전 저는 준비해 두었던 중공업 작업복과 안전화를 신고서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중공업 안전교육장으로 가려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출근 하려는데 하청업체 다른 관리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변창기씨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중공업 원청사에서 갑자기 취업 취소를 했어요. 오늘 안전교육 받으러 가지 않아도 됩니다. 미안합니다."

황당했습니다. 그럼 제가 제출한 서류를 돌려 달라고 했습니다. 업체 관리자는 중공업에 제출한 서류는 폐기처분 된다고 하면서 돌려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사진 한장에 400원 6매, 등초본 한부 400원 6매, 건강진단서 발급비용 13만 원. 그 돈이 황당하게 날아 가버린 것입니다. 중공업에서 노조활동 하다가 해고된 활동가 중에 아는 분이 있어 제가 겪은 일을 이야기 하니 그분이 그랬습니다.

"중공업이나 자동차는 우리 같은 노조 활동가 명단을 특별관리 하고 있어요. 그거 몰랐어요? 그걸 우린 '블랙리스트'라고 합니다. 변 동지도 중공업에 무슨 일 저질렀나 보네..."

그분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샌딩작업 하다가 설 연휴 마치고 다시 출근하려니 두려운 마음이 들었고 그 심정을 <오마이뉴스>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9일 저녁엔 동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 선거 사무실 개소식 한다고 해서 가보았습니다. 그분은 오래전 함께 노조활동을 해서 알고 지내는 분이었습니다. 그곳에 갔다가 후배 윤00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후배에게 중공업 하청업체 취업거부 당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형님, 말도 마이소. 저는 8년전 일 가지고 지금도 걸고 넘어 지더라 아인교. 8년 전에 중공업 하청노조 활동 잠시 했는데 아직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아입니꺼. 00푸드 업체에 취업해서 중공업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 했었잖은교. 몇 차례 들락 거렸는데 어느날은 경비가 유심히 저를 보더니만 잠시 기다려 보라하면서 이름이 뭐냐고 묻잖은교. 그래서 윤00다 하니까 적어 가더라고요."

다음날 출근하니 업체에서 난리가 났다는 것입니다. 중공업 쪽에서 00푸드에 전화를 걸어 그러더랍니다. "윤00 계속 고용하면 00푸드와 계약 해지 할 것"이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그날부로 그만 두었다고 했습니다. 윤00 후배는 다행히도 그 후 다른 일자리를 찾아 일하고 있었습니다.

노조 활동한 게 그렇게 무거운 죄인가요?

울산 대기업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 정문
▲ 현대중공업 정문 울산 대기업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 정문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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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활동 하는게 그렇게도 무거운 죄일까요? 저는 부당해고를 당했고, 정규직으로 복직시켜 달라고 현대차에 요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와중에 일자리를 구해야겠기에 10일 낮에 경주에 공장을 둔 한 업체에서 저를 고용하겠다고 해서 서류 준비해 간 것입니다. 외주 업체이고 현대자동차 2공장 안에 상주할 작업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저의 출입을 못하게 할 권리가 현대차 경비에게 있는 것일까요?

<오마이뉴스>에 하청노동 실태에 대해 올린 게 블랙리스트에 오를 만큼, 그래서 다른 업체에 취업도 못 하게 할 만큼 큰 죄가 되나요? 취업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인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이런 취업방해 횡포를 언제까지 두고 보아야만 할까요? 

저는 울산에서 대기업이 얼마나 경직된 노조관리를 하고 있는지 똑똑히 체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태그:#대기업, #재벌, #중공업,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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