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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시도했었어."

 

2007년 3월 어느 날, 친구로부터 자살을 시도했다는 고백을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 줄곧 이어졌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은 삶의 방향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이었다.

 

친구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이것이 심화되면서 자살시도로 이어졌다. 다행히 가족들이 자살 현장을 목격했고,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았다. 가족들은 동성애적 기질이 있는 친구에게 치료가 필요하다는 통보와 함께, 세 가지 약을 받게 됐다. '신경 안정제', '수면제', 그리고 '동성애 치료제'였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스케줄을 지키고 약을 복용하며 얼마간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증세가 어느 정도 괜찮아지자 가족들의 압박이 시작됐다. 약을 먹고 건강을 찾았으니 이성애자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그간 말없이 이해한다던 모습은 치료를 위한 가이드를 따른 것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많은 이들은 동성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점이 있다. 동성애를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보거나, 선택에 의해 신의 섭리를 벗어난 부류로 분리하는 것이다. 동성애를 선택이라고 보는 것은 '관계는 선택을 통해 가능하다'는 현대인들의 뇌에서 나온 말이다. 마치 진열장의 물건을 고르듯이 말이다.

 

사랑은 항상 사람 간에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어서 인간과 인형간에도 존재할 수 있다. 단, 다른 것으로 대치할 수 없다는 전제가 요구된다. 원해서 끌리는 사랑은 없다.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이끌림에 의해 나누게 되는 것이 사랑이다. 동성'애'건 모성'애'건.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게 사랑이라는 점이다.

 

10대 여성동성애자 58.5% 자살 시도...행복한 커밍아웃 고민할 때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게이와 레즈비언, 양성애자 등 400여명이 '평등'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게이와 레즈비언, 양성애자 등 400여명이 '평등'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뉴시스

친구와 같이 한 해에 자살을 시도하는 동성애자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2007년 10대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 1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뒤 레즈비언의 58.5%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활동이 많이 활성화 되었지만, 여전히 소수자로서 불특정 다수에게 비난 받는 삶에 회의를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내 옆의 친구들을 떠나게 내버려 둬야 할까? 조용히 숨어 살아야만 할까?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이 자리한다. 이럴수록 우리에겐 현재를 타계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모르는 것 가운데 하나는 동성애에 관한 움직임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한국에서도 매해 적극적인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5월 17일은 모두에게 뜻깊은 날이다. 국제보건기구(WHO)는 1990년 5월 17일, 동성애는 질병이 아님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를 기리기 위해 2005년 프랑스, 캐나다에서 시작된 기념일이 바로 '아이다호 데이'(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날)다. 비록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국경일도 아니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희망의 날이다.

 

올해 세번째 국내에서 벌어지는 아이다호 데이 행사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주최로 오는 15일 오후 4시부터 인사동 거리에서 열린다. '게이 프리 허그' 행사를 통해 동성애자에게는 외침의 기회를, 이성애자에게는 어울림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 자리는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이성애자를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발돋움을 시도할 때, 변화는 찾아올 것이다. 커밍아웃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다. 우리 모두 행복한 '커밍아웃'을 고민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min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회원입니다.


#아이다호 데이#커밍아웃#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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