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능 시즌이다. 날아가는 비행기까지 멈추게 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행사일인 수능일이다. 수능을 며칠 앞두고 경기도의 한 외국어고 시험지 유출 사건이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것뿐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립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그들은 지난 사학법 개정 파동에서 과연 무엇을 배웠을까?

① 연세대 총장 부인의 편입학 청탁 2억과 검찰 수사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사학의 총장 부인이 자식을 편입학시켜 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2억을 받았다가 들통이 났다. 돈을 받은 총장 부인은 학장을 찾아가 돈 준 학부모의 자식을 합격시켜 달라고 청탁했다. 처음에는 청탁 대가가 아니라 빌린 돈이라고 오리발을 내밀더니 검찰 수사가 시작되니 봐달라고 거짓 눈물을 흘린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사립대학의 부정 편입학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 명문이라는 대학의 수장의 부인에 의해서…. 검찰이 부정 편입학에 대한 수사에 나서자 여기저기서 비슷한 제보가 빗발친다고 한다. 이게 과연 연세대에서만, 한 해에만 일어난 일일까?

② 고려대 7명 학생의 복교 거부

또 다른 최고의 명문 사학이라는 고려대에서는 최근 이른바 떡값과 편법 상속으로 문제되고 있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를 반대하고, 보건대 통합에서의 차별과 비민주성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퇴학보다 더한 사망선고와도 같은 출교처분을 받은 학생들이 재판에서 승소하여 학교로 돌아가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항소를 이유로 이들의 복교를 거부했고 이들은 아직도 천막에서 이 차가운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건희와 학생, 고려대에게는 아직도 이건희가 더 중요하고, 사법부의 결정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일까?

③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가짜 학위 교수임용사건

30대의 한 여교수가 2007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신정아 전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 학위뿐 아니라 미국의 대학학위, 그리고 대학원 박사학위까지 위조해서 가짜 박사학위로 대학 교수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교수들도, 인사위원회도, 이사도 모두 무시되고 총장과 이사장의 뜻대로 교수로 임용되었다.

이 학교만이 아니었다. 명지전문대의 장미희, 김천대의 이창하, 단국대의 김옥랑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립대학의 교수들이 줄줄이 학력 위조가 밝혀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학재단과 한나라당은 왜 그토록 사립학교법의 인사위원회 민주화와 인사 시스템 개편을 반대했을까?

사립학교가 시끄러운 것은 대학교에서뿐 아니라 중고등학교 사학도 다름이 없다.

④ 광주 ㅅ학원 교사 채용 비리 3억 2천 수수 설립자 손자 구속

지난 10월 광주 ㅅ학원에서 죽은 설립자의 손자가 교사 채용을 미끼로 한 사람당 4천만원씩 8명에게 3억 2천만원을 받았다가 구속되었다. 돈을 준 사람이 자신을 뽑아주지 않은 것에 화가 나서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와중에 사건이 드러나 결국 쇠고랑을 차게 되었다. 해마다 반복되던 금품 수수 채용비리가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⑤ 광주 o학교 성추행 사건 당사자는 복직, 고발한 교사는 파면

2005년부터 계속되던 광주의 특수학교인 ㅇ학교에서는 지금도 또 다시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장애학생을 성추행했던 재단측 교사와 행정실장은 학교로 슬그머니 돌아왔고, 이를 고발하였던 교사들이 파면된 것이다. 억울한 것은 알겠지만 광주교육청에서도 징계는 재단의 권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학교에서 파면 당하고,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버젓이 학교로 다시 돌아오는 이 상황은 사립학교의 징계 시스템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상이다. 길거리 교사가 되어 아직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서울 동일학원의 판박이가 광주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⑥ 경북 ㄷ학원 교장과 행정실장의 식당과 버스비 횡령 구속

지난 10월 경북의 기독교 사학인 ㄷ고와 ㅍ고의 교장과 행정실장 등 3명이 식당 임대료와 버스비를 횡령하여 형사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두 학교는 외형으로는 분리되어 있지만 남편은 두 학교의 교장이며, 아내가 두 학교의 이사장으로 실제로는 하나의 재단이다. 학교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교장이 행정실장과 짜고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식당 임대료와 버스비를 빼돌리다가 발각된 것이다.

그런데 이 학교는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의해서 민주적으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 교사를 해임시켰다. 그 교사를 해임한 징계위원회의 위원장이 구속된 교장이고, 그 교사를 해임하라고 요구하고 최종 승인한 사람이 그 사람의 아내인 이사장이다. 학교 돈을 횡령하여 형사입건된 사람들이 민주적 인사를요구한 교사를 학교에서 쫓아낸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⑦ 김포외고의 시험지 유출과 학원과의 짬짜미

지금은 김포외고의 시험지 유출 사건이 온 교육계를 발칵 뒤집었다. 해당 교사는 학원에 시험지를 미리 넘겨주었고 그 학원은 학원생들에게 문제를 미리 가르쳐 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 교사는 교복업자인 학부모에게도 시험문제를 보내주었고 그 딸이 이 학교에 합격했다.

이 학교만이 아니라 다른 학교들에서도 의혹이 일고 한다. 경기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문제가 사전에 유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있었다.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학원은 시험문제 미리 받아서 합격률 높이는 것으로 학원 광고를 하고, 학교는 학원에 자기 학교 학생 많이 보내달라고 청탁하여 경쟁률 높여서 학교 광고하고… 당연히 중간에 돈이 개입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학원과 특목고는 부적절한 관계로 서로 공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온 나라는 온 나라에 특목고 열풍에 휩싸여있고, 이것도 어떤 대통령 후보는 이런 학교 300개를 만들어 온 나라를 특목고 공화국으로 만들려고 한다.

요지경 사학들은 5년 사학법 파동에서 무엇을 배웠나?

지난 15년, 짧게는 5년 동안 우리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가 몸싸움을 하면서 직권상정으로 개정되더니, 직권상정으로 재개정되는 수모를 겪은 지가 반년이 지나지 않았다. 사학재단과 한나라당이 아수라장을 연출하면서 지키고자 했던 사립학교가 이런 모습이었는가?

2007년 11월 요지경 사립학교의 아수라장은 가을바람만큼이나 국민들의 가슴을 휑하게 만든다. 학교자치기구 법제화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기구화, 그리고 개방이사제와 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의 민주화와 같은 국민에 의한 공적인 제어장치를 포함하는 사립학교법 민주적 개정이 다시 필요한 이유를 그들이, 오늘의 사립학교 현실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행수 기자는 서울의 한 사립학교 교사입니다.



태그:#김포외고, #사학, #사학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