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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의회는 8일 김현풍 강북구청장의 소위 '머슴농사' 의혹 진상 규명을 사실상 차단했다.

 

최근 진보신당 최선 의원과 MBC는 김 청장이 부인 명의로 되어 있는 의정부 땅에 공공인력을 투입해 농사를 짓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강북구의회는 '강북구청장 부인토지 공공인력 사적활용 진상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요구 건을 부결시켰다. 구청장과 구청의 업무를 감시·감독해야 할 의회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머슴농사' 조사특위 안건 부결, 한나라당의 미소

 

김현풍 구청장은 물론, 이날 표결에 참가한 7명의 구의원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무기명투표라는 형식이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머슴농사'가 사실로 드러나면 한나라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몸져누워 있던 한나라당 의원이 아픈 몸을 이끌고 표결에 참석했을 리 만무하다. 이런 태도는 이미 사석에서 반대 의견을 공공연하게 밝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표결 결과도 어처구니없지만 더 한심한 것은 강북구의 상황이다. 의혹이 제기된 후에도 구청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구청은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나도 그 머슴농사에 동원되었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고, 주민들 주변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음에도 구청에서는 "인부들이 농사지어 먹었다, 구청장은 모른다"고 할 뿐이다.

 

진보신당이 서울주민감사청구 서명운동에 나서자 서명활동 주변을 감시하는가 하면, 내부고발자 색출작업을 진행하고, 진보신당과 MBC를 고발하겠다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역 케이블 방송인 큐릭스방송 보도에 따르면, "공공근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작업 중 알게 된 내용을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비밀엄수서약서'를 받았다"고 한다. 갈수록 태산이다.

 

3년 되었다는 문서... 급조한 허위날림 계약서?

 

그러나 손바닥으로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최초 문제제기 후 구청 담당과장은 "3년 전 내가 직접 구청장 사모님과 그 땅을 구청이 무상으로 임대하여 사용하기로 하고 '무상토지임대계약서'를 작성했다"며 의정부 땅에 가서 작업하는 것이 강북구청의 정당한 공공업무라고 주장했다.

 

정당한 작업이었다면 왜 차량운행일지와 업무일지에 기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원래 그렇다'는 식의 대답을 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MBC 취재 당시 한사코 촬영을 거부해 의심을 사게 된, 작성한 지 3년 되었다는 '무상토지임대계약서'에서 인주가 흠뻑 묻어난 것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구청장과 구청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인 3년 된 계약서에서 인주가 묻어나니 급조한 허위날림 계약서로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김동식 강북구 의원 : (중략)... 어제 제가 사용승낙서에 이름이 나온 부분과 내용이 좀 차이가 있기에 원본을 사실상 보자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휴식시간에 잠시 확인해 본 결과 3년 전에 찍은 날인 도장이 인주가 묻어나왔다는 것은 국장님, 인정하십니까? 아까 조금 전에 휴식시간에 확인한 내용이오.

 

도시관리국장 황○철 : 김동식 위원님 질의에 답변드리겠습니다. 예, 인정하고 있습니다.

 

김동식 의원 : 과장님, 아까 인주가 묻어나온 것은 확인됐지요?

 

공원녹지과장 박○원 : 예 (관련 구의회 속기록 부분)

 

강북구 지역 기자들을 모아놓고 진행한 설명회에서 구청장과 친한 한 기자가 "요즘 기술이 좋아 인주가 5년까지는 묻어난다" 했다는 말도 말이지만 자신 있다면 왜 MBC를 고발하지않느냐고 묻자 "광우병 파동 때 봤지 않나? 중앙정부도 힘든 판에 우리는 상대가 안 된다"는 대답도 기가 막히다. 그럼 진보신당은 왜 고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사람들 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는 대답으로 법적 대응의 불필요성을 굳이 강조했다고 하니 대단한 강북구청이다.

 

무관심은 지방자치를 썩게 만든다

 

진보신당은 구청장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 그늘에서 독버섯이 자라고, 무관심은 지방자치를 썩게 만든다. 주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사이 한나라당이 '진상규명'이라는 주민들의 바람이 든 작은 희망을 찢어버렸고, 구의회 존재이유를 짓밟아 지방자치의 산통을 깨버렸다.

 

오늘 부결에 참가한 의원들 7명의 이름과 연락처는 강북구의회에 가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그들에게 전화해 주민의 목소리, 국민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것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박용진 기자는 진보신당, 주민대책위 공동대표입니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 레디앙에 동시기고합니다. 


태그:#머슴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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