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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7일 오후 4시 50분]

27일 오전 서울 신용산초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고막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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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줄 서! 너도 체온 재고 들어가! 병 옮기면 어떻게 하려고…"

서울 신용산초등학교 아이들은 27일 오전 8시부터 줄을 길게 늘어서야 했다. 학교 현관 입구에서 운동장으로 늘어선 줄은 9시가 다 되도록 줄어들지 않았다. 게다가 간간이 비까지 뿌렸다.

빨리 교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고 싶어도 예외는 없었다. 학교 현관 입구마다 교사 두 명이 고막 체온계로 학생들의 체온을 검사했다. 체온 37.8도. 교실에 들어갈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이 온도를 넘으면 교실 대신 병원으로 가 신종플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용산초등학교 전교생 약 2000명을 다 검사하는 데 약 40분 정도가 걸렸다. 다행히 이날 체온이 높은 학생은 나오지 않았다.

"날마다, 그것도 등교 시간인 아침에 언제까지 이걸 계속 해야 하죠? 날씨 추워지면 아이들 줄 서 있다가 감기 걸리겠네요."

한 교사는 지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이 학교는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신종플루 예방 대책이 나오자마자 체온계를 구입해 총 15개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A 교사는 "예민한 아이들이라 신종플루에 대한 걱정과 오해가 많다"며 "나중에 진짜 감염 환자가 나오면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 등 따돌림을 당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실제로 이날 아이들은 "너 신종플루지?" "기침하지 마!" "기침하면 저기 멀리 떨어져 있어!" 등을 이야기하며 서로서로 경계하기도 했다. 또 많은 학생들은 이미 등교할 때부터 입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개인 방역'에 철저한 모습을 보였다.

초중고 학생 대상으로 발열 검사... "새로운 대책 마련 희망"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신용산초등학교를 방문해 신종 인플루엔자 대응책을 보고 받은뒤 고막 체온계를 이용해 이 학교 교장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신용산초등학교를 방문해 신종 인플루엔자 대응책을 보고 받은뒤 고막 체온계를 이용해 이 학교 교장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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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이날 신용산초등학교를 방문해 신종플루에 예방을 위해 학교가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안 장관은 "이 학교에 신종플루에 감염된 학생도 가족들과 우연히 명동에 갔다가 걸렸던 것처럼 전염방법이 다양하다"며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 등 보건수칙을 잘 지키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용산초등학교처럼 27일 전국의 초중고에서는 모든 등교생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체온계 등 장비를 구하지 못한 학교 등은 이날 검사를 하지 않았다. 어쨌든 전교생을 상대로 한 100% 검사로 인해 아침부터 전국의 학교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등교 시간이 상대적으로 늦은 초등학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보통 오전 7시부터 등교하는 상당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전쟁'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원의 A고등학교는 이날 폭우 때문에 학생들의 발열 검사에 애를 먹었다. 물론 비를 피할 수 있는 현관에서 검사했지만 대기하는 많은 학생들은 우산을 쓴 채 많게는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아침 일찍 나오는 학생들은 몸도 많이 피곤할 텐데 계속 밖에 서 있게 해 마음이 아프다"며 "신종플루에 대한 위험성은 잘 알지만, 모든 학생들을 상대로 매일 검사하는 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사는 "수능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다른 검사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A고등학교 역시 고열 학생이 나오지 않았다. 이 학교 P 교감은 "이런 방식을 계속 고수한다면 수업시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전교조와 교총 등 교원단체는 교과부의 신종플루 예방대책에 대해 "검사 장비는 물론이고 보건 교사 등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진행하기 어려운 방법"이라며 "이번 기회에 보건 교사 확충 등 학교 보건에 대한 새로운 대책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손씻기도 어려운데 체온검사를?
학교 신종플루 예방대책 논란... "교과부, 조만간 매뉴얼 작성 예정"
27일 오전 서울 신용산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 벽에 붙여진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 안내문을 보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신용산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 벽에 붙여진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 안내문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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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를 예방하려면 손씻기가 중요한데, 수백명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 건물 한 층에 세면기는 1~2개밖에 없다. 아이들은 물론 보건교사도 보호 마스크가 없이 무방비 상태다. 교육청에서 손소독제를 배포했지만 너무 소량이라서 정기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학교 신종플루 예방대책이 시행된 첫날, 신종플루 토론회에서는 현장교사의 비판이 터져나왔다.

27일 오후 2시30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진보신당의 '신종 플루, 긴급 대책을 말한다' 토론회에서 서정록 전교조 보건위원장은 "교육과학기술부는 공문만 남발할 뿐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시설이나 예산, 인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건복지가족부와 교과부가 무작정 지침만 내려보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전시행정 대책은 역시 교문 앞 발열 점검. 서정록 위원장은 "일선 학교에서는 이 업무 때문에 난리가 났다, 약국이나 의료기상에서 체온계가 동날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교과부에서 이런 탁상공론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그래도 보건교사는 전국 학교의 70%에만 배치된 상황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평소에도 하루에 학생 70~80명이 양호실을 이용하고, 독감 등이 퍼지면 100명으로 환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보건교사들은 점심식사도 걸러가며 업무를 한다고 한다. 여기에 신종 플루 관리까지 하려면 인력 충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원이나 지역사회 차원의 대책도 요구됐다. 특히 학원은 당국의 관리대책이 전혀 없는 신종플루 예방의 사각지대다. 학교에서 신종플루 의심 학생을 조퇴시켜도, 맞벌이 부모를 둔 학생들은 병원이 아니라 학원으로 간다는 것이 서 위원장의 지적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김민회 서울시교육청 학생체육보건과 사무관은 "마침 어제 열렸던 보건교사 긴급연수에서도 교문 앞 발열검사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면서 "오늘 오전에 교과부 관계자 만났는데 자기들도 더 생각해 봐야겠다고 하더라, 곧 구체적 매뉴얼 등 더 좋은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사무관은 "손소독제 비치를 위해 예비비 5억2000만원을 들여서 유치원부터 초중고, 도서관까지 예산을 지원했다"면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긴급한 대로 지원했고 이후 별도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권박효원 기자


태그:#신종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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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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