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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문화부의 감사결과를 비판한 학생 및 교수들의 대자보를 읽고 있다.
 20일 오후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문화부의 감사결과를 비판한 학생 및 교수들의 대자보를 읽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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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총장의 사퇴 표명을 부른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결과를 둘러싸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내부의 반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예종 교수협의회는 20일 오후 '정당한 학습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반교육적 감사결과를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어 문화부의 감사 결과를 비판했다.

교수협의회는 성명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서 및 처분 요구사항들은 대부분 본교 교육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왜곡하고 본교 교수들의 정당한 교권을 침해하고 있어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면서 "학교의 교육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가 오히려 감사를 빌미로 학교의 미래지향적인 교육 사업들을 좌절시키고, 교수들의 총의를 통해 선임된 총장을 좌파 코드인사로 몰아 쫓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당한 외부의 압력에 의해 국립대 총장이 사퇴하는 불행한 사태에 직면해 외부의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학교의 올바른 교육비전과 철학을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것만이 최선의 길임을 밝힌다"며 "학교 미래를 위해 필요한 행정적인 개선사안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하겠지만 학교 교육정책을 통제하려는 시대착오적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발상과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교수협의회는 또한 "교수, 학생, 교직원이 연대하여 강압적인 학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비상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학생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예종 영상이론과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낸 첫 번째 성명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감사결과 통보조치로 촉발되된 일련의 상황을 개교 이래 초유의 위기로 진단한다"면서 "점차 노골화되고 있는 한예종 해체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작금의 사태를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할 학생총회 개최와 예술사 전문사 과정의 모든 단위를 망라하는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20일 한예종 곳곳에 문화부를 규탄하는 재학생들의 '1인 제작물'이 나붙었다.
 20일 한예종 곳곳에 문화부를 규탄하는 재학생들의 '1인 제작물'이 나붙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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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론과 재학생들은 "필요하다면 문화부 앞 연좌농성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연히 맞설 것이며 부당한 감사를 기획하고 수행한 책임자들과 이를 배후 조종하고 있는 불순한 정치세력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20일 밤 9시 비대위 확대회의를 열어 이후 일정을 논의한다.

이뿐 아니라, 20일 한예종 곳곳에는 개인이 제작해 붙인 대자보가 연이어 나붙고 있다. "시일야 방송대곡-한예종의 오늘에 소리내어 통곡한다" "문광부의 기습공격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등의 소형 대자보와 함께 문화부를 조롱하는 만화 패러디물도 학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일 사퇴 기자회견을 연 황 총장은 20일 오후 5시 30분 문화부를 방문, 유인촌 장관에게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한다. 19일에는 유 장관과 일정이 맞지 않아 만남이 무산된 바 있다.

한편 문화부는 20일에도 "이번 감사는 총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총장 퇴진과 예술학교 구조개편을 위한 표적감사가 아니라, 일반적인 문화부의 정기종합감사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예종 교수협의회 성명서] "반교육적 감사결과 반대한다"


정당한 학습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반교육적 감사결과를 반대한다

40여 일에 가까운 유례없는 저인망식 표적 감사를 감행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18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본교)에 대한 종합 감사 결과를 통보하였다. 감사결과는 전공과 무관한 교수 채용부당, 이론학과 확대 운영 부적정, U-AT 통섭교육 사업 추진 부당, 예술학교 협동과정 운영부당 등 총 12개 항목에 걸쳐 주의, 개선, 시정 및 징계 사항 등을 담고 있다.

학교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개선안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서 및 처분 요구사항들은 대부분 본교 교육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왜곡하고, 본교 교수들의 정당한 교권을 침해하며, 21세기 예술교육의 새로운 흐름에 역행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학교의 교육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가 오히려 감사를 빌미로 학교의 미래지향적인 교육 사업들을 좌절시키고, 교수들의 정당한 교권을 짓밟고, 본교 교수들의 총의를 통해 선임된 총장을 좌파 코드인사로 몰아 쫓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본교 교수들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감사결과의 내용만 놓고 보면 작년 9월 어느 특정 단체의 토론회에서 제기된 내용들이 대부분 반영되고 있고, 본교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어 이번 감사가 본교 정체성을 흔들려는 외부 세력과 연계되어 있는지 의심스럽다.

감사 처분 요구서의 주 내용에 대해 본교의 해당 기관과 교수들은 사전에 확인서를 통해 대부분 해명한 바 있으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소명 내용을 거의 무시한 채 마치 사전에 정해진 감사의 방향이 있었던 듯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결론과 처분을 요구하고 있다. 처분내용에 명시된 '전공과 무관한 교수 채용 건'에 해당되는 교수들은 대부분 해당학과의 전공 요구내용과 학위 전공이 포괄적인 차원에서 부합하는 경우이거나, 해당 교수들의 현장 실무 경험과 연구경력을 미루어 볼 때 임용에 전혀 하자가 없는 전문성을 획득한 경우이다.

또한 이론학과 확대 운영 부적정 지적 역시 터무니없다. 감사확인서에서 거듭 언급했듯이 예술 실기와 이론의 연계는 설치령(2조)에 정한 의무에 속하며, 이론학과에 속한 학생들의 비율은 전교생의 10% 미만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확대 운영 운운은 사실에서 벗어나 있다. 더욱이 예술의 실기와 이론이 다양하게 접목되는 새로운 예술창작 환경에서 이론교육의 제도적 필요성을 무시하거나, 이론 없는 실기 교육의 충실성을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만에 하나 처분 요구서대로 이론학과가 축소될 경우 관련 학과의 재학생, 동문, 학부모들이 입게 될 피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U-AT 통섭교육 사업 추진 부당과 협동과정 운영에 대한 지적 및 처분 요구 역시 심각한 교권침해라 할 수 있다. 당초 U-AT 통섭교육 사업은 급변하는 예술현장의 흐름을 반영하고 미래지향적인 예술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추진하였으나,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로 사업이 중도 좌절되었음에도 좌절시킨 당사자가 사업이 부실하니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정상적인지 되묻고 싶다. 그리고 이미 해외 유수의 권위자로부터 통섭교육사업의 중요성과 추진력을 인정받았고, 1차년도 사업 결과보고서로는 아무런 손색이 없는 연구결과물을 외면한 채 어떤 근거로 통섭사업이 부실하다고 단정하는 지 궁금하다. 또한 본 사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심광현 단장과 전수환 부단장이 중징계 처분을 받을 만할 정도로 어떤 과오가 있었는 지 의문스럽다.

협동과정은 예술의 융복합 시대에 필수적인 교육과정이며, 예술경영, 서사창작, 음악극창작 등이 그 대표적인 전공사례라 할 수 있다. 협동과정은 본교의 경우처럼 전국 대학에서 학과로 운영하는 사례도 있으며, 단지 통합적인 교양과정만이 아닌 융합이 필요한 새로운 교육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예술경영학과와 서사창작과의 독립적 학과 운영을 마치 그 유례가 없는 것처럼 단정하고 있다. 또한 사전에 감사 확인서에도 없었던 서사창작과 폐지안이 해당과 교수인 황지우 총장을 겨냥한 것이 아닌지 그 저의를 의심케 한다.

5월 19일 본교 황지우 총장은 감사의 부당한 압박에 항의하기 위해 사퇴를 결행하였다. 전체 교수의 총의에 의해 선출된 총장이 임기를 마저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게 된 이 현실은 모든 교수들과 재학생 동문 학부모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부당한 외부의 압력에 의해 국립대 총장이 사퇴하는 불행한 사태에 직면에 본교 교수협의회는 외부의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학교의 올바른 교육비전과 교육철학을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을 밝히는 바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결과서와 처분요구사항들은 상당 부분 정당한 교권을 침해하고 있어 본교의 교육정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에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는 구시대식 정치논리에 휘말려 정작 중요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예술교육의 정체성을 붕괴시키고 있다.

물론 감사의 지적 사안 가운데 행정적 운영 미흡에 따른 개선 사안들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서와 처분 요구조항들은 행정적인 보완의 수준을 넘어서 학교 전체의 행정적 권한과 교원의 권리를 본부가 통제하겠다는 저의를 드러냈다. 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협의회는 학교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행정적인 개선사안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하겠지만, 학교의 교육정책을 통제하려는 시대착오적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발상과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밝힌다.

본교 교수협회의는 학내 구성원들 모두가 현재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해쳐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시길 호소한다. 또한 본교의 정체성과 위상을 악의적으로 흔드는 어떠한 형태의 외부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최근 특정 인터넷 매체에는 오는 5월 27일 어느 단체가 공개 심포지엄을 통해 본교의 구조조정을 위한 '설치령' 개정을 주장할 것이라는 경악을 금치 못할 괴소문이 유포되고 있다. 본교 교수협의회는 외부의 세력이 학교 설치령 개정을 통해 학교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본교 교수협의회는 작금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교수, 학생, 교직원이 연대하여 강압적인 학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비상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본교 재학생, 동문, 학부모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더 이상 본교에 대한 강압적인 구조조정과 교권침해를 중단하라.

2009년 5월 20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협의회


태그:#한국예술종합학교, #한예종, #황지우,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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