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7일 저녁 "개성 2차접촉이 계속 '접촉'인지 '회담' 형식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 고위 당국자는 "만나서 협의를 하면 회담 형식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이 지난 4일 보낸 차기접촉을 독촉하는 통지문에서 회동장소로 회담시설이 마련된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를 제시했고, 자신들의 참석자 명단을 통보했기 때문에 '정식회담' 형식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청와대가 지난 4월 21일 첫 개성접촉에서 북측이 '개성공단 특혜조치' 재조정 문제와 관련해 후속협상을 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북한이 판을 깨자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남북대화의 모멘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개성 2차접촉'에 대한 현재 상황은 여의치 않다.

 

조평통, "반공화국 인권소동에 광분"... 억류 유씨 문제 첫 언급

 

정부는 지난 3월 30일 북측에 억류돼 현재까지 접견조차 못하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아무개씨의 석방 문제를 개성 2차접촉의 핵심의제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개성공단 지도 당국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 1일, 유씨문제와 관련해 "조사를 심화중"이라면서 남측 당국의 대응에 따라 사태가 더욱 엄중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를 심화중'이라는 북한발표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형사소송법(수사-예심-기소-판결) 과정에서 유씨가 예심단계에 있고, 북한이 기소까지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 9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를 공공연히 중상모독하고 노골적으로 부정해 나선 조건에서 북남사이의 대화에 대해서는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밝히고 나섰다. 남북대화에 대해 논의할 여지도 없다는 것이다.

 

조평통은 남한 정부 인사들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을 문제삼고 나섰다. 제성호 인권대사가 '탈북자 정착촌 건설' 발언을 하고 허철 평화외교기획단장이 미국에서 탈북자 및 현대아산 직원 억류 문제에 대해 협의한 것에 대해 "이명박 패당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반공화국 인권소동에 더욱 광분하고 있다"면서 "외세와 결탁하여 벌이는 반공화국 인권소동은 우리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전면부정, 전면도전으로서 우리 군대와 인민의 치솟는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특히 허철 단장과 관련해 "'평화외교기획단장'이라는 자를 미국에 보내 '북 인권'과 '탈북자 문제', '현대아산직원 억류문제'에 대한 협조를 상전에 요청하는 추태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정부 "개성접촉, 조평통 말하는 '남북대화'와 달라"

 

조선노동당 산하기구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기구인 조평통이 유씨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언급과 연결시켜 보면 "차기 접촉에서 유씨 문제는 아예 꺼내지도 말라"는 뜻으로, 이후 개성접촉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같은 북한의 입장표명이 2차 개성접촉과 관련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접촉은 북한이 처음 요청한 것인데다, 북한은 개성접촉에서 토지사용료와 임금 문제 등 개성공단의 운영에 관한 사항만을 다루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평통이 말하는 '남북대화'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접촉을 해봐야 정확히 알게 되겠지만, 북한이 해보자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조평통 등의 담화는 추가접촉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북한은 조평통 담화 전날인 8일에도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과 대화해도 얻을 게 없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내는 등, 사실상 '북미대화', '남북대화'를 모두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유씨의 신변안전 문제와 함께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 문제를 다루는 '회담'을 하겠다는 정부 생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북전문가들의 상당수가 "개성공단 문제는 개성공단 자체에 대한 협상으로는 풀어낼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2차 추가 접촉이 원만하게 성사될지 또 접촉이 이뤄진다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개성 2차접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