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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현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해 열린 범불교도대회가 끝난 지 하루만에 김진홍 목사를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한나라당 당직자, 22일 당사무처 직원, 26일 대선캠프 특보단과도 잇따라 만찬을 가졌다.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겠다'고 했던 이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세력과만 연일 '만찬 정치'에 나서는 것을 두고 '내식구 챙기기' '반쪽 소통'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불교계가 요구하고 있는 '종교 편향' 사과,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등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힌 가운데, 불교계와 대화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김진홍 목사와의 회동은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 윤남진 부대변인(참여불교재가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말한 악연 때문에 불교계가 이 대통령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3월 2일 이 대통령이 김진홍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예배한 것은 국정 책임자들에게 하나의 신호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명박 "목소리는 낮추고 행동은 강하게"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자료사진)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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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저녁 김진홍 목사가 상임의장으로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 회원 25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지난해 대선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단체다. 이 날 만찬은 대선 당시 노고를 치하하는 차원에서 마련됐을 뿐 정치적 함의는 없다는 것이 청와대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잇단 '만찬 정치'를 두고 지지세력 결집을 통한 강력한 정책드라이브의 추동력을 얻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목소리는 낮추고 행동은 강하게 하겠다"며 최근 국정 전반에 걸친 강공 드라이브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 민족은 위대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반드시 선진일류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우리가 나아갈 길이 멀고, 고쳐야 할 것이 많고,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태산같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절망스럽지만 과거에는 20년 걸려서 고치던 것을 1~2년만에 고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지혜를 모으고 협조하면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쇠고기 파동' 때 격려 편지를 보냈던 광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언급한 뒤, "그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편지로 인해서 어려운 입장에 처했다고 들었다"며 "우리 사회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데 긍정을 살려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민이 잘 살고 개인의 인격과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긍정적인 요소는 살리고 부정적 요소는 극복하면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지만 짧은 시간내에 우리 사회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3년전 뉴라이트전국연합 탄생을 회상하면서 "김진홍 목사가 나서서 만들었고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이어 "이제 새로운 시작인지도 모른다"며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이 완전히 확립될 때까지 역할을 계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김진홍 목사는 인사말에서 "이렇게 초청해주셔서 좋은 밥 대접해 주시니까 고맙다"며 "지난 3년간의 묵은 체증이 싹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3년전 뉴라이트전국연합을 시작했을 때 2가지 목표를 정했었다"면서 "큰 목표는 선진한국건설이었고 작은 목표는 정권교체였는데 50%를 이뤘으니 이제 선진한국건설을 위해 매진할 때"라고 강조했다.

"불교 믿으나 기독교 믿으나 모두 같은 국민"

이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종교편향' 문제와 관련, 불교계가 요구하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이나 대통령의 직접 대국민사과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저에게는 불교를 믿는 국민이나 기독교를 믿는 국민이나 모두가 같은 국민"이라며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만찬에 참석했던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이 전했다.

임헌조 사무처장은 29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같이 전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6개월을 새롭게 취임일처럼 생각하고 국정 운영을 하겠다고 했다"며 "국정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고심의 흔적 그리고 진지함들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밝혔다 그는 또 "대통령은 본인부터 반성하고 새롭게 일신하면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는 '범불교도 대회'가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려 대한불교조계종 등 주요 종단 승려와 신도들이 종교 차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입장하고 있다.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는 '범불교도 대회'가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려 대한불교조계종 등 주요 종단 승려와 신도들이 종교 차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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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종교편향' 논란으로 불교계가 정부규탄 대규모 집회를 가진 지 하룻만에 이명박 대통령이 김진홍 목사를 비롯해 자신의 우군인 뉴라이트전국연합 간부들과 만찬을 가진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촛불정국 직후 18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발전과 통합은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두 수레바퀴"라며 "통합 없이는 발전도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최근 '만찬 정치'는 비판세력은 철저히 외면한 채 '내 식구 챙기기'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신장식 진보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집토끼 챙기기 만찬정치'가 도를 넘고 있다"며 "소통의 부족을 자인하던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결국 내 편 하고만 소통하겠다는 말이었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장식 대변인은 이어 "오직 국민들을 자신에 대한 지지자와 반대자로 가르고, 분열 시키는 행태"라며 "수도권과 지방을, 영남과 비영남을, 종교와 종교를, 보수와 진보를 이토록 차별하고 분열시켜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잘해야 30%의 지지라는 것을 대통령은 언제쯤 알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뉴라이트전국연합측은 "이 대통령과의 만찬은 지난 대선 당시 지지했던 세력에 대해 고마움을 표한 것일 뿐 정치적인 의미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변철환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 들어) 목사들이 자꾸 청와대에 간다고 하는데, 그럼 과거에 스님들이 청와대에 간 적이 있느냐"며 "불교의 특성상 자연적으로 그랬는데(청와대 출입을 안했는데), 마치 이번 정권에서만 불교를 배제한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 각 부처에서 불교 차별 조치가 있었던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지만, 이 대통령의 잘못이 아니라 오히려 노무현 때의 잔재"라며 "공무원 조직이 바뀌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태그:#종교편향 논란, #이명박 대통령, #김진홍 목사, #뉴라이트전국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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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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