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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임시당대회에서 표결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대의원들.
 3일 임시당대회에서 표결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대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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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당 대회에서 노동자 서민은 없었다. 지난 대선에서 다수 노동자, 서민들이 민주노동당에 대해 내린 냉혹한 평가에 대해 '그 정도에 기죽지 말자'는 오만으로 화답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던진 말이다. 서울 15개 지역 전·현직 지역위원장과 10개 지역 총선 후보 20명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4월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이름으로 출마 않겠단다. "대선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거부함"으로써 민주노동당은 죽었단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진보정당이 아니"라며 탈당을 밝혔다. 변영주 영화감독은 '조용히 탈당계만 내기엔 널 너무 사랑했어' 제하의 기고문을 썼다. 곰비임비 다른 이들의 탈당을 부추기는 언행들이다.

탈당하는 홍세화·변영주의 민주노동당 죽이기 

명토박아둔다. 그들의 선택에 재 뿌릴 생각은 전혀 없다. 진정한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에게 더는 분당의 책임을 묻고 싶지도 않다. 다만 참으로 궁금하다. 왜 민주노동당을 죽이고 떠나는가.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정치 논리라고 판단하기엔 너무 쓸쓸하지 않은가.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짚는 데 정확하지 못한 확신이다.

앞뒤 논리를 살펴보면 대선 패배의 원인을 '종북'에 두는 게 또렷하다. 임시 당 대회에서 최기영·이정훈 당원을 제명하는 데 동의하지 않은 게 어느새 '변화와 혁신의 거부'로 등식화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있는 최기영 당원은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데도 그 양심의 자유는 인정받지 못한다. 물론, 진실은 온새미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사자가 부정하는 데 그 양심을 공안당국과 함께 의심하는 '똘레랑스'란 대체 무엇인가. 더구나 당 대회에서 이정훈 당원이 제명당할 이유는 무엇인가.

끝없는 종북 타령의 귀착점을 알고 싶다면, 2월5일자 아침 신문들을 보라.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일제히 사설을 실어 민주노동당 분당을 환호하고 나섰다. '자주파=종북주의=민주노동당'이라는 등식이 지금 이 순간도 대량 살포되고 있다. 보라. <조선일보>의 저 윤똑똑이 '언론인'은 부르댄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주의자'들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처럼 돼 왔다. … 그러나 '종북주의자'들은 분명히 있다고 하는 소리가 최근 공안당국도 '수구 꼴통'도 아닌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런 '종북주의자'들이야말로 '진보' 진영의 몰락을 불러온 원흉이라는 비판도 함께 나왔다. 만시지탄은 있으나 당연히 나와야 할 자성이었다."

수구언론이 합창하는 '자주파=종북주의=민주노동당' 등식

2008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에서 심상정 비대위 대표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08.02.03
 2008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에서 심상정 비대위 대표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08.02.03
ⓒ 진보정치 정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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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은 과연 '종북' 때문에 몰락했는가. 제발 편견 없이 찬찬히 톺아보기 바란다. 과연 지난 대선에서 통일 문제가 쟁점이었는가. 민주노동당이 마치 '코리아연방'만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거나 그 슬로건만으로 선거에 임했다는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이 네티즌 사이에도 떠돌고 있다.

진실은 전혀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이 주된 슬로건이다. '코리아연방'은 17대 핵심공약 가운데 하나다. 권영길 후보가 방송 토론에서 강조한 공약도 '코리아연방'이 아니다. 그것과 권 후보를 연결시킨 고리는 역설이지만 '코리아연방으로는 선거운동 못 하겠다'고 물러선 사람들이다.

변영주 영화감독은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린 목이 터져라 민생 문제를 얘기하고, 경제 민주주의를 외쳐야 했다. 그 어떤 후보보다 명백하게 한미FTA에 대해 과학적인 문제제기와 대안을 이야기해야 했다. 당신이 주식 몇 장 가지고 있어봤자, 땅 몇 평 가지고 있어 봤자, 일터에서 성실하게 노동해봤자 분배의 민주주의가 확보되지 못한다면 불행해질 뿐이라고 심장으로 이야기를 해야 했다."

정말이지 답답해서 묻는다. 왜 "목이 터져라 민생 문제를 얘기"하지 않았는가? 왜  경제 민주주의를 외치지 않았는가? 자주파가 반대했는가? 자주파의 '종북' 때문에 못했는가? 아니잖은가. 왜 대선 결과 앞에서 특정 세력을 희생양 삼으려는가? 왜 그걸 빌미로 탈당을 하며 몸담았던 당까지 죽이는가.

대선에서 목이 터져라 민생문제를 얘기 못한 이유 뭔가

우리 모두 정직하게 현실을 응시할 때다. 바로 오늘 아침, 저 부라퀴들의 민주노동당 마녀사냥을 보라.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이 땅에서 여론화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 아무리 "목이 터져라 민생문제를 얘기"해도 메아리가 잘 들려오지 않는다.

한 마디 더 덧붙인다. 대선 시기에 "목이 터져라 민생 문제를 얘기"한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민생 현장에서 애면글면 일하며 '목'이 터진 평당원 가운데 '자주파'들이 더 많지 않았던가.

정녕 '자주파=종북주의=민주노동당'이란 등식을 의도하지 않았다면, 거듭 간곡히 당부한다. 설 연휴에 저들의 마녀사냥을 해소하는 데 '진정한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앞서 주기를. 더는 민주노동당을 죽이지 말기를. 민주노동당과 다른 진보정당을 만들어 진보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기를.


태그:#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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