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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전자산업 노동실태와 개선을 위한 토론회'
 9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전자산업 노동실태와 개선을 위한 토론회'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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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충남 아산시 삼성 LCD 탕정공장 기숙사에서 노동자들의 연쇄 투신자살이 일어났다. 11일 투신한 남성노동자 고 김주현씨의 유가족들은 "고인의 죽음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자살로 명백한 산업재해이고 삼성이 책임져야 한다"며 50일이 넘도록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그보다 일주일 앞선 3일 투신한 23세 여성노동자 박아무개씨는 단순 우울증으로 자살했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박씨의 부친은 지난 2일 <미디어충청>과 인터뷰에서 "회사에서 딸아이를 정신병자로 몰고, 퇴사를 강요했다"며 "공식적으로 삼성 대표자가 나서 사실 확인하고, 관리부족 책임지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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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의 이종란 상임활동가는 이러한 삼성 노동자들의 연이은 자살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전자산업 노동실태와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백혈병과 각종 난치암처럼 삼성전자 제조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우울증도 산업재해로 볼 수 있다"며 "그로 인해 자살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지만 삼성은 이에 대해 전혀 책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상임활동가는 "노동자들은 보호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설립이 시급하고, 노동자들의 우울증 발생에 대한 사회적 연구와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기간'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전자산업 전반의 노동실태와 노동조합 건설을 위한 방안, 이를 실현한 외국의 사례 등이 논의 됐다. 

중소업체, 지역네트워크 중심으로 노조 조직해야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토론회에서 무노조 경영을 추구하는 삼성 등 국내 전자산업계에서 노동조합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유에 대해 "다른 제조업에 비해 원하청간에 장비집약과 노동집약의 구분이 명확하고 국제적 생산과 외주 하청 시스템이 고도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산업 대부분의 생산직 노동자가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에 속해 있지 않고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에 소속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겨우 8만5000여 명의 노동자 가운데 생산직은 2만 5000여 명으로 전체 30%밖에 되지 않고, LG전자도 3만여 명 가운데 8000여 명으로 27% 수준이다.

한 실장은 이러한 상황에 기반해 노조 조직화 전략으로 "대기업의 노조를 민주화하는 것과 함께 대형 부품 하청 업체의 노조부터 조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7월 복수노조 시행에 맞춰 민주노총 차원의 조직화 작업이 필요하다"며 "대형부품 업체의 노조를 조직화 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영세 전자기업 노동자 조직화에 핵심 매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 또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 실장은 "전자산업의 인력구성이 하도급 업체에 집중돼 있고 대기업 노조 구성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하도급 업체를 중심으로 한 노조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김주현씨 유족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시민·사회단체 등 100여 명은 천안역 광장에서 '삼성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가졌다.
 지난 2일 김주현씨 유족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시민·사회단체 등 100여 명은 천안역 광장에서 '삼성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가졌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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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원장은 "현재 전자산업 노동조합 조직에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하도급법 개정 등을 통한 제도 개선과 지역별 중소 전자산업체 클러스트 구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의 사례를 예로 들며 "중소기업 네트워크 별로 발전 계획을 세우고 장비 구입, 공동 하청 단가 계약,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교육훈련 등을 공동으로 시행하며 기업횡단적 노사관계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 원장이 제시한 '에밀리아 로마냐' 모델은 평균 고용 10인 이하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로, 전자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난 지역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문종찬 민주노동당 정책위원 역시 중소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노조조직과 지역네트워크를 통한 산업별 조직화를 강조했다.

홍원표 진보신당 정책연구원은 노조 조직을 위해 "불법·탈법적인 제조업의 파견 근로자 문제를 시정하고 재벌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정상적인 법집행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삼성, #반도체, #반올림, #새사연,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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