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700리 중에 제1 비경으로 알려진 경천대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강을 살린다는 4대강 사업 덕분이지요. 경천대 훼손은 (정부가) 강 살리기라고 주장하는 4대강 사업이 얼마나 심각한 국토 훼손이요, 망국적 사업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경천대는 강물이 휘어 돌며 쌓아놓은 하얀 모래 백사장과 초록의 논이 조화를 이뤄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비경입니다.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경천대 전망대에서 낙동강의 부드러운 곡선과 은빛 모래, 초록빛 논과의 조화를 바라보노라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야말로 선경(仙境)이라 하겠지요. 그러나 밤낮 없는 4대강 삽질 덕에 이 소중한 비경도 곧 사라질 예정입니다.
비경도 잡아먹는 망국적 사(死)대강 사업국토해양부의 4대강 사업 중 낙동강의 준설 계획도를 보면, 경천대 앞의 모래가 단 한 톨도 남지 않고 다 사라집니다. 준설 계획도 상의 검정선이 지금의 제방이고 그 뒤의 빨간색 선이 준설 계획선입니다. 검정색선에서 빨간색선까지 그 넓이가 50m로 검정색 선 뒤부터 준설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결국, 이곳 모래가 다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물만 가득하게 되겠지요. 모래가 사라지고 물만 가득한 낙동강이 아름다울까요?
홍수 예방한다더디 물만 더 채워넣어지난주 낙동강 경천대를 찾았습니다. 4대강 죽이기가 시작된 지난 2년 동안 경천대를 찾은 것만도 10번은 족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경천대는 우리의 발걸음을 끌어당기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엔 경천대 전망대의 건너편 제방에 서 보았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사라질 모래와 준설계획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강둑에 올라서자 갈대밭에서 쉬던 고라니가 모래밭으로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경치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자연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공사가 진행돼 이곳의 모래를 없애고 준설해 물만 채워 놓는다면 이곳 모래밭에서 놀던 고라니들도 더이상 이곳에 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고라니가 뛰어가던 모래밭에 내려섰습니다. 모래밭을 따라 4대강 공사를 알리는 깃발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걷다 보니 관리수위(평상시 수면 높이) 팻말이 보였습니다. 얼마나 높은지 비교하기 위해 관리수위 팻말 곁에 서 보았습니다. 위로 손을 다 뻗었으나 팻말 끝에 닿지도 않았습니다. 족히 2m는 돼 보였습니다.
4대강 사업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낙동강에 모래가 너무 쌓여 이 때문에 홍수가 난다고 주장했습니다. 홍수를 막기 위해 모래를 사정없이 다 파 없애는 중입니다.
그런데 홍수를 대비하기 위해 모래를 판다면서 원래 모래가 있던 높이보다 무려 2m나 높게 물을 채워놓겠답니다. 아무리 거짓말뿐인 4대강 사업이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닐까요? 그러니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대국민 사기극이라 하는 것이겠지요.
하천 유지관리 기본계획조차 지키지 않는 4대강 사업경천대에서 자동차로 10여 분만 올라가면 낙동강 700리 표지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강이 낙동강과 합류되는 지점으로 이곳에서부터 낙동강을 700리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낙동강 700리 중 경천대가 가장 아름답다고 이야기합니다.
4대강 사업이 얼마나 잘못된 사업인가에 대해서는 환경부이사관이요, 한국습지경제연구회 부회장인 김성봉씨가 쓴 <습지와 환경자원>이라는 책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대한민국 하천법상의 최상위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년~2020년)을 인용하여 하천환경 관리계획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천환경 관리계획'은 하천환경을 평가해 대상 하천을 보전·복원·친수지구 등 3가지로 구분한 후 각각의 특성에 맞는 하천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보전지구'는 '생태계, 역사, 문화, 경관이 우수하여 인위적인 정비 없이 절대적으로 보전이 필요한 구간 및 일상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한 구간"이라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절대적 보전이 필요한 낙동강의 제1 비경인 경천대를 훼손하는 4대강 사업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강변을 친수구역으로 절대 개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국토가 작은 이 나라에서 도시 주변을 지나는 강은 도시인들의 쉼터를 위해 최소한의 개발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위에서 제시하듯, 인구 밀집지역 및 도심지에 인접한 구간에는 친환경 친수지구를 만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곳 경천대가 인구 밀집지역인가요? 전형적인 농경지역으로 민가를 찾아보기도 힘든 곳입니다. 뛰어난 경관으로서 절대적 보전이 필요한 곳임을 말하는 것이지요.
변종 운하인 4대강 사업은 뱃길을 만들기 위해 절대적 보전이 필요한 곳조차 무작정 훼손하는 망국적 사업인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이 망국적 사업인 이유경천대가 아름다운 이유는 강변의 기암절벽 때문만이 아닙니다. 기암절벽만으로 따진다면, 경천대는 영월 동강과 서강의 기암절벽에 비해 보잘것없는 언덕에 불과 합니다. 그러나 경천대는 영월 동강과 서강에는 없는 은빛 모래가 굽이 휘어 도는 강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천대의 자랑인 모래를 한 톨도 남김없이 다 파 없애고 물만 채운다니... 4대강 사업은 강 살리기가 아니라 강을 파괴하는 '死'대강 사업이 명백합니다.
아름다운 비경은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 후손도 누려야 할 보물입니다. 우리는 이 선물을 잘 보전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가적 경승지는 그 자체가 보물입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결국 이 비경을 훼손하는 4대강 사업은 단지 강을 망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자원을 읽게 하는 망국적 사업입니다.
오래전 방영됐던 MBC 연속극 <상도>를 기억하시나요? 바로 이곳 경천대가 상도 촬영지입니다. 아직도 경천대에는 상도 촬영 초가집들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습니다. 이곳 모래밭과 강변을 배경으로 한 <상도> 속 풍경을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모래가 있는 강변은 이명박 정부가 표현하는 '죽은 강'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역사입니다. 4대강 사업은 변종 운하를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강을 죽었다며 우리의 뿌리와 역사를 파괴하는 대재앙에 불과합니다. 모래가 사라진 인위적 강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더이상 아름다운 강을 파괴해서는 안 됩니다.
거짓말의 연속인 4대강 사업그동안 많은 4대강 홍보 동영상이 거짓말로 과장돼 국민을 속여왔음은 잘 아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두와미시강 독극물 유출 사건 사진을 국내 오염사진처럼 사용하는가 하면, 4대강변에 습지가 107개가 넘음에도 '습지 전무'라고 주장하는 등 날조된 거짓말만 해왔습니다.
어제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낙동강 살리기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역시 거짓말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에 진실이 없으니 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낙동강 물을 살려야 한다는 내용으로 낯익은 사진이 흘러나왔습니다. 사진 앞면에 고사목을 흑백 톤으로 강조해 흉측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만 보면 정말 낙동강이 나무도 죽어가는 끔찍하게 죽은 강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의 장소는 낙동강 제1 비경인 경천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사진입니다. 경천대 전망대에는 고사된 향나무 한구루가 있습니다. 고사목 자체가 낙동강의 풍치를 더해주기에 베어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 경천대에 고사목 한그루가 있으니 죽은 강이라고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이곳 경천대가 물을 되살려야할 만큼 썩은 강이라고요? 이곳은 상주시민들의 상수원으로써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보호하고 있고, 물도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낙동강 제 1비경조차 나무 한 그루를 과장하여 보여주며 죽은 강으로 국민을 속이는 이 정부에 과연 진실이라는 게 있을까요? 변종 운하를 만들기 위해 국민 속이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 정부의 무모함이 참으로 무섭고 안타깝습니다.
국토훼손한 국가의 원수로 남고 싶습니까낙동강 제1비경 경천대의 파괴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주 이곳을 찾아가니 경천대 앞에서 문화재 조사를 위한 굴삭기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문화재 조사란 본격적인 준설 이전에 하는 사업입니다. 문화재 조사가 끝나면 이 아름다운 경천대는 누렇게 바랜 사진 속 기억으로만 남게 될 것입니다.
이대로 국가의 보물인 경천대를 잃을 수 없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이곳에 삽질 할 권리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국토를 마음대로 훼손할 권리를 가진 것이 아닙니다.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토를 훼손할 권한을 부여한 바 없습니다. 고로 대통령이란 국토를 훼손할 권리가 아닌 국토를 잘 보존할 의무만 있을 뿐입니다.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시절 한강종합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한강의 모래를 다 파서 손도 발도 담글 수 없는 지금의 괴물 한강을 만든 바 있습니다.
대통령을 다른 말로 '국가 원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원수'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똑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4대강 죽이기를 중단할 것을 표로써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에 귀 닫고 4대강 죽이기에 더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 염원처럼 4대강 죽이기를 중단한다면, 역사에 남는 존경받는 '국가 원수'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일제 침탈 40여 년보다 더 심각한 국토 훼손인 4대강 파괴를 계속한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국가의 원수'로 기록되리라 생각합니다. 존경받는 '국가원수'가 될지, 국민의 분노를 사는 '국가의 원수'가 될지는 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의 보물인 경천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언제까지 4대강 죽이기를 지켜봐야만 하는 것일까요?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을 위해 아름다운 생명의 강을 지키는데 우리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경천대가 사라지기 전에 다들 경천대 한번 다녀오십시요.
덧붙이는 글 | 4대강의 진실을 더 알기 원하시는 분은 '강은 살아있다'(황소걸음 출판사. 최병성 저)를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