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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맞아서 대대적인 세일을 단행했다는 일간 <텔레그라프> 기사.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대대적인 세일을 단행했다는 일간 <텔레그라프> 기사.
ⓒ 텔레그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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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은 최대의 쇼핑시즌... 그러나

"세일, 세일, 세일"

크리스마스와 '복싱데이(12월 26일)' 등 연말은 영국의 최대 쇼핑시즌이다. 크리스마스에 가족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는 사람들로 거리는 넘쳐흐르고, 크리스마스가 끝나자마자 시작되는 재고 세일에서 싼값으로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올해는 예상치 못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소비가 줄면서,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등 우울한 분위기다. 특히, 쇼핑다운 쇼핑을 못해 속이 부글부글한 여성들은 화장으로 마음을 달래는 이른 바 '립스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영국사람들에게 연중 최대 행사이다. 흩어져 있던 가족들은 각지에서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속속들이 모인다. 지난 주에 가을학기가 끝난 대학에도 그 많던 영국 학생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싶을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중국 학생들만이 교정을 거닐고 있을 뿐이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복싱데이를 시작으로 기업들은 대대적인 세일을 단행하고 있다. 이 최대 대목을 놓칠세라, "70% 세일" "90% 세일" "하나 사면 하나 공짜로 주기(Buy one get one free)" "반짝 게릴라 세일" "재고(Clearance) 세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들의 눈길을 끌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요크의 유명한 유통업체인 '디자이너 아울렛' 같은 곳에서는 아디다스 운동화를 3만원, 리바이스 청바지를 2만원에 파는 등 평소에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세일이 되고 있다. 복싱데이에 많은 사람들이 싼 물건을 사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급습한 경기불황... 유수의 기업들도 줄도산

그러나, 이미 지난 2/4분기에 제로성장을 기록하고 3/4분기에 마이너스 0.6% 성장을 기록한 영국은 연말이지만 소비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 위축된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

일부 유통업체들은 이미 크리스마스 이전부터 매출 부진으로 인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됐거나 다른 곳에 팔리게 되었다. 이 중에는 특히 수십 년이나 백 년 이상을 영국인들과 함께 한 기업들도 있다.

차(tea)를 파는 기업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휘타드(Whittard)'가 최근 채권단의 관리에 들어갔다. 1886년에 문을 연 이 기업은 벌써 120년이 넘었다. 또, 최근에는 설립된 지 99년된 유통업체인 '울워쓰 (Woolworths)'도 문을 닫게 되었다. 영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기업들이 이번 경제 쓰나미에 모두 휩쓸려 내려간 것이다.

립스틱 효과를 소개하는 <마리 끌레르> 홈페이지.
 립스틱 효과를 소개하는 <마리 끌레르> 홈페이지.
ⓒ 마리 끌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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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화장으로 푼다? 

연말에는 이처럼 쇼핑다운 쇼핑을 하면서 지내야 하는데, 경제침체 때문에 용이하지 않자 여성들이 이른바 이 스트레스를 화장으로 푸는, 이른바 '립스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자, 평소 같았으면 구입했을 가구나 카펫, 자동차 등 비교적 비싼 제품의 소비는 최대한 줄이는 대신 화장품을 구입해서 얼굴 화장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일간 <텔레그라프>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서, 이 립스틱 효과가 벌써 영국과 유럽 등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유독 화장품 회사들만 판매량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이 벌써 상반기에만 매출량이 5.3%가 늘어난 것을 비롯해, 독일의 바이어스도르프, 일본의 시세이도 등의 매출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다발 조시 RAB캐피탈 분석가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쪼들릴 때 비싼 제품보다는 작은 사치품을 대신 산다"며 "최근의 일부 세계적 화장품 회사들의 판매 수치는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지난 1930년 대공황시기에 이 '립스틱 효과'를 발견한 바 있다. 당시에 미국의 생산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화장품 회사의 실적은 오히려 개선됐고, 실업의 공포가 세계를 휩쓸 당시에도 독일의 화장품 회사인 바이어스도르프사는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고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미국의 화장품 판매는 2배로 뛰었다. 비슷하게 일본에서는 10년 장기불황 당시에 여성들의 액세서리 구입이 급증했다.

요크에 사는 도로시 갓프리(55)는 "평소에는 화장을 잘 안하지만 요즘은 간단한 메이크업에 립스틱을 바르기도 한다"며 "그러면 기분이 한결 좋다"고 말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여성들이 화장으로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 '립스틱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우울한 경제가 여성들의 입술을 더욱 빨갛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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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립스틱 효과, #불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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