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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법사위에 회부된 가운데 11일 국회 법사위를 점거농성한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비례대표)이 종부세법 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글을 긴급 기고해왔다. 이 의원은 이 글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강남 타워팰리스 세금 깎아주자고 지방과 강북의 소년소녀가장에게 가는 쌀 한 푸대 줄어드는 것을 질끈 눈감고 외면해서야 안되지 않냐"고 호소하고 있다. [편집자말]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법사위에 회부된 가운데 11일 국회 법사위를 점거농성한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사진)이 종부세법 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글을 긴급 기고해왔다.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법사위에 회부된 가운데 11일 국회 법사위를 점거농성한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사진)이 종부세법 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글을 긴급 기고해왔다. ⓒ 이정희

세계적 금융위기가 실물 위기로 번졌습니다. 돈줄이 마르고 일자리가 위태롭습니다. 제2의 IMF가 온다고들 합니다. 지난 달 중순 설문조사 결과 답변자의 84.3%가 현재 가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과거 IMF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거나(40.8%), 비슷하다(43.5%)고 했습니다. 이 가운데 80%가 '이번 가계 경제 타격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오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민 살림은 더 힘겹습니다. 서민부터 살려야 합니다. 여유있는 분들이 단돈 만원이라도 더 내면 서민 목숨 살리는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서민 살리기가 바로 지금 정부가 할 일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세금 줄여야 경기가 살아난다"며 재벌 대기업과 일부 특권층의 세금부터 내려주겠다고 합니다. 종합부동산세 일부개정법률안이 바로 그 시작입니다.

종부세, 뼈대만 남았습니다

전체 세대의 2%인 38만 세대만 내던 종부세는 이제 뼈대만 남을 처지입니다.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뀌는 것을 감안하면, 부부가 보유한 주택 가격이 12억원 이하인 경우 종부세는 아예 내지 않게 됩니다. 주택 공제기준금액은 현행 6억원 그대로라지만 1가구 1주택은 3억원을 더 공제해주겠다고 합니다.

더구나 1%에서 3%이던 주택분 세율도 0.5%에서 2%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더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됐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종부세법 일부 위헌 및 일부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단'의 취지는, 주거목적으로 1주택을 장기간 주택을 보유한 사람 또는 장기보유자가 아니더라도 별다른 재산이 없거나 수입이 없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으니 2009년 12월 31까지 법을 고치라는 것입니다. 국회는 내년 말까지 위 판시에 따른 법을 만들 의무가 있을 뿐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다주택자 세금까지 내려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종부세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넘어 아무 이유없이 다주택자들의 세금까지 낮춰주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1~3%의 세율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인 사적 유용성과 원칙적인 처분권한을 여전히 부동산 소유자에게 남겨 놓는 한도에서의 재산권 제한"이라는 이유입니다.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의 98.3%가 주택가격 25억원 미만 주택을 갖고 있는데, 세율은 2%이지만 주택가격 대비 세금 부담률은 0.944%로 줄어듭니다. 그러면 매년 종부세가 부과된다고 해도 단기간내에 부동산값 만큼을 세금으로 낼 정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죠. 이 세부담은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어서,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거목적의 1가구 1주택자로서 장기보유자나 세금 낼 능력이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현재의 종합부동산세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고, 이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세금을 낮춰줄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종부세법 개정안은 종부세 납부자 전체에 대해 세율을 0.5%~2%로 반토막 냈습니다. 이것으로 혜택 보는 사람의 61.3%인 23만 2천세대가 다주택자입니다. 이들이 내는 종부세가 전체 주택 종부세의 71.6%입니다.

 밤에 본 타워펠리스. 구룡마을 너머에는 밝은 불빛을 밝히며 우뚝 선 타워펠리스가 있다. 크게 덮은 지붕때문인지 구룡마을 불빛은 보이질 않는다.
밤에 본 타워펠리스. 구룡마을 너머에는 밝은 불빛을 밝히며 우뚝 선 타워펠리스가 있다. 크게 덮은 지붕때문인지 구룡마을 불빛은 보이질 않는다. ⓒ 변태섭

법개정 시한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 말입니다

종부세법 개정 시한은 올해가 아닙니다. "2009. 12. 31.까지"라고 헌법재판소 결정에 쓰여 있습니다. 그 때까지는 지금의 종합부동산세법 시행할 수 있습니다.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바꾸는 것은 법을 바꾸지 않아도 자동 적용되니까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6천억원에 이르는 종부세를 국민 주머니 털어 돌려줘야 하고, 헌법재판소 때문에 고래 배 채우자고 새우 먹은 것 토해 내는 꼴입니다만, 그 밖의 다른 조항은 그대로 두고 내년 종부세를 걷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교섭단체들이 이번 종부세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은, 세대별 합산 말고도 다른 조항까지 한꺼번에 고쳐서 올해 2조 8천억 원이었던 종부세를 1조 8백억 원으로 줄인다는 것입니다. 참, 넉넉한 인심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올해 안에 법 고치기 힘들테니 내년 말까지 하라고 한 것인데, 뭐가 그리 급하답니까? 종부세 세원이 줄어들면 당장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복지예산으로 쓰이는 부동산지방교부세가 줄어들어 저소득층 지원이 줄어들 판인데, 1년이라도 먼저 종부세 낮춰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라도 있단 말입니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민원이라 그리 후다닥 법안 만들어 통과시킨 것 아닌가요?

헌법재판소가 준 시간은 국민들의 진지한 토론을 위해 쓰여야 할 시간입니다. 우리 모두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연대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은 종부세의 적정한 부과 수준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서민 몰락 시대에, 좀 더 여유 있는 분들이 그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2008년도 가기 전에 국회가 나서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마저 왜곡하며 다주택자들의 세율까지 내려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종부세 없어지면 지방의 복지가 줄어듭니다

종부세는 수도권에 비해 뒤처진 지방의 복지 재원이 되는 돈입니다. 작년에 걷힌 종부세 2조 7천억원은 230개 지자체별로 100억원 가량씩 지원되어 교육과 서민복지 재정으로 쓰였습니다. 종부세법 개정으로 1조 5천억원이나 줄어든 부동산 지방교부세는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를 더 벌여놓을 것입니다. 정부는 이것 때문에 1조 1천억원을 따로 목적예비비로 편성해 지방에 내려보내니 문제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내년 예상 성장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내국세 세입예산안 자체가 원래 계획보다 2조 8천억원 줄었습니다. 내국세의 19.24%인 지방교부세도 5632억원 줄었습니다. 여기에 이번에 합의된 감세법안으로 근로소득세도 줄고 양도소득세도 줄고 상속세도 줄고 부가가치세도 줄어 내국세 세입이 더 줄어들 것을 합쳐봐야죠.

결국 1조1천억원 목적예비비 가지고는 2조원 가까이 줄어든 지방 재정을 메울 길이 없습니다. 국가재정법 제22조에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초과지출"에 쓰기 위해 따로 챙겨두게 한 것인데, 누구나 예측가능한 일에 쓰겠다고 예비비를 당겨오는 정부 대책은 법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도, 정부 대책은 2009년 단 한 번 편성하는데 그치는 것이라는 점도, 정부가 문제를 풀 대책을 내놓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국회가 할 일은 분명합니다. 위헌결정 때문에 종부세법을 바꿔야한다면 세율을 지키고 과표구간을 조정해서 적어도 종부세 세수는 유지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방으로 가는 돈이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강남 타워팰리스 세금 깎아주자고 지방과 강북의 소년 소녀 가장에게 가는 쌀 한 푸대 줄어드는 것을 질끈 눈감고 외면해서야 안되지 않습니까.

 6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민주민생국민회의 주최로 열린 '경제파탄 민주파괴 이명박 정권 심판 국민대회'에서 여성참가자들이 '부자천국 서민지옥- 복지예산 축소 규탄' '종부세 완화 반대'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는 구호가 적힌 머리띠를 쓰고 있다.
6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민주민생국민회의 주최로 열린 '경제파탄 민주파괴 이명박 정권 심판 국민대회'에서 여성참가자들이 '부자천국 서민지옥- 복지예산 축소 규탄' '종부세 완화 반대'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는 구호가 적힌 머리띠를 쓰고 있다. ⓒ 권우성

서민 살리기 위해 15조원의 SOS 예산 편성해야

경제 위기에 나라 경제가 흔들리고 국민들이 죽어가게 생겼습니다. 정부가 돈을 풀어 집없는 서민들, 실직하신 분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초적인 생활 보장을 위해 써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은 경제위기극복 서민보호를 위해 15조원의 SOS예산안 편성을 제안했습니다. 저희가 제안한 이 금액, 그리 큰 것 아닙니다. 전체 세출 예산 283조원의 5%에 불과합니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감세안 철회해서 7조원 만들고, 비정상적으로 불어난 SOC예산을 전체 예산확대규모수준으로 줄여서 5조원 만들고, 공안예산과 미군기지이전비용으로 전용되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삭감해서 모두 모으면 14조 9천억원 여유가 생깁니다. 그 돈을 서민들을 위해 쓰자는 것입니다. 꼭 필요한 곳에,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174만명의 노동자들에게 쓰고 농가부채 이자에 허덕이는 농민들에게 쓰고 한달 건강보험료 1만원도 못내 연체 딱지로 병원에도 못가는 저소득층에게 쓰자는 것입니다. 그리 돈 많이 들지도 않습니다.

한나라당이 마음먹은 것만 바꾸면 가능합니다. 한나라당은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60세가 넘으면 최저임금도 안 줘도 되게 하고 수습사원도 현행 3개월이 아니라 6개월까지 최저임금보장대상에서 뺀다고 합니다. 숙식비도 빼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봅시다.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2008년 최저임금, 시급 3770원입니다. 2009년, 시급 4000원입니다. 한 해 7200억원만 있으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전체 노동자의 12%인 174만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에게 정부가 먼저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사업주로부터 뒤에 받아낼 수 있습니다. 도로 하나 안 만들면 되는 돈입니다. 이런 것도 하지 않고 도리어 쥐꼬리만한 최저임금조차 깎으려드는 깍쟁이 노릇이 어디 있습니까.

경제위기 상황에서 서민들을 도와드리려면, 최소한의 희망이라도 갖게 하려면, 정부가 그만큼 돈을 써야합니다. 세금으로 돈이 들어와야 정부가 쓸 것 아닙니까. 그런데 도리어 일부 특권층이 내야 할 세금을 깎아주고 그만큼을 빚 얻어쓰다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운다면, 서민 살림은 언제 어떻게 돕겠습니까?

민주당 의원들, 종부세 폐지 반대서명 250만명 기억하세요

지금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은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을 돕는 것입니다. 여유 있는 분들이 자기 것을 조금 더 내놓아야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종부세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져야할 책임의 하나입니다. 

민주당 의원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민주당이 내놓았던 종부세 폐지 반대 서명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은 250만명 국민을 기억하신다면, 차마 이럴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 서명지를 모두 휴지조각으로 만드시겠습니까?

"서민경제 죽이는 종부세 폐지를 반대합니다", 민주당 이름 내건 현수막에 쓰인 문구입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아직도 올라있는 말입니다. "정의로운 세금"이라던 종부세를 이렇게 뼈만 앙상하게 해놓으실 것입니까. 

유례없는 경제위기가 다가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서민에 대한 지원이 절실합니다. 집 없는 서민들, 평생 어렵게 일해 겨우 작은 아파트 한 채 마련한 분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종부세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서는 안됩니다. 감세안이 처리되어서는 안됩니다. 겨울바람을 맞는 서민들이 지금 눈을 부릅뜨고 국회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종부세#이정희#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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