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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가 서울 천호동 성덕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7일 오전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가 서울 천호동 성덕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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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역사교사모임, 참교육학부모회, 전교조, 미친교육반대 청소년인권보장 청소년연대 회원들이 '서울시교육청의 우편향 의식화교육 역사왜곡 특강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참교육학부모회, 전교조, 미친교육반대 청소년인권보장 청소년연대 회원들이 '서울시교육청의 우편향 의식화교육 역사왜곡 특강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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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성덕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의 역사교육 특강은 역사학자들과 일선 교사들의 우려대로 우편향 시각에서 이뤄졌다. 첫 강사로 나선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5분부터 낮 12시 20분까지 두 시간 가량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강의했다.

이 대표는 차분한 어조로 강의했지만, 북한 체제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제주 4·3항쟁을 공산주의자의 폭동으로 설명하는 등 사실상 '반공 사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반면 박정희 정권 등 남한 독재시절의 과오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해묵은 반공 교육] "4·3은 공산주의 무장 봉기"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이 27일 오전 서울 천호동 한 여고에서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는 가운데, 고3 교실에서 특강 장면이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 되고 있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이 27일 오전 서울 천호동 한 여고에서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는 가운데, 고3 교실에서 특강 장면이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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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한민국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한 이 대표는 분단 과정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국가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또 한반도 분단의 불행한 결과를 설명하면서도 "대한민국은 세계의 선진국 대열에 올라있지만,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1960년대 초, 중반에 걸쳐 300~500만 명 동포가 굶어죽고, 스스로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의 파국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반도의 해방과 분단은 불행히도 외세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38선이 그어지지 않았다면 한반도는 전부 소련군의 장악하에 들어가 여러분은 TV에서 보는 김일성 광장의 북한 어린이들처럼 돼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여러분들의 부모도 북한의 신음하는 주민들처럼 돼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8선 때문에 여러분들은 공산주의 통치로 들어가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말하며, 마치 한반도 분단이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처럼 말했다.  

또 "대한민국은 48년 건국 뒤에도 많은 고통을 겪었는데, 정부 수립 때도 공산주의 지지 세력이 물러서지 않고 저항해 북쪽에서 이를 지원하고 무기, 자료를 지하로 반입해 공급해줬다"며 "그런 것들이 여기 저기 무장 반란으로 일어났고, 여순반란 사건, 제주도 4·3 사건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4·3항쟁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 사과하고, 피해자에게 보상까지 하고 있는데도 '공산당의 무장봉기'라는 해묵은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6·25 전쟁 북침설'을 비판하면서 "6·25 북침설은 북한도 내놓고 주장하지 않는데, 남쪽에서 북한을 편드는 사람이 있다"며 "동국대 강정구 교수 외 많은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6·25는 통일 전쟁"이라는 글을 써 구속됐지만, 북침설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독재정권 옹호]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오늘날 대한민국 있다"

특강을 하고 있는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특강을 하고 있는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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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또 대한민국의 발전을 추켜세우며 과거 독재정권의 잘못을 학생들 앞에서 옹호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산업화를 30년 안에 이뤄내자니 비정상적인 방법을 쓰기도 했다"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안 되니까 박정희 같은 결단력 있는 분이 비정상적인 방법을 썼고 다행히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그래서 민주화 문제도 생겼다, 민주화를 주장한 사람들을 설득해서 더불어 가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고, 억압하고, 어디 데려가서 고춧물 먹이고 하는 비정상적인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정상적으로 가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있을 수 없다"며 "민주적인 방법은 옳지만, 지나치게 고집하면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해 박정희식 산업화가 옳았다고 가르쳤다. 또 "일면 싸우고, 일면 건설하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었을 것"이라고 박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통일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대한민국 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력 통일'을 반대한다고 했지만 "체제 경쟁에서 우리는 성공하고 저쪽(북한)은 실패했다"면서 "통일을 무리하게 할 수 없으니까 북한 동포들이 좀 비참하게 살아도 (우리가) 신념을 갖고 견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북 지원을 가려서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대북 지원에서 '인도주의 관점'은 아예 배제했다.  

이 대표는 "북한을 도우면 통일 비용이 절감된다고 하는데 이는 모순"이라며 "우리가 준 돈을 가지고 북한은 북한식으로 쓰고, 그러면 북한 해체 비용이 늘어나고, 통일 비용이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을 도와주는 것도 통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시장경제 도입에 쓴다는 조건을 달고 도와줘야 통일 비용이 줄어든다"고 가르쳤다.

전교조 등 "역사특강 중단" 요구... 교문 가로막기도

전국역사교사모임, 참교육학부모회, 전교조, 미친교육반대 청소년인권보장 청소년연대 회원들이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 위해 온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의 차를 가로막고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참교육학부모회, 전교조, 미친교육반대 청소년인권보장 청소년연대 회원들이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 위해 온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의 차를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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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의 차를 가로막은 시민단체 회원들을 제지하며 차가 학교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다.
 경찰이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의 차를 가로막은 시민단체 회원들을 제지하며 차가 학교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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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의를 마친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강의의 핵심은 대한민국 건국 당시 세대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과 통일은 선택의 문제이고, 가장 올바르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시청각실에서 직접 이 대표의 강의를 들은 한 학생은 "강의가 세세한 설명으로 이뤄져 재밌었다"고 말했다. 또 "공산주의식으로 통일됐다면 아마 선생님(이동복 대표) 말대로 북한 어린이처럼 비참하게 살 것 아니냐"라며 강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다른 학생은 "이번 강의에 대해서 밖에서 여러가지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일단 들을 것은 듣겠지만, 중학교 때부터 배운 것이랑 다른 것도 있어서 가려서 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은 이날 오전 9시30분 성덕여상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편향적인 역사특강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강의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까스로 이뤄낸 민주주의의 소중한 성과를 뿌리째 흔드는 폭거이자 시대착오적 작태"라며 "교육은 특정 정치세력의 이념을 주입하는 세뇌 수단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전교조 교사들과 학부모회 회원들은 오전 10시20분께 이동복 대표가 성덕여상 교문 앞에 도착하자 차를 가로막고 10여 분간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10시 35분께 경찰이 도착하고 나서야 강의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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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역사특강, #이동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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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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